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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번치
The Wild Bunch제작시기 | 1969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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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샘 페킨파(Sam Peckinpah) |
목차
접기오프닝 장면
마지막 장면
자살 행위와 다름없는 최후의 대결.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서로 다른 속도로 촬영하고 광각, 망원, 줌 렌즈 등 다양한 렌즈를 이용해 6분 동안 352개나 되는 숏의 편집을 통해 탁월한 시각적 효과를 보여준다.
영화적 파열의 순간
〈와일드 번치〉는 개봉 당시 격렬한 폭력 장면들 때문에 비평가들과 대중 사이에 논란을 야기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서부 영화 가운데 이 영화처럼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은 영화는 없었다. 1969년 워너브라더스사는 지나친 폭력성 때문에 처음에는 8분, 나중에는 14분을 삭제하게 했다. 1993년이 되어서야 제작사는 완전한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각주1) 인 146분짜리 70mm 형식을 선보였다.
페킨파 감독은 오프닝 시퀀스를 창조적으로 극화된 프롤로그로 연출했다. 영화가 시작되면 기병대 복장의 사나이들이 말을 타고 나타난다. 그들은 붉은 개미떼에게 커다란 전갈을 먹이로 던져주고 둥지에 불을 붙여 괴롭히며 놀고 있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지나쳐 마을로 향한다. 마을에는 금주를 위한 기도회가 열리고 있고, 군인들은 급료 지불 사무소 쪽으로 다가간다. 건너편 건물의 지붕 꼭대기에는 무장한 총잡이들이 난간 뒤에 숨어 웅크리고 있다. 군인으로 위장한 파이크(윌리엄 홀덴) 일당이 사무소로 향하는 숏이 보일 때는 행진곡 리듬의 드럼 소리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사무실 안에 들어선 파이크가 인질들을 상대로 “움직이면 쏴버려!”라고 외치는 얼굴 클로즈업에서 프리즈 프레임(freeze frame)되며 감독 이름이 떠오르고 비장한 음악이 강조될 때까지 5분 35초 동안 지속되는 이 오프닝 크레디트는 프레임들이 19번이나 주기적으로 정지되었다가 마치 가족 앨범에 들어 있는 낡은 사진들처럼 흑백으로 바뀐다.
철도 회사에 고용되어 현상금을 노리는 손턴(로버트 라이언) 일당이 잠복해 있음을 눈치 챈 파이크 일당이 사무소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옥상으로부터 총알이 쏟아지기 시작하고 일대접전이 벌어진다. 갑작스런 대혼란 속에 기도회가 끝나고 시가행진 중이던 마을사람들은 무차별한 총격전에 희생되고 파이크 일당은 사방으로 흩어진다. 이러한 폭력 행위에 앞서 사무소 안의 파이크 일당과 옥상 위의 손턴 일당의 긴장된 모습이 번갈아 보여질 때 심장박동 소리가 들리는데, 이 소리가 누구의 심장이 뛰는 것인지 특별히 제시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 파이크 일행이나 손턴 일행 모두 일을 수행하는 데 따르는 긴장을 나타내는 그들 모두의 심장소리일 것이다.
잔인한 대학살이 끝나고 파이크 일당이 마을을 빠져나갈 때 페킨파는 아이들이 전갈을 불에 태우며 노는 모습으로 오프닝 시퀀스를 마무리한다. 이때 전갈은 무법자들의 운명을 암시하며 개미떼는 서부에 몰려드는 새로운 문명을 상징한다. 이 장면은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서부의 영웅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이크 일당의 운명을 차갑게 예견하는 이 장면에서 페킨파는 이렇게 아이들의 순진무구함과 폭력을 대비시켜, 아이들까지 감염된 문명사회의 폭력성을 내재화시킨다.
〈와일드 번치〉의 뛰어난 몽타주 장면으로 파이크 일당이 군수품 열차를 탈취하는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들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 주인공들과 멕시코 군대, 무고한 구경꾼까지 모두 죽고 마을이 완전히 파괴되는 무자비한 총격전도 아주 복합적이고 역동적이며 강렬한 몽타주 시퀀스다.
창녀촌에서 묵묵히 걸어 나온 파이크 일행은 햇빛이 반짝이는 복잡한 거리를 가로질러 걸어간다. 술 취한 병사들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줌 렌즈가 그들을 따라잡는데, 마치 결전을 향해 행진하는 것 같다. 그들은 중무장한 반군에 맞서 자살 행위나 다름없는 최후의 대결을 벌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맥파치의 요새가 가까워질수록 도입부의 불길한 음악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사상 비길 데 없는 마지막 몽타주 장면이 펼쳐진다.
피로 얼룩진 소름끼치는 죽음의 순간들은 정상 속도, 느린 속도, 빠른 속도, 빠른 줌 숏, 카메라 움직임, 빅 클로즈업 등 다양한 촬영기법을 혼합해 긴장감을 강화했다. 총을 쏘는 인물은 빠른 줌과 빠른 팬으로 보여 주는 반면 총에 맞는 인물들은 슬로모션(fast speed shooting)으로 처리했는데, 이런 방식은 영화의 시간을 실제 시간과 반대로 역설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한순간에 일어나는 폭력은 길게 묘사하고, 심리적인 시간은 한 박자 빠르게 처리한 비현실적인 시각 스타일은 관객들에게 강한 충격을 준다. 이 리얼리티와 판타지를 뒤섞은 이 학살극은 동시에 파나비전, 미첼, 아리플렉스 등 여러 기종의 6대의 카메라를 서로 다른 속도로 촬영했고 광각 렌즈, 망원 렌즈, 줌 렌즈 등 다양한 렌즈를 이용해 6분 동안 352개의 숏을 통해 탁월한 시각적 효과를 보여 준다.
일반적인 장편 극영화가 평균 약 600여 개의 숏으로 구성되는 데 비해 〈와일드 번치〉는 3642개나 되는 숏으로 구성되었고 카메라 셋업을 1288번이나 한 기록을 갖고 있다. 다른 영화에 비해 6배나 컷 수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편집만 빠르게 했다고 해서 그런 영상미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결투 장면이 생동감 있고 긴박하게 느껴지는 것은 다양한 영화기법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와일드 번치〉는 예이젠시테인의 〈전함 포템킨〉에서의 오뎃사 계단 장면에 버금가는 몽타주 장면이 있다. 영화 내내 생생하게 표현된 폭력 장면의 슬로 모션은 요즘 영화에서는 자주 사용되지만 1960년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 당시 관객들은 그토록 오래 지속되는 슬로모션을 본 적이 없었는데, 그 장면은 충격적이면서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영화적 파열의 순간이었다. 시각적으로 과장된 느낌을 주는 장면이 오히려 관객들의 거부감을 줄였고, 이는 현대 액션영화의 특징이 되었다.
서부 무법자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던 1913년을 배경으로 한 〈와일드 번치〉는 카우보이 영화의 신화를 개틀링 기관총으로 상징되는 대량 살육의 시대로 이끌고 간다. 수정주의 서부극으로서 〈와일드 번치〉는 서부의 상실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관습적인 선 대 악이 아니라 악 대 악의 대결을 다루고 있다. 첫 장면부터 정의와 법의 편이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은데, 군복 차림의 일당들은 은행 강도였고 지붕 위에서 은행을 방어하던 남자들은 청부 살인 부대였다.
주인공들은 철저히 돈에 지배당하는 총잡이들이며, 서부는 더럽고 혐오스러우며 폭력적인 곳으로 묘사된다. 그것은 서부 영웅에 대한 신화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악당에 대한 영웅의 폭력을 정당화시켰던 고전적 서부극의 파괴이기도 하다. 범법자들과 기존 공권력 모두가 사악한 살인자이며, 그들이 사용하는 폭력은 똑같이 독단적이며 파괴적으로 승자는 없다. 페킨파는 폭력을 남자다움의 상징으로 묘사함으로써 고전적 서부 영화와는 달리 삶보다는 죽어 가는 남자를 더 부각시키며 애잔한 서정미와 함께 그 영웅성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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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출처
영화의 줄거리, 설명이나 비평보다는 왜 그 장면이 명장면인가에 초점을 맞춰 내용과 형식을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분석한다. <전함 포템킨>부터 <매트릭스>까지 81명 감독..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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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와일드 번치 –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신강호,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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