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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환상
La Grande Illusion제작시기 | 1937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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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장 르누아르(Jean Renoir) |
포로들이 노래하는 장면
유럽 사회의 축소판
〈위대한 환상〉은 제1차 세계대전이 무대지만 전투 장면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전쟁 영화다. 두 프랑스 포로가 독일 포로수용소를 탈출하는 것이 표면적인 스토리이지만 그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위대한 환상〉이란 말이 전쟁을 빗댄 것이며 그것이 얼마나 헛된 욕망에서 시작된 것인가를 의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붕괴 일로에 놓여 있는 유럽 문명의 구체제를 묵묵히 성찰한다. 즉, 계급, 종교, 국적, 인종의 문제를 폭넓게 다루면서 편견과 차별, 그것의 극복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유럽 사회의 오랜 지배 계급인 귀족의 몰락과 새로운 중산층의 성장이라는 은유를 담고 있으면서 계층 간의 연계가 국가에 대한 충성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제시한다.
포로수용소는 르누아르가 본 유럽 사회의 축소판으로 그곳에는 다양한 나라와 다양한 직업 출신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 가운데 독일군 수용소장 라우펜슈타인[에리히 폰 슈트로하임(Erich von Stroheim)]과 프랑스 대위인 뵐디우는 귀족 출신으로 적군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동질감을 갖고 있다. 그들은 둘 다 신사이며 단안경을 쓰고, 하얀 장갑을 끼며, 포도주, 음식과 말에 대한 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러니는 라우펜슈타인이 가장 가까운 동질감을 느끼는 뵐디우를 죽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수용소장은 탈주자를 사살해야 하고, 포로의 의무는 탈주하는 것이 전쟁이라는 게임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규율과 의무에 사로잡혀 있을 수밖에 없다.
프랑스 포로들은 고급 와인과 수프를 맛보며 독일군들보다는 편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들의 의무는 탈출하는 것이다. 기계공 출신의 마레샬(장 가뱅)과 부유한 유태인인 로장탈[마르셀 달리오(Marcel Dalio)]이 포로수용소를 탈주하는 동안에 뵐디우는 신사답게 하얀 장갑을 끼고는 그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다. 마레샬과 로장탈은 수용소를 탈출한 후 어려움을 겪으면서 반목과 긴장, 선입관이 표면화되지만 결국 스위스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들은 새로운 유럽인인 셈이다.
프랑스군 파티 장면에서 프랑스 포로들은 지루한 생활을 달래기 위해 쇼를 준비하는데, 쇼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에 독일군들이 프랑스의 도몽 요새를 점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프랑스군들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독일군들에게 자신들의 사기를 더욱 보여 주기 위해 파리에서 위문품으로 보내 온 여자들이 캉캉 춤을 출 때 입는 옷을 입고 공연을 강행하기로 한다.
여장 남자들의 캉캉 춤이 진행되는 도중, 연합군이 도몽을 다시 탈환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흥분한 마레샬이 무대에 뛰어들어 그 소식을 전한다. 이때 캉캉 춤을 추던 포로 가운데 한 명이 무대에서 내려와 여자 가발을 벗어던지며 프랑스 국가를 연주해 달라고 하고는 선창하기 시작한다. 이때 카메라는 쇼의 경박한 노래를 부르던 무대 위의 포로들도 가발을 벗어던지고 진한 립스틱을 칠한 얼굴 모습 그대로 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차례로 보여 준다.
그리고 계속 트래킹해서 무대 옆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초조해하는 독일군의 모습과 객석에서 일어나 모두 합창하는 다른 포로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르누아르는 군인들이 합창하는 이 숏을 카메라 움직임과 딥 포커스를 통해 보여 주면서 그들의 단합된 의식을 하나의 공간적 통일로 표현했다.
여기에서 독일군과 포로들이 노래하는 두 장면은 결국 동일하게 연계된다. 그것은 그들의 감정과 애국심, 진지함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르누아르는 독방에 수용된 마레샬의 모습 다음에 독일군이 도몽을 재점령했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이러한 애국적 모습들이 단지 값싼 감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전쟁은 마치 탁구 게임처럼 오락가락하는 것이며, 군인들은 여성 복장을 하고 캉캉 춤을 추며 쇼를 하던 포로들과 마찬가지로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감옥에서와 마찬가지로 영화의 종반부 엘사의 오두막에서도 카메라 움직임이 등장인물들을 연결시킨다. 실내의 엘사와 로장탈에서부터 창문을 바깥에 있는 마레샬까지 이동한다. 이러한 인물들을 연결하는 움직임의 절정은 영화의 마지막 국경 한쪽에 서 있는 독일군들에게서부터 다른 쪽 멀리 도망치고 있는 마레샬과 로장탈의 모습까지 팬한다.
〈위대한 환상〉에서 바로 카메라가 스스로 움직일 때, 그것이 서스펜스를 창출하거나 등장인물이 모르는 정보를 제공하면서 관객에게 사건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게 한다. 가령 한 포로가 탈출 갱도를 파면서 줄을 당기라고 신호할 때, 카메라는 잡아당겨지고 있는 깡통을 보여 준 다음, 이어서 극 중 인물들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음을 보여 주기 위해 왼쪽으로 팬한다. 따라서 카메라 움직임은 다소 비제한적인 내레이션이 창조되는 것을 돕는다.
실제로 카메라는 가끔 이처럼 능동적 대리인 구실을 하기 때문에 르누아르는 반복적인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서 내러티브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특수한 유형들을 창조했다. 이 같은 유형들 가운데 하나는 등장인물들과 세부적인 주위 환경을 연결시키는 카메라 움직임이다. 즉, 세부 사항을 보여 주는 클로즈업으로 시작되고, 이어서 그 세부 영상을 더 큰 공간과 내러티브 맥락 속에 자리매김하기 위해 카메라가 뒤로 이동한다. 가령 탈출 계획을 논의하는 뵐디우와 마레샬의 장면은 새장에 갇힌 다람쥐의 클로즈업으로 시작해서 두 사람을 드러내기 위해 트랙백한다. 더 복잡한 경우는 엘사의 집에서 성탄식이 진행될 때다.
이 장면은 구유의 클로즈업으로 시작해서 몇 단계에 걸쳐 인물들 간의 상호 반응을 보여 주기 위해 트랙백된다. 이와 같은 카메라 움직임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좀 더 넓은 맥락으로 이동해 가기 전에 먼저 세부적인 영상에서 출발하는 카메라 움직임은 르누아르의 미장센 요소들이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내러티브상의 요점을 경제적으로 표현해 준다.
또한 아주 드물지만 한 장면의 끝에서 세부 영상으로 트랙인하는 경우에도 그렇다. 뵐디우가 죽은 후에 라우펜스타인이 감옥에서 하나뿐인 제라늄 꽃을 꺾으려고 창문 앞에 놓여 있는 화분에 다가갈 때, 르누아르는 마지막 화분의 클로즈업으로 트랙인한다.
르누아르는 두 개의 평행적인 트래킹 숏을 통해 귀족들의 전쟁과 하층 계급에 속한 사람들의 전쟁을 비교한다. 카메라는 십자가에서 시작한 긴 트래킹 숏을 통해서 포로수용소장이 된 라우펜스타인의 새로운 자리로 안내한다. 그리고 계속되는 트래킹은 채찍, 박차, 무기, 그리고 장갑들 따위를 지나 라우펜스타인의 장갑을 준비하고 있는 부하를 보여 준 다음 이윽고 라우펜스타인이 있는 곳에 이르게 된다. 말할 것도 없이 르누아르는 이 숏을 통해서 귀족의 전쟁을 특징짓는 고상한 전투적 태도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평행 숏을 통해 이를 비판한다. 이 숏도 하나의 대상(엘사의 죽은 남편의 초상화)에서 시작해서 엘사가 다른 친척들이 사망한 화면 밖의 장소를 얘기하는 데 따라 점차 트랙백해서 그들의 초상화를 보여 준다. 카메라가 트래킹해서 어린 딸이 혼자 앉아 있는 부엌 탁자를 보여 줄 때, 엘사는 화면 밖에서 이제는 탁자가 너무 크다고 얘기한다. 엘사의 전쟁이 라우펜스타인의 영광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사실은 이렇게 주로 반복된 카메라 움직임에 의해 발생하는 평행성을 통해 반복된다. 여기서 카메라 움직임은 내러티브상의 평행이 대상들을 모티프로 교묘하게 사용함으로써 강화되었듯이, 미장센과 함께 작용하고 있다. 이 두 트래킹 숏에서 주요 모티프들은 십자가, 초상화들, 그리고 두 숏이 모두 탁자에서 끝난다.
르누아르는 또한 인물의 움직임에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이동하는 카메라 움직임으로 등장인물들을 서로 연결시킨다. 포로수용소에서 카메라는 인물들이 공간적으로 같은 상황을 공유하고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그들을 결합시킨다. 포로들이 위문품으로 전달된 상자에서 나온 부인용 옷가지들을 뒤질 때 한 사내가 그 옷을 입기로 결심한다. 잠시 후에 그가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정적에 휩싸인다. 르누아르는 심중의 갈망을 나타내는 포로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포착하면서 천천히 트래킹 한다.
〈위대한 환상〉의 카메라 움직임은 영화의 드라마를 창조하는 능동적 중개인으로 기능한다. 강조하고 대비하는 카메라의 작용이나 기능은 미장센만큼이나 중요하다. 카메라는 영화의 내러티브 형식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공간을 개척한다. 르누아르는 그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던 유동적인 카메라 워크와 화면의 심도를 추구해 내러티브와 상호 관련적인 체계를 지탱하고 정교하게 하기 위해 많은 방법들을 발견해 냈다. 이러한 딥 포커스와 유동적인 카메라 워크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 르누아르의 새로운 사실주의적 표현들은 이후 네오리얼리즘 감독들을 비롯한 많은 감독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포로수용소에서 로장탈은 남들과 똑같은 포로지만 수용소 밖에서 보면 곧 닥쳐올 2차 대전의 참상을 환기시키는 유대인이다. 실제로 후에 독일은 프랑스를 점령했을 때 〈위대한 환상〉의 상영을 금지했다. 시대를 초월하는 이 영화의 휴머니즘적 시각이 그만큼 막강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인상적인 등장인물들과 성찰을 자극하는 주제, 흥미로운 대사를 담고 있는 이 훌륭한 영화가 정치적 관점 때문에 영원히 사라질 뻔했다는 사실은, 영화와 픽션이 우리가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필요하고 유익한 진실과 도덕적 지침을 전달하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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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 설명이나 비평보다는 왜 그 장면이 명장면인가에 초점을 맞춰 내용과 형식을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분석한다. <전함 포템킨>부터 <매트릭스>까지 81명 감독..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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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위대한 환상 –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신강호,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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