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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시기 1959년
감독 장 뤽 고다르(Jean-Luc Godard)
네 멋대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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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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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훔쳐 시골길을 달리는 미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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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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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영화 교과서

많은 평론가들이 현대영화는 〈네 멋대로 해라〉에서 시작되었다고 언급한 것처럼, 1941년 〈시민 케인〉 이후로 이렇게 큰 영향력을 행사한 데뷔작은 없었다. 〈네 멋대로 해라〉는 1960년 전후 유럽의 청춘문화를 상징하는 일종의 아이콘과도 같은 작품이다. 〈네 멋대로 해라〉는 그 시대의 도덕적 분위기를 포착했다. 험프리 보가트의 실존적 이미지에 이끌렸던 젊은이들은 이 영화에서 그러한 현상을 발견했다.

고다르는 권태, 소통 불가능, 허무주의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담아내 전후 급격한 현대화에 대한 부적응으로 방황하는 서구 젊은이들의 초상을 그렸다. 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의 웰 메이드 전통을 거부하고 새로운 영화 형식으로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한 ‘누벨 바그’의 모든 주요 영화 기법들을 보여주고 있다. 35mm 카메라 핸드 헬드, 현지 촬영, 자연광, 즉흥적인 플롯과 무의미한 대사, 소형 이동 녹음기를 이용한 현장 음향 녹음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고다르의 신선한 영화 기법은 점프 컷을 통한 생략적이고 거친 편집 스타일이다.

이 영화의 특징은 우선 두 남녀 주인공의 상반되는 캐릭터가 빚어내는 부조화와 대비효과에서 잘 드러난다. 미셀(장 폴 벨몽드)은 인생을 하나의 스포츠로 생각하는, 권태와 염세주의로 가득 찬 젊은이다. 그는 단지 귀찮아서 경찰을 쏘아 죽이는 등 아무런 주저와 갈등 없이 행동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 어떤 성찰도 없으며 그저 일차적인 욕망에 따라 단선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뿐이다. 반면 파트리샤(진 세버그)는 총명하고 합리적이며 자신의 몸을 이용해서라도 출세하고자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여자다.

즉, 이 두 남녀는 단지 유럽인과 미국인이라는 차이를 넘어 문화적이고 현실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들 사이에는 가벼운 육체적 교환만 있을 뿐, 진정한 의사소통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결국, 파트리샤는 미셀이 귀찮아 밀고하며, 미셀 역시 도망가는 것이 지겹고 귀찮아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영화는 동기 없는 살인과 동기 없는 사랑, 동기 없는 죽음 등으로 이어지는 두 주인공의 행동을 통해 삶의 방향감각을 잃고 방황하는 현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도입부 장면은 시간적, 공간적, 조형적 연속성에 대한 규범을 파괴하는 점프 컷의 예를 잘 보여준다. 미셸은 마르세이유에서 차를 훔쳐 파리로 향한다. 그는 고속으로 시골길을 달리면서 다른 자동차들을 막 추월한다.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느닷없이 관객을 향해 “만일 바다를 싫어한다면, 산도 싫어한다면, 대도시도 싫어한다면, 네 멋대로 해라!”고 내뱉기도 한다. 그러다 두 여자 히치하이커를 발견하고는 잠시 자기 차에 태울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문득 훔친 차 안에서 권총을 발견하고는 태양이 아름답다며 태양을 향해 총을 쏘는 시늉을 한다. 그리고 앞차가 속력을 내지 못하자, “여자 운전자들은 배짱이 없어. 왜 추월을 못할까? 아! 공사 중이군. 브레이크를 밟지 마. 차는 달리라고 만든 거지, 서라고 만든 건가?”라고 중얼거린다. 순간 미셸은 두 오토바이 경찰이 쫓아오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속도를 내 길 옆 나무 숲 속으로 피해 들어간다. 한 경찰은 그냥 지나치고 다른 경찰도 지나쳤다가 다시 미셸에게 다가온다. 자동차를 고치는 척하고 있던 미셸은 갑자기 차 안의 권총을 꺼내 그 경찰을 쏴버린다. 그리고 그는 넓은 초원을 달려 도망친다.

만일 당시 관습적 상업영화들에서라면, 이 장면은 각 행위들을 충분히 묘사하는 많은 별개의 숏들로 구성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네 멋대로 해라〉에서 이 장면은 3분 45초 동안 불과 39개의 짧은 숏들로 이런 행위의 맥락을 전달한다. 자동차를 모는 미셸의 모습은 운전석 옆과 뒤에서 찍은 미디엄 클로즈 숏들, 길 위의 상황은 미디엄 롱 숏들, 그리고 차 앞 유리로 보이면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히치 하이커들, 백미러로 보이는 오토바이 경찰들, 미셸이 자동차 앞 트렁크를 여는 모습, 권총의 빅 클로즈업, 벌판을 가로질러 달리는 롱 숏, 그리고 그 모습에서 페이드 아웃되면, 다음 장면은 차창 밖 거리 모습이 보이고, 미셸이 자동차 뒷좌석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가 차를 얻어 타고 파리에 도착했음을 말해준다. 이런 식으로 고다르는 기존의 편집 방식과는 새로운 스타일인 점프 컷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압축하면서 주요 행위만을 간결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선보였다.

이 장면 외에도 〈네 멋대로 해라〉에서 점프 컷은 여러 장면에서 사용되었다. 가령 파트리샤(진 세버그)가 신문기자와 레스토랑에서 만나는 장면에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계속해서 연결되지만, 컷은 군데군데 툭툭 끊어지듯이 건너뛴다. 대사 내용을 압축하기 위해 점프 컷이 사용된 것이다. 미셸과 파트리샤가 훔친 컨버터블을 타고 파리를 드라이브 장면에서도 카메라는 계속 파트리샤의 뒤통수를 잡고 있지만, 계속 점프 컷 되면서 차창 밖 풍경이 바뀐다. 이것은 바로 두 사람의 관계가 권태롭고 불안함을 나타내고자 함이다.

또한 상대가 오른쪽에 있든 왼쪽에 있든 상관없이 여러 카메라 각도에서 촬영되어 결합되는 대화 장면에서 가상선 위반이나, 의도적인 점프 컷은 예이젠시테인 이후 고전적 할리우드 영화를 지배했던 시공간적 연속성을 중시하는 편집 관습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이전에는 실수라고 생각했던 것을 고다르는 일부러 고집하며 또 하나의 새로운 편집 문법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오늘날 생략 편집과 점프 컷은 영화는 물론 텔레비전에서도 흔히 사용될 정도로 관습적인 영화 언어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1959년 당시에 이런 편집 방식은 아주 혁신적이었고 누벨 바그 스타일 가운데 가장 돋보인 것이었다. 그리고 별것 아닌 장면에서 과장된 음악을 흘려보내거나, 섹스 장면에서 우스꽝스런 행진곡 등을 흘려보내는 등의 부자연스런 사운드 트랙의 사용도 전위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전편을 뒤덮는 ‘무의미한 대화’도 신선하고 주된 선율이 없는 즉흥적인 음악, 혹은 재즈의 스캣을 듣는 것 같은 기묘한 매력이 있다. 마지막 장면 직전, 미셀의 친구가 돈을 전달하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도착하는데, 미셀은 경찰이 들이닥친다며 친구에게 빨리 도망가라고 한다. 그러자 친구가 같이 도망치자고 하는데, 미셀은 “지겨워, 피곤해, 잠이나 자고 싶어”라고 내뱉는다. 그리고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친구에게 “경찰은 두렵지 않아. 짜증나는 건 내 맘이 그 여자로 가득하다는 거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의 마지막 대화, 미셀은 파트리샤의 밀고로 들이닥친 경찰이 쏜 총을 등에 맞고 비틀거리며 달린다. 파트리샤는 그런 그를 발견하고 뒤쫓아 달리기 시작하고, 미셀은 마침내 도로 위에 들개처럼 나뒹군다. 길바닥에 쓰러져 최후를 맞는 미셀은 파트리샤를 올려다보며, 그들이 침실에서 대화하는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을 때와 똑같은 장난스런 입모양을 짓다가 “정말 역겨워”라는 한 마디를 중얼거린다. 그리고는 자기 한 손으로 스스로 눈을 감기고 고개를 옆으로 떨어뜨려 죽는다. 그런 미셀을 내려 보고 있던 파트리샤가 “방금 뭐라고 했지?”라고 옆에 있던 형사에게 묻는데, 형사는 “넌 정말 개 같은 년이야”라고 했다면서 미셀의 마지막 말을 잘못 전달한다.

그러자 파트리샤는 “뭐가 역겹다는 거지?”라며 반문하고는, 미셀이 영화 내내 험프리 보가트를 흉내 내었던 동작처럼 한 손으로 입술을 문지른다. 그리고 파트리샤는 갑작스레 등을 돌리면서, 그 이미지는 페이드 아웃된다. 영화 앞부분에 미셀이 그녀를 기자에게 바래다주면서 주차 직전에 화를 내며 소리쳤던 말인데도, 그녀는 처음 듣는 단어처럼 생경한 것 같다. 영화 내내 두 사람은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데, 마지막까지 그들의 대화는 이처럼 소외로 결말지어진다. 미셀이 자발적인 소외를 선택하고 죽음을 맞았다면, 파트리샤는 본의 아니게 소외에 빠진다. 카메라는 정면으로 그녀의 얼굴을 비추지만, 그녀는 미셀의 마지막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한순간의 소외감을 느끼면서 자신의 입술을 쓰다듬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B급 영화장르였던 필름 누와르 양식을 재해석해 만든 것으로 약 4주 만에 저예산으로 완성되었다. 또 이야기의 2/3 정도가 관례를 벗어나 제 멋대로 전개되고 수많은 대화의 조각들을 끼워 맞추어야 이해가 가능한 내러티브 구조는 당대 아방가르드 예술의 브리콜라주 기법으로부터 차용한 것이다. 그리고 장 폴 벨몽드가 자주 입술을 문지르며 〈말타의 매〉에서의 험프리 보가트의 제스처를 흉내내는 모습이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회화 작품을 이용해 아들인 장 르누아르 감독을 상기시키는 장면, 그리고 장 피에르 멜빌 감독이 단역으로 출연해 평소 자신의 영화관을 늘어놓는 장면 등은 고다르 특유의 상호텍스트적 창작기법을 나타낸다.

〈네 멋대로 해라〉는 1983년 미국에서 짐 맥브라이드 감독이 리처드 기어를 주연으로 〈브레드리스(Breathless)〉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했다. 〈네 멋대로 해라〉의 더 적절한 번역은 ‘숨막히는(Breathless)’보다는 ‘숨이 차는(Out of Breath)’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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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강호 집필자 소개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석사학위(1988), 박사학위(1996)를 취득했다. 1998년부터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영화학회 회장(..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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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 저자신강호 | cp명커뮤니케이션북스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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