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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몽
In The Woods, 羅生門제작시기 | 195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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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 |
나무꾼이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
나무꾼이 시체를 발견한다는 단순한 상황을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 다양한 카메라 각도와 숏의 크기, 운율적인 편집, 효과적인 음악의 사용 등을 통해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창조한다.
불가사의한 진실의 순간
〈라쇼몽〉이 1951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대상,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획득하면서 일본 영화는 서구인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구로사와는 세계적인 감독으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 영화는 1960년대 중반까지 황금기를 구가하면서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400개가 넘는 상들을 수상했다.
〈라쇼몽〉은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몽(1915)』과 『숲 속에서(1921)』라는 두 단편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영화의 배경은 내전으로 피폐한 12세기 헤이안조 시대. 한 사무라이가 숲 속에서 살해되고 그의 아내가 남편이 보는 앞에서 산적에게 강간당한 사건이 발생한다. 법정에서 사무라이의 아내, 살인 강간 혐의로 잡혀온 산적, 무당을 통해 증언하는 사무라이의 혼령, 목격자인 나무꾼이 증언하는데, 그들은 그 사건을 서로 다르게 이야기한다. 욕정과 배반과 살인에 얽힌 이 스토리는 4명의 인물들이 모두 자기 말이 진실인 것처럼 말하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끝까지 알 수 없다. 이렇게 사건은 분명 하나인데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서로 다른 증언을 한다는 스토리는 과연 진실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하면서 진실의 상대성과 주관성이라는 주제를 고찰하는 데 매우 적절하게 기능한다. 아키라는 이러한 주제를 통해 인간의 이기주의와 자기중심적인 관점을 나타내고자 했다.
산적 타조마루(미후네 도시로)의 시점에서는 숲길을 가다가 마사코(쿄오 마치코)를 본 후 그녀를 탐하는데 그녀 역시 기꺼이 그를 받아들였고, 그런 다음 남편 타케히로(모리 마사유키)를 풀어주고 결투를 하다가 그 남편이 죽은 것으로 보인다. 마사코의 관점에서 볼 때 그녀는 강간과 치욕을 당했고 그러자 남편까지 자신을 내쳐 그 분노로 발작상태에서 자신이 남편을 죽인 것이며 영매를 통해 말하는 타케히로는 그들의 주장 중 자신이 죽었다는 점만을 인정하고, 아내가 산적 타조마루 못지않은 욕정을 보이면서 산적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살인을 해서 얻을 것도 없다고 생각한 타조마루는 달아나고 마사코 역시 달아나 버려 혼자 남은 그는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세 사람은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말을 했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타조마루는 무자비한 범죄자이며, 마사코는 죄 없는 피해자이며, 타케히로는 명예를 아는 사무라이다. 나무꾼이 나타나 그늘에 숨어 지켜본 사실을 말하기 전까지는 모두가 사실처럼 보인다. 나무꾼의 이야기에 따르면 아내가 천박한 태도를 보인 것이 사실이고 산적의 허세는 거짓이며 사무라이 남편은 겁쟁이였다. 하지만 평민이 나무꾼도 사건에 연루되어 있음을 지적하자 누구의 말도 완벽한 증언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만 남게 된다. 즉, 진실은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라쇼몽〉은 음산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에서 시작한다.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피해 라쇼몽 아래 모인 남자들. 겁에 질린 나무꾼은 승려에게 “이해할 수 없어요.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라고 반복해서 중얼댄다. 평민은 도대체 뭘 이해하지 못하느냐고 묻는다. 승려는 지주 스님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하면서 보는 이의 혼란을 증폭시킨다. 잠시 후 나무꾼은 이해 할 수 없었던 그 이야기를 시작하고 관객은 플래시백을 통해 사흘 전 살인 사건의 현장으로 이동한다. 숲 속을 걷던 나무꾼은 모자, 밧줄, 그리고 호부 상자가 길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시체를 보고 충격을 받는다.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가다 숲 속에서 시체를 발견하는 이 회상 장면은 풍부한 영화적인 형식미로 유명하다. 이 장면은 원작에서는 “나는 오늘 여느 날처럼 뒷산에 삼나무를 베러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산그늘의 어떤 숲 속에서 그 시체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라는 단 두 문장으로 묘사된 단순한 내용이다. 그러나 아키라는 시체를 발견한다는 단순한 상황을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 다양한 카메라 각도와 숏의 크기, 운율적인 편집, 효과적인 음악의 사용 등을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면서도 인상주의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로 창조해냈다. 이 장면은 3분 50여 초 동안 29개의 숏으로 이루어진다.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나무꾼은 도끼를 메고 숲 속을 걷고 있다. 그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모습과 나무들이 앙각으로 보이기도 하고,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빛과 나무꾼의 모습이 부감으로 보이기도 한다. 숲 속을 계속 걸어가던 나무꾼은 문득 뭔가를 발견한 듯 멈춰 선다. 여기까지 2분 4초 동안 16개의 숏은 한 번의 틸트 다운과 한 번의 팬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트래킹으로 처리되어 있다. 이러한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라벨의 ‘볼레로’를 편곡한 배경음악은 음산하면서도 어떤 위험이 다가올 것 같은 긴장감을 감돌게 한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영화촬영에서 금기시되던 태양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댄 것은 미묘한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나무꾼은 나무 위에 걸려 있는 여인의 밀짚모자를 발견하고 이상하게 생각하고는 두리번거리며 계속 숲 속을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또 땅에 떨어져 있는 남자의 모자와 포승줄을 발견하고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는 숲 저편에 무엇인가가 보이자 가까이 다가가다 뭔가에 걸려 넘어질 뻔 한다. 나무꾼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는데 시체의 두 손이 드러나자 비명을 지르며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한다. 이 17번째 숏부터는 트래킹을 사용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앞부분에 비해 관객의 주의와 감정을 고조시키지만 시체의 모습은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마지막 3개의 숏은 나뭇잎 사이로 달려가는 나무꾼의 모습을 빠른 팬(스위시 팬)으로 따라잡음으로써 긴박한 심리를 표출하고 있다.
이 장면은 극적인 갈등과 결합된 설명의 흥미로운 변주가 돋보인다. 이 장면 자체에는 아무런 갈등이 없지만, 이 장면이 보이기 이전에 이미 나무꾼과 승려의 이야기를 통해 끔찍한 일이 벌어졌었다는 정보가 수차례에 걸쳐 제공되었기 때문에 관객은 잔뜩 긴장하게 된다. 따라서 이 장면에서 보이는 화면들은 지극히 평화로움에도 불구하고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라쇼몽〉은 줄거리의 ‘사실’뿐 아니라, 같은 사건에 대한 다각적이고 상충적인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수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했고, 그런 점에서 일본 영화에 현대의 개념을 도입한 최초의 영화였다. 또한 영화 스타일이 서구적이었기 때문에 특히 서구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라쇼몽〉은 마틴 리트의 〈폭행(1964)〉이라는 영화로 리메이크 되었으며, 불가사의한 진실이라는 주제는 알랑 레네의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1961)〉,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확대(Blow Up, 1966)〉 같은 영화들에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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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출처
영화의 줄거리, 설명이나 비평보다는 왜 그 장면이 명장면인가에 초점을 맞춰 내용과 형식을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분석한다. <전함 포템킨>부터 <매트릭스>까지 81명 감독..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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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라쇼몽 –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신강호,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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