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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시기 1945년
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Roberto Rossellini)
무방비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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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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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의 죽음

피나가 잡혀가는 프란체스코의 이름을 애타게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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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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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신부가 형장에 끌려온다. “잘 사는 것보다 잘 죽는 게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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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고통에 찬 정서적 분위기

이 영화는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게 살해된 어느 신부의 실화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당시 징병을 피해 숨어있던 로셀리니는 동료 영화인들과 함께 비밀리에 이 영화를 만들었는데, 독일군이 로마에 주둔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들기 시작해 연합군이 로마에 주둔하면서 완성되었다. 전쟁 중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제작 여건이 아주 열악할 수밖에 없었는데, 필름을 구하기 어려워 여러 종류의 필름을 섞어 써야만 했고 로셀리니와 몇몇 배우들은 옷가지를 팔아 제작비를 충당했다고 한다.

또 스튜디오가 전쟁으로 파괴되었기 때문에 사건이 벌어지는 실제 현장에서 촬영할 수밖에 없었으며, 배우 역시 몇몇 전문배우를 제외하고는 현장에서 조달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여건은 오히려 기록영화적인 느낌을 가져왔고 배우들의 연기도 훨씬 생생하여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무방비 도시〉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영화가 기교나 형식이 아닌 정신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런 제작방식은 곧 네오리얼리즘의 특성으로 굳어지게 됐다. 1946년 제 1회 깐느영화제가 〈무방비 도시〉를 계시적 작품이라 평가하며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것은 자유로운 카메라의 움직임과 인물들의 진정성에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이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네오리얼리즘은 역사와 사회의 생생한 묘사에 관심을 갖고 있던 감독들에게 새로운 미학적 모델이 되었다.

피나가 살해당하는 장면은 평범한 행복을 추구하다 잔혹하게 죽어 가는 피나의 모습을 통해 죄 없는 민중들마저 불행에 빠트리는 전쟁의 잔악상을 효과적으로 고발한다. 홀몸으로 어린 아들을 키우면서 힘들게 살아온 피나는 프란체스코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한다. 그런데 하필 두 사람이 결혼하기로 한 날, 독일군이 들이닥치고 아파트 수색이 시작된다. 철저한 수색 끝에 독일군에 의해 프란체스코가 끌려나오고, 그것을 본 피나는 병사들을 헤치고 나가 트럭 뒤에 실려 가는 프란체스코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짖으며 트럭을 쫓아 뛰어간다.

이 무서운 상황이 펼쳐지자 돈 신부는 피나의 아들 마르첼로의 얼굴을 신부복 안으로 묻는다. 프란체스코는 트럭 위에서 “그녀를 붙잡아요!”라고 소리치는데, 갑작스럽게 마른 기관총 소리가 난다. 그리고 프란체스코의 시점으로 총을 맞고 쓰러지는 피나가 보이면서 슬픈 음악이 깔린다. 이때 마르첼로도 절규하며 스타킹 밴드를 완전히 드러내놓고서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는 엄마 시체를 안아보지만 돈 신부가 마르첼로를 안타깝게 떼어놓는다. 피나는 사랑에 빠진 여자이며 한 아이의 어머니이고 동시에 이태리 서민일 뿐이었지만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다. 총탄 세례 속으로 달려가는 임신한 피나의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장면은 모두 망원렌즈를 사용해 뉴스릴(newsreel)각주1) 식으로 찍은 것으로, 인습적인 영화 양식이 가혹한 고통에 찬 정서적 분위기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로셀리니는 명확한 양식으로 몇 가지 불확실한 서사상의 난점들을 납득시킨다. 더 고전적인 영화라면 프란체스코는 피나를 죽인 자를 보았을 것이고 영화의 나머지는 그가 복수하는 것으로 채워졌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피나는 누군가가 갑자기 쏜 총에 맞아 죽고 죽인 자는 결코 밝혀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 정서적인 분위기도 긴장에서 희극으로, 다시 긴장에서 그리고 결국 충격과 슬픔으로 갑작스럽게 변화한다.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여주인공 피나의 갑작스런 죽음은 1945년 당시의 관객이 미리 준비하지 못한 충격을 주게 된다.

영화에서 돈 신부는 총살을 당하는 비극적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유머러스한 일면을 가진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아이들과 축구를 하는 장면에서 돈 신부가 처음 소개되는데, 축구공을 머리에 맞은 표정이 무척 우스꽝스럽다. 그리고 만프레디의 부탁으로 자금 조달책을 접선하러 갔다가 잠시 기다리는 장면에서 그는 나체의 여신상과 마주보고 있는 성자상을 슬쩍 뒤로 돌려놓는다.

또 독일군 수색대가 만프레디가 숨어있는 아파트에 들이닥쳐 주민들을 몰아내고 집들을 뒤질 때 영화는 고도로 긴장된다. 돈 신부는 한 소년이 아파트 안에 폭약을 감춰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르첼로와 함께 병자를 핑계로 아파트 안에 들어가는데, 무기를 노인의 침대에 감춘다. 그러나 노인이 죽어가는 체하지 않으려 하자 그를 프라이팬으로 때려 기절시킨 뒤 위기를 모면한다.

이 장면은 서스펜스 속에 우스꽝스런 희극을 유발해서 잠시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를 연출하고 있다. 영화가 혹은 삶이 격정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로셀리니 감독은 이렇게 비극적인 이야기 속에 희극적 요소를 군데군데 삽입하고 있다. 일상의 애환이나 삶의 아이러니가 때로는 유머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만프레디 고문 장면에서 나치 친위대 장교는 만프레디에게 지하 조직 동료들의 이름을 대라고 윽박지르면서 그의 몸을 용접용 버너로 고문한다. 그리고 돈 신부의 두려움을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두 사람 사이의 방문을 열어놓는다. 이때 로셀리니는 고문하는 장면을 직접 보여주지 않고 소리를 강조함으로써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해 더욱 끔찍한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 이 장면에서 잔인하게 보이거나 여느 다른 영화의 고문 장면보다 특별히 더 잔인하도록 묘사된 것은 없다. 하지만 관객이 이 장면을 잔인하게 느끼는 것은 바로 이 영화의 전체적인 사실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고문 도중에 게쉬타포 장교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시 다른 방으로 가는데, 한 술에 취한 게쉬타포 장교가 나치 이념에 냉소적인 말들을 내뱉는다. 이 장면을 통해 로셀리니 감독은 전쟁의 비극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고문을 견디지 못한 만프레디가 숨을 거두자 격분한 돈 신부는 신을 모독하는 말을 한다. 그러다가 곧장 다시 이성을 되찾고 용서를 구하는데, 성직자이면서도 평범한 인간일 수밖에 없는 그의 모습을 통해 극적인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다.

〈무방비 도시〉의 마지막 장면에서 형장으로 끌려가는 돈 신부는 “잘 사는 것보다 잘 죽는 게 더 힘들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이 영화가 가지는 무게를 다시 실감하게 되며 숙연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처형 부대가 총을 겨누자 형장 너머 울타리에서 신부와 함께 축구를 하던 아이들이 무언의 함성으로 휘파람을 분다. 그리고 이탈리아 군인들은 차마 신부를 쏘지 못한다. 그러나 독일군 장교에 의해 돈 신부는 처형되고 신부의 죽음을 목격한 아이들의 얼굴에 절망적인 표정이 교차된다. 그리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들 너머 저 멀리 로마 시내 바티칸 성당이 보이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겁에 질린 아이들의 눈망울 앞에서 총에 맞아 쓰러지는 친절한 신부의 모습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한 가지 믿음으로 뭉쳐 있다. 그것은 바로 내일에 대한 희망이다. 무참하게 거리에서 죽는 피나도, 모진 고문으로 숨진 만프레디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숭고한 모습으로 숨진 돈 신부도 모두 미래에 대한 믿음으로 기꺼이 자신들을 희생하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을 아이들의 모습으로 장식하는 것은 아이들이 이탈리아의 미래에 희망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이탈리아의 미래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기독교적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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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강호 집필자 소개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석사학위(1988), 박사학위(1996)를 취득했다. 1998년부터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영화학회 회장(..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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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 저자신강호 | cp명커뮤니케이션북스 도서 소개

영화의 줄거리, 설명이나 비평보다는 왜 그 장면이 명장면인가에 초점을 맞춰 내용과 형식을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분석한다. <전함 포템킨>부터 <매트릭스>까지 81명 감독..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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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무방비 도시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신강호,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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