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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제작시기 | 1979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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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
첫 장면
베트콩 부락이 쑥밭이 되는 장면
선과 악의 내면 풍경
1979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은 콩고 오지로 침투해 들어가 신처럼 군림하는 유럽인 커츠를 다룬 조셉 콘래드(Joseph Conrad)의 소설 『암흑의 핵심(Heart of Darkness)』에서 영감을 받았다. 1976년부터 4년여에 걸쳐 제작된 〈지옥의 묵시록〉은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베트남전쟁에 대한 강한 회의를 담으면서도 인간 본성에 대한 냉정한 해석으로 이끌어간다.
영화는 작전 도중 무단이탈한 커츠(말론 브랜도) 대령을 제거하라는 비밀 지령을 받은 윌라드[마틴 쉰(Martin sheen)] 대위 일행의 여정을 따라가며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의 광기를 차가운 시선으로 포착하고 있다. 완벽한 군인의 전형이었던 커츠는 캄보디아 정글 속에서 독자부대를 거느리고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한 채 미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 있었다. 윌라드의 여행은 겉으로는 모험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전쟁의 광기에 대한 비유이자 자기발견의 여정이기도 하다. 역사와 인간성에 대한 감독의 깊은 성찰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지옥의 묵시록〉의 도입부는 영상과 음향을 통해 인물의 내면 풍경과 강박관념을 잘 보여주면서 영화가 전달하려는 암울한 전쟁의 이면을 분명히 제시한다. 사이공의 호텔 방에서 상처받고 피폐해진 윌라드가 내면의 악마에게 압도된 채 괴로워하는 이 장면은 충격적인 몽타주로 시작된다. 영화가 시작되면 정글이 뿌연 연기로 가려지면서 헬기소리가 천천히 들리기 시작한다. 정글은 화염에 휩싸이면서 도어스의 ‘이것이 끝이다(This is the End)’라는 노래가 들려온다. 그리고 사이공의 호텔 방에서 땀에 젖은 윌라드 대위의 얼굴 위로 환상이나 기억의 단편처럼 여러 이미지들이 겹쳐진다. 침실을 훑던 카메라는 갑자기 창문을 향해 전진하는 시점 숏으로 바뀐다.
이 숏은 윌라드가 일어나서 창문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말해 준다. 그런 다음 윌라드의 손이 거리를 내다보기 위해 차양을 열어젖히면서 창문 밖 모습이 보인다. 이때 “제기랄, 난 아직 사이공에 있다. 잠에서 깰 때마다 정글로 돌아가고 싶다. 처음 휴가로 집에 갔을 때 사태는 악화되어 있었다. 일어나 보니 아무 것도 없었다. 이혼에 합의할 때까지 아내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여기 있으면 거기 가고 싶고, 거기서는 정글 생각이 났다. 임무는 언제 주려는가. 여기 있으면 연약해 지고···”라는 보이스 오버는 그가 심리적으로 혼란 상태에 있으며 그의 몸은 사이공에 있지만 그의 마음은 정글에 가 있고, 이처럼 호텔 방에 갇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윌라드의 자의식을 반영하는 이러한 보이스 오버(말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내레이션. 화면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라는 점에서 ‘오버’라는 말이 붙는다. 보이스 오버는 인물의 심리 상태, 장소, 시기, 상황 등의 인과관계를 적절히 설명해 준다)는 스토리 정보를 동기화하면서 내적 독백이자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능을 담당한다. 이때 또한 경찰의 호각 소리, 차의 경적 소리, 오토바이 소리, 창유리 속에서 윙윙거리는 작은 파리 소리 같은 화면 밖 음향들은 점차적으로 정글의 소음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경찰의 호각소리는 귀뚜라미 소리로, 경적소리는 여러 종류의 새소리로, 그리고 파리소리는 모기소리로 바뀐다. 이같이 화면 밖 음향은 화면 밖의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것으로, 하나의 현실은 여기서 또 다른 현실을 대치하게 된다.
술에 만취한 윌라드가 팬티 차림으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동물적인 광란의 몸짓을 하는 발작 상태에서는 록음악이 흐른다. 윌라드는 마침내 거울을 맨주먹으로 깨부수고, 피가 나는 오른손을 얼굴에 문대기도 하고 위스키를 병째 들이키며 절망적으로 울부짖는다. 이러한 모습은 윌라드의 내면적인 선과 악을 내보이는 것으로 스토리상 그가 암살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제시한다. 또한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자신을 겁주는 것은 악마적인 어두운 내면을 드러내는 커츠(말론 브랜도)와 같은 성격이 윌라드에게도 내재해 있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리고 두 병사가 윌라드를 호송해 부대로 들어가고 윌라드는 사령부에서 장군으로부터 커츠 대령을 제거하라는 임무를 부여받는 화면으로 이어진다.
해변의 베트콩 부락이 킬고어 중령[로버트 듀발(Robert Duvall)]이 이끄는 헬기부대의 무차별 폭격으로 쑥밭이 되는 장면은 베트남 전쟁을 다룬 영화 가운데 가장 폭발적이고 역동적인 화면을 연출한다. 킬고어(로버트 듀발)는 심리전을 한다는 이유로 커다란 확성기로 바그너의 장엄한 클래식 ‘발퀴레의 기행(The Ride of the Valkyries)’ 를 틀어놓고 공습을 시작하는데, 폭격 직전 감도는 긴장감과 잘 어우러져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음악은 관객에게 살육과 음악이라는 부조화를 던져주며 섬뜩함을 자아낸다.
여기에서 한 병사는 고환에 총알을 안 맞으려는 것이라며 헬멧을 깔고 앉아 있다. 이러한 모습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일종의 아이러니와 유머로 작용한다. 헬기 소음과 음악이 멈추고, 베트콩 마을의 학교 운동장이 보이면서 순간적인 정적 끝에 개 짖는 소리와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리고 다시 고조되는 헬기소리는 본격적인 전투 신호로 작용한다. 베트콩들은 전투 위치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헬기들은 하늘에서 발칸포를 쏘아 붓는다.
그리고 부상당한 흑인 병사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한 여자가 헬기에 슬쩍 모자를 던져 넣자 헬기가 폭발하고 곧이어 다른 헬기가 그 여자 베트콩을 추적해 사살하는 모습, 다리를 폭발하는 모습 등 전투 장면은 동시다발로 긴박하게 펼쳐진다. 땅에 내린 킬고어는 파도가 아주 좋다면서 병사들에게 서핑을 강요하는데, 자신도 만조까지 기다려서 서핑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킬고어가 무전기로 제트기들에게 나무숲에 네이팜탄을 있는 대로 다 퍼부으라고 명령하자 폭격으로 숲에 불길이 퍼지는 숏은 스펙터클의 진수를 보여 준다. 킬고어가 네이팜탄 냄새처럼 세상에 저렇게 좋은 냄새가 없다(“마치 승리의 냄새 같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그의 이중성과 광적인 성격이 다시 표출된다. 이 시퀀스에서 코폴라는 영화사상 최초로 34트랙으로 사운드를 녹음했는데, 헬기 소리, 여러 악기 소리, 대사, 폭탄 소리 등 삽입된 소리의 재료만 무려 100여 가지가 되었다.
이 장면은 치명적인 문화의 충돌과 전쟁이라는 정신병을 생생하게 환기시키는 초현실적인 악몽이자 이성을 상실한 듯한 전투의 첫 예일 뿐이다. 이어지는 교전 장면들은 섬광과 비명과 포화로 가득한 환각과도 같은 광기의 장면들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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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출처
영화의 줄거리, 설명이나 비평보다는 왜 그 장면이 명장면인가에 초점을 맞춰 내용과 형식을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분석한다. <전함 포템킨>부터 <매트릭스>까지 81명 감독..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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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지옥의 묵시록 –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신강호,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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