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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
Blackmail제작시기 | 1929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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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앨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
아침식사 장면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사운드
〈협박〉은 앨프리드 히치콕의 첫 번째 유성영화이자 영국에서 나온 두 번째 유성영화이며, 초기 유성 시대에 창의적인 음향 사용으로 인해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협박〉은 영화사는 물론 히치콕의 작품세계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영화는 주제, 음향 사용, 영화 스타일 면에서 히치콕의 이후 작품에 대한 원형이기도 하다. 〈협박〉은 원래 무성영화로 기획되고 제작됐기 때문에 오히려 교묘한 음향 사용법을 잘 보여 준다. 처음에는 무성영화로 만들기 시작했지만 촬영 중반쯤 유성영화로 만들기로 계획이 변경되었다. 이러한 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만으로 히치콕이 경력 초기부터 대단히 야심만만한 인물이었으며, 또한 제작자들이 기술적인 혁신에 기꺼이 투자하게 할 만큼 능력이 특출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히치콕은 유성영화 초창기에도 이미 음향의 가능성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첫 유성영화에서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음향에 대한 히치콕의 감각은 화면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느끼게 하려는 실험정신으로 나타난다.
엘리스(애니 온드라)는 경찰인 남자친구 프랭크(존 롱덴)와 다투고 충동적으로 음탕한 화가(시릴 리처드)의 유혹에 빠져 그의 아파트까지 따라간다. 그리고 그가 강간하려 하자 반항하다 결국 그를 칼로 살해하게 된다. 〈협박〉은 계단 꼭대기에 있는 방이 여성에게 섹슈얼리티, 위험, 폭력으로 연상되는 수많은 히치콕 영화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이다. 남자는 엘리스를 성폭행하려하고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침대로 끌려들어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다 침대에서 그를 찔러 죽인다. 그를 죽이는 장면은 스크린 밖 침대 커튼 뒤에서 일어난다. 그녀의 손이 때마침 침실용 탁자 위 빵 옆에 놓여 있던 칼을 움켜쥐는 것만을 우리는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불길한 침묵이 감돌고, 죽은 남자의 팔이 커튼 바깥으로 축 늘어진다. 몰래 빠져나온 엘리스는 거리를 방황하면서 번민에 찬 밤을 보낸다. 어머니가 깨우러 들어오기 직전에 그녀는 자기 침대로 들어간다.
엘리스는 부모님과 아침식사를 하는데, 그 자리에서 이미 화제가 된 살인사건에 대해 떠드는 수다스러운 이웃집 여자의 이야기를 듣는다. “벽돌로 머리를 내려치는 것이 깨끗하고 정직한 방법이죠. 그게 바로 영국적인 것이죠. 하지만 칼이라니···” 사람들은 살인 무기로 나이프를 택한 살인자의 선택이 한심하다는 식이다. 엘리스는 불과 몇 시간 전에 한 남자를 찔러 죽인 상태이다. 이제 아침 식탁에서 가족과 나누는 대화는 그녀에게 그 상처를 일깨우는 매개가 된다.
이 장면(‘아침식사 장면’ 사진)에서의 음향은 엘리스의 주관적 심정을 화면으로 보여 주는데, 다시 말해 ‘청각점(point-of-hearing)각주1) ’을 가리키는 음향이라 부를 수 있다. 옆자리 앉은 사람들의 목소리들이 웅얼웅얼하다가 카메라는 이 이야기를 하는 여자에서 엘리스를 향해 카메라를 수평으로 움직인 뒤, 컷해서 엘리스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보여 주며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시킨다. 사운드 트랙은 엘리스가 듣는 것(엘리스의 청각점)을 관객에게도 들려주기 시작한다. 대화는 ‘칼(knife)’이라는 말의 반복 이외에는 희미해져 알아들을 수 없게 된다.
엘리스의 의식 속에서 엘리스 아버지의 화면 밖 목소리가 들려온다. “엘리스, 빵 좀 썰어주겠니?” 옆자리에서 수다를 떠는 단조로운 웅얼거림은 여전히 계속된다. 이때 카메라는 아래로 움직여서 빵을 써는 칼을 집어 드는 엘리스의 손을 클로즈업으로 보여 준다. 그녀의 손은 ‘칼’이라는 소리의 반복에 놀라 움찔거리고 또다시 들려오는 이웃의 ‘칼’이라는 소리는 마치 비명소리처럼 울려 퍼진다. ‘칼’이라는 단어는 계속 그녀를 찔러대고 빵 자르는 칼을 보기만 해도 히스테리를 일으킬 지경이다. 그리고 엘리스가 공포에 사로잡혀 칼을 떨어뜨리는 소리가 방안 전체에 가득 찬다.
유성영화 시대가 도래하자 대부분 감독들이 마치 발성법 시범이라도 보이듯 대사를 한 마디 한 마디 정확히 녹음하려고 노력한데 반해, 히치콕은 이 장면에서 대화의 대부분이 알아들을 수 없는 웅성거림으로 들리게 만들었다. 핵심적인 단어를 더욱 깨끗하고 분명하게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유성영화가 단순히 말하고 노래하던 단계를 벗어나 음향의 잠재력이 감독의 효과적인 표현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협박〉은 나중에 널리 알려지게 되는 히치콕적인 주제와 기법을 잘 예시하고 있다. 1950년대 프랑스의 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필진이었으며 훗날 누벨바그의 대표적인 감독이 된 에릭 로메르가 “히치콕 영화는 인물들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피해자와 가해자는 각 장면마다 번갈아 나타난다. 이것은 이 영화 이후 〈열차의 이방인(1951)〉에서 완성되는 기법이다. 〈협박〉에서 협박자와 형사 사이의 관계는 〈열차의 이방인〉에서 프로 테니스 선수와 광적인 팬 사이의 관계에 버금가는 것이다.
〈협박〉은 많은 사람들이 ‘히치콕 영화’라고 부르는 서스펜스 장르의 첫걸음이었다. 그리고 히치콕 영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혼란에 빠진 금발 미녀 여주인공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영화다. 또한 그 당시만 해도 낯설기만 했던 음향을 시각 스타일과 연결 짓는 혁신적인 발상을 보여 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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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 설명이나 비평보다는 왜 그 장면이 명장면인가에 초점을 맞춰 내용과 형식을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분석한다. <전함 포템킨>부터 <매트릭스>까지 81명 감독..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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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협박 –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신강호,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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