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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시기 1937년
감독 줄리앙 뒤비비에(Julien Duvivier)
망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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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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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

페페는 여객선에 잠입하지만 가비와 그렇게 가깝게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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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사실주의의 숙명적 결말

줄리앙 뒤비비에(1896~1967)는 1919년 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1967년 교통사고로 사망할 때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다. 50여 편이 넘는 영화들을 연출한 다작 감독 뒤비비에의 대표작들은 1930년대 프랑스 시적 사실주의의 영향 아래 만들어진 〈망향〉, 〈무도회의 수첩〉 등이었다.

〈망향〉은 시적 사실주의의 어두운 측면인 도피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페페 르 모코(장 가뱅)는 파리에서 은행을 털고 살인까지 한 범죄자이다. 페페가 동료들과 함께 알제리의 항구도시 까스바에 잠입해 들어온 지도 2년이나 되었다. 이 까스바라는 지역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기꾼들과 범법자들이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요지경 같은 곳으로, 좁고 꾸불꾸불한 골목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고 지붕과 지붕이 끝없이 서로 연결돼 있다. 페페와 그의 무리들이 이곳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은 경찰력이 미치기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페페는 암흑가의 왕자처럼 군림하고 있고 그를 헌신적으로 따르는 이네쓰라는 집시 여자도 있지만 현실은 갈수록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다 우연히 모험 삼아 까스바를 찾아온 관광객인 가비라는 세련되고 우아한 파리 여자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페페는 고향 파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강렬한 망향의 정을 느낀다. 알제리 경찰은 페페가 가비와 사랑에 빠진 것을 알아차리고 가비를 이용해 페페를 까스바 밖으로 끌어내려고 한다. 페페는 까스바를 벗어나는 것이 곧 자신에게 파멸을 의미하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페페가 까스바를 빠져 나올 때 테마 음악과 함께 스크린 프로세스로 보이는 구불구불한 미로 같은 까스바의 이국적인 모습들은 그의 강박적인 마음 상태를 암시해 준다. 가비와 함께 파리로 떠나려던 페페는 결국 경찰의 함정에 빠지자 항구에서 가비가 탄 배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처럼 지극히 상투적인 줄거리에 도식적인 캐릭터들로 이루어진 〈망향〉은 그러나 1930년대 가장 뛰어난 흥행을 기록한 프랑스 영화 가운데 하나였다. 성공의 비결은 무엇보다 영화의 단순함이 주는 묘한 매력에 있다. 즉 서로 쫓기는 경찰과 악당, 그리고 주인공을 위험에 빠뜨리는 미모의 여인이라는 전형적인 범죄영화의 구조가 별다른 서사적 장치 없이 단순하게 전개되고, 파리라는 공통의 이상향을 꿈꾸며 현실로부터의 탈출을 원하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 역시 별다른 복선 없이 매우 단순하게 진행된다.

마찬가지로, 까스바라는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장소 또한 특별한 카메라 기교 없이 그저 단순하게 보여준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까스바의 지도를 클로즈업한 후 도시 안으로 들어가면서 공간의 지리학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적인 화면은 너무나 정직해서 심지어 도식적으로까지 보인다. 이 같은 단순하고 간결한 영화적 스타일이 세계 대전을 앞두고 종잡을 수 없는 불안과 절망감에 시달리던 유럽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단순하고 도식적이기까지 하지만, 대신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이 오히려 세상과 인간에 대한 진솔한 시선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망향〉의 마지막 장면은 시적 사실주의의 감상적이자 비극적인 측면을 잘 보여준다. 페페는 가비가 탄 여객선에 잠입해 그녀가 있는 선실 가까이 다가가지만, 바로 그녀를 눈앞에 두고 경찰에 체포된다. 페페와 가비는 서로 그렇게 가깝게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선창에서 수갑에 채워진 페페는 밀고한 이네쓰 앞을 묵묵히 지나친다. 그리고 페페는 도망치지 않겠다고 약속할 테니 가비가 탄 배가 떠나는 것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형사에게 부탁한다. 마침 갑판에 나온 가비는 멀리 보이는 까스바 언덕을 바라보고 있다. 페페는 절규하듯 창살을 부여잡고 한마디 그녀 이름을 부르지만 때마침 울려오는 뱃고동 소리에 가비는 귀를 틀어막는다. 페페는 주머니칼을 꺼내 가슴을 찌르고 만다. 고향과 가비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페페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다.

전 편에 걸쳐 계속 등장하는 창살과 격자, 담의 이미지는 자신의 작은 영지에 갇혀 있는 페페의 운명을 부각한다. 뒤비비에는 잃어버린 꿈에 대한 비애감을 페페의 비극적인 죽음과 아름다운 화면을 통해 드러내는데, 이러한 감상주의는 시적 사실주의 정신과 스타일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망향〉은 이국땅에 숨어 지내는 실패한 남자의 답답하고 외로운 내면을 단순하고 간결한 영화적 스타일로 표현해서,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종잡을 수 없는 불안과 절망감에 시달리던 당시 유럽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전적인 할리우드 갱스터 영화에서 모티프를 빌려와 우울한 프랑스식 낭만을 가미한 〈망향〉은 필름 느와르의 도래를 예고했다. 할리우드 갱스터 영화와 비교할 때 폭력은 약화되어 있으며 시적 리얼리즘의 염세적인 측면을 반영하는 운명주의는 분명 갱스터 영화와는 차별되는 것이었다. 뒤비비에는 〈망향〉의 세계적인 성공으로 1938년 할리우드에 초청되어 1945년까지 미국에서 연출활동을 하기도 했다.

어두운 세계에 살고 있지만 선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악당 페페는 자신의 실패를 이미 감지하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운명에 맞서는 낭만적이면서 강건한 카리스마를 지닌 모습이었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장 가뱅의 강렬한 이미지는 그 후 그의 연기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따라다녔다. 장 가뱅는 〈망향〉 이후 비운의 주인공 역을 많이 맡았는데, 페페가 바로 그 원형격인 역할이었다.

이 영화를 지배하는 것은 그리움과 잃어버린 젊은 날의 꿈과 결코 이룰 수 없는 욕망이다. 바로 이러한 숙명론적 태도가 국민의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해서 2차 대전 직전에는 프랑스 정부에 의해, 2차 대전 중에는 비시 정부에 의해 상영금지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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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강호 집필자 소개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석사학위(1988), 박사학위(1996)를 취득했다. 1998년부터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영화학회 회장(..펼쳐보기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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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 저자신강호 | cp명커뮤니케이션북스 도서 소개

영화의 줄거리, 설명이나 비평보다는 왜 그 장면이 명장면인가에 초점을 맞춰 내용과 형식을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분석한다. <전함 포템킨>부터 <매트릭스>까지 81명 감독..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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