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꾼 명장면으
로 영...
칠인의 사무라이
Seven Samurai제작시기 | 1954년 |
---|---|
감독 | 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 |
산적들의 결투 장면
극적인 영상과 음향의 흐름
구로사와가 데뷔한 지 11년 만인 45세 때 연출한 〈칠인의 사무라이〉는 원래 3시간 20분(200분)으로 제작되었지만, 베니스 영화제에 출품되었을 때와 미국 개봉 당시 2시간 30분으로 공개되었다. 이 영화는 지금도 세계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걸작 베스트 텐에 항상 들어간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내전으로 혼란에 빠졌던 16세기 말, 서양으로부터 들어온 총과 새로운 전술에 의해 사무라이 계급이 쇠퇴해 가는 과도기적 시기다.
매년 산적들의 침략으로 식량을 빼앗기고 목숨까지도 잃는 마을이 있다. 이번에도 추수가 끝나면 산적들이 쳐들어 올 것을 우려한 농부들은 사무라이들을 고용하기로 결정한다. 몇 명의 농부가 자신들을 지켜줄 의로운 사무라이들을 찾아 나서지만, 별다른 보수가 없는 일이어서 쉽사리 사무라이들을 구하지 못한다. 농부들은 가까스로 간베이(시무라 다카시)를 비롯한 일곱 사무라이들을 구해 마을로 돌아온다. 이 일곱 사무라이들은 마을 사람들을 훈련시키는 등 산적들의 침입에 대비한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각각 개성이 강한 사무라이들과 마을 사람들은 미묘한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드디어 산적들이 침입하자 사무라이들과 마을 사람들은 힘을 합쳐 치열한 전투 끝에 그들을 모두 전멸시킨다. 그리고 살아남은 세 명의 사무라이들은 평화롭게 농사를 짓는 농민들을 뒤로 하고 그 마을을 떠난다.
〈칠인의 사무라이〉에서 흥미롭고 매혹적인 전투 장면들은 긴장과 이완의 패턴을 견지하며 마치 군무와 같이 연출되었다. 마지막 전투 시퀀스는 지속적인 정보의 흐름을 창조하기 위해 어떻게 영상과 음향이 결합되는 지를 잘 보여 준다.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산적 떼가 사무라이와 동네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마을을 공격한다. 여기서 사정없이 쏟아지는 비와 바람 소리가 장면 전체를 통해서 지속적인 배경음을 형성한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대화, 발자국 소리, 뽑아드는 창검 소리 등이 긴 휴지부에 의해 강조된다. 그 휴지부 동안 오직 쏟아지는 빗소리만 들리는데, 갑자기 말발굽 소리가 화면 밖에서 들린다. 이것은 관객의 주의를 마을 사람에서 침략자들로 이동시킨다. 그리고 나서 산적 떼의 롱 숏이 보이는데, 산적 떼의 말발굽 소리가 갑자기 크게 들린다. 이 장면은 생생한 음향 원근감을 사용하는데, 카메라가 음원에 가까울수록 그 음향이 더 커진다. 산적 떼가 마을로 막 쳐들어올 때 또 다른 음향 요소가 나타난다. 즉, 산적 떼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들의 거친 함성이 점점 커진다.
전투가 시작된다. 강풍이 몰아치고 진흙투성이인 화면들과 운율적 편집은 계속되는 비와 철벅거리는 소리의 짧은 소음들이 폭발하듯 끊는 방식으로 강조된다. 그 소음들은 부상자들의 비명 소리, 산적이 쓰러지면서 담장을 무너뜨리는 소리, 말들의 울음소리, 사무라이의 활시위 퉁기는 소리, 창에 찔린 산적이 피 흘리는 소리, 산적 두목이 여자들이 은신한 은신처로 난입할 때 지르는 여인들의 비명 소리 같은 것들이다. 특정한 음향의 갑작스런 침입은 전투상의 급격한 변화와 진전을 표시한다. 이런 빈번한 놀람은 관객의 긴장을 고조시킨다.
이 장면은 가장 중요한 싸움이 끝나면서 절정에 이른다. 화면 밖의 말발굽 소리가 새로운 음향에 의해 끊긴다. 즉 산적이 쏜 날카로운 총소리가 나고 기쿠치요(미후네 도시로)가 나둥그러진다. 긴 휴지부 동안 오직 쏟아지는 빗소리만이 그 순간을 강조한다. 기를 쓰고 일어난 기쿠치요는 격노한 모습으로 저격자를 향해 검을 던지고 진흙 속에 쓰러진다. 그리고 다른 사무라이가 총을 쏜 산적 두목을 향해 달려간다. 다시 한 발의 총성이 들리고, 그도 부상당해 쓰러진다. 다시 휴지부가 이어지는데, 끝없이 쏟아지는 빗소리만 들린다. 부상당한 사무라이가 마침내 산적 두목을 죽이고 다른 사무라이들이 모여든다. 이 장면의 끝에서 젊은 사무라이의 흐느낌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주인 잃은 말들의 울음소리와 발굽 소리, 빗소리가 다함께 천천히 희미해진다.
이 장면은 말발굽 소리, 전투의 함성 등 새로운 서사적 요소로 관객의 주의를 돌리는 음향을 도입한 다음 그 음향을 일련의 흐름 속으로 조절해 넣는다. 그러고 나서 이 흐름은 활 쏘는 소리, 여자들의 비명, 총소리 등 핵심적인 서사 행위와 연관되는, 특이한 음량이나 음조의 음향에 의해 강조된다.
〈칠인의 사무라이〉의 전투 장면은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되었다. 촬영기사들은 마치 운동경기를 담는 것처럼 매우 긴 망원 렌즈를 사용했고, 인물들의 연기를 따라가면서 수평 이동했다. 산적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별로 없다가 그들이 마을에 침입해 전투를 벌일 때에는 점점 빨라진다. 그런 카메라 움직임은 전투의 긴박한 상황을 고조시키며 관객의 감정적인 상승효과를 더하게 한다. 당시 많이 사용되지 않았던 망원 렌즈의 대담하고 효과적인 사용과 다중 카메라 기법은 이 영화 이후로 훨씬 보편적이 되었다. 그리고 빅 클로즈업, 슬로모션과 함축적이고 빠른 편집 효과, 원형을 이용한 화면 구성 등 구로사와의 화려한 영상과 음향 테크닉은 하나의 미학적 경지를 이루고 있다.
〈칠인의 사무라이〉는 농민과 사무라이, 산적이라는 세 집단 사이의 미묘한 갈등과 싸움을 다루고 있지만, 구로사와가 결국 강조하고 있는 집단은 사무라이들이다. 구로사와는 정의로운 사무라이들을 통해 자신의 휴머니즘을 나타낸다. 스토리 구성과 인물 설정의 기본 모티브는 중국의 고전 〈수호지〉에서 따왔지만, 한 영웅적인 인물이 혼란스럽고 무정부적인 마을에 들어가 악을 물리치고 정의를 실현한 뒤 떠난다는 신화적인 구조 설정은 미국 서부영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사무라이에 대한 향수’라는 일본적 의식을 풀어가는 미학적 틀은 서부영화의 거장 존 포드 감독의 〈황야의 결투(My Daring Clementine, 1946)〉에서 차용한 것이다. 카메라를 다루는 기법이나 일부 에피소드는 눈에 띄게 유사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서부 영화와는 분명한 변별점을 지닌다. 즉 마을 사람들과 그들의 보호를 위해 고용된 사무라이들 사이의 절대적인 이질감을 강조함으로써 서구 영화의 원형을 탈피하고 있는 것이다. 일시적으로나마 함께 동맹해 싸우지만, 가족과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마을 사람들과 직업적인 영광을 구하기 위한 사무라이들 사이의 분리는 이 영화의 주된 요소이기도 하다. 조화를 이룬 듯하면서도 결코 섞일 수 없는 개인 간의 문제 내지는 집단 간의 문제를 자주 다루는 구로사와 특유의 연출력이 살아 있는 부분이다.
구로사와는 단순한 모방으로 그치지 않고, 오히려 한 단계 발전시키는 창조적인 모방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그 때문에 구로사와는 미국 영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으면서도 오히려 미국 감독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감독으로 평가된다. 코폴라, 스필버그, 루카스 같은 현대 미국영화의 거장들은 〈대부〉, 〈대추적〉, 〈스타 워즈〉 등의 영화를 만들면서 구로사와의 영향을 숨기지 않았음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구로사와의 영화 대부분이 그렇듯이 〈칠인의 사무라이〉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절묘하게 배합하는 데 성공한 영화다. 그의 영상언어는 일본이라는 경계를 넘어 서구까지 미칠 정도로 세계성과 보편성을 담고 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구로사와가 서구 영화, 특히 미국 영화의 영상 미학을 긍정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라쇼몽〉, 〈요짐보〉가 그랬듯이 〈칠인의 사무라이〉도 미국식으로 번안되어 만들어졌는데, 존 스타제스의 〈황야의 칠인(1960)〉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 영화 역시 〈라쇼몽〉의 번안작 〈폭행〉처럼 흥행에는 큰 성공을 거뒀지만, 원작의 완성도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출처
영화의 줄거리, 설명이나 비평보다는 왜 그 장면이 명장면인가에 초점을 맞춰 내용과 형식을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분석한다. <전함 포템킨>부터 <매트릭스>까지 81명 감독..펼쳐보기
전체목차
영화와 같은 주제의 항목을 볼 수 있습니다.
백과사전 본문 인쇄하기 레이어
[Daum백과] 칠인의 사무라이 –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신강호, 커뮤니케이션북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