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꾼 명장면으
로 영...
8 1/2
제작시기 | 1963년 |
---|---|
감독 |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
목차
접기첫 장면
마지막 장면
과거, 현재, 꿈, 환상 속에 등장했던 모든 인물들이 하얀 옷을 입고 나타난다. 그리고 귀도는 서커스 광대들과 사람들의 움직임을 연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도 아내 루이자의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춤추는 사람들의 무리에 가담한다. 어둠이 짙게 깔리고, 사람들이 사라진 서커스 무대의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홀로 플루트를 연주하던 어린 귀도도 마침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내면의 초현실적 시각화
〈8 1/2〉은 한 영화감독의 영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주제로, 인간의 의식과 내면세계를 뛰어난 시각적 스타일로 묘사한 영화사의 걸작이다. 펠리니는 새 영화를 앞두고 고민하는 귀도(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를 통해 영화감독이 겪는 두려움과 혼동을 그리고 있는데, 귀도는 곧 펠리니 자신을 반영하고 있다. 펠리니는 주인공 귀도에게 자신이 촬영장에서 즐겨 쓰던 모자를 쓰게 하고, 검은색 양복을 입게 하는 등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반영했다.
〈8 1/2〉은 영화에 관한 영화, 감독에 관한 영화이자 펠리니 자신에 관한 영화로, 이른바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의 문제를 탐구한 작품으로 읽어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귀도는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와 배우들에게 항상 둘러싸여 있다. 그들은 그에게 영화에 대한 의견과 생각을 끊임없이 질문해대지만, 정작 감독인 귀도 자신은 아무 대답도 해 줄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다. 예술가로서 다시 비상하기를 갈구하던 귀도가 자신의 창조성의 근원을 찾아내려 하면서 플롯이 전개되는데, 이렇게 불안정하고 혼란에 빠져있는 귀도의 처지를 표현하기 위해 펠리니는 고전적 영화의 시공간적 관습을 파괴하면서 다양하게 시공간을 조작했는데 현실과 과거, 꿈과 환상이 혼란스럽지만 매력적인 모습으로 스크린에 펼쳐진다.
영화의 첫 장면은 귀도가 교통체증으로 자동차의 답답한 실내에 갇혀 폐쇄공포증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그는 차안에서 빠져 나오려고 애쓰지만 차안은 연기로 가득하게 되고, 다른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꼼짝도 없이 고통을 호소하는 귀도를 무관심하고 냉담하게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어서 낯설고 섬뜩하게 느껴지고, 한 사내가 차안에서 여자의 가슴을 더듬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질식할 것 같던 귀도는 간신히 기적처럼 차안에서 천천히 빠져 나와 자동차 위를 조용히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이윽고 터널을 통과한 뒤 한없이 날아올라 하늘을 떠다니기 시작한다. 자유롭게 느껴지는 순간 어느 해변 위에서 귀도는 발목에 줄이 매달려 연처럼 하늘에 걸려 있다. 놀랍게도 그 아래서 그 줄을 잡고 있는 사람은 귀도 자신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자신이 다리에 연줄처럼 매어있는 밧줄을 끌어당기자, 귀도는 갑자기 부서지는 파도를 향해 추락한다. 의사가 귀도를 깨우자 우리는 그제야 이 장면이 그의 악몽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 장면은 비록 예상을 할 수는 있지만 꿈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없다. 그 이미지들이 매우 낯설기는 하지만 귀도가 깨어날 때까지는 관객을 위한 어떤 설명도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초현실적인 작품을 보고 있는지 아니면 꿈이나 환상을 보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이 첫 장면은 귀도가 느끼는 불안과 무기력, 폐쇄공포증을 표현함으로써 귀도가 처한 상황과 심리를 영상으로 대변한 것이다.
〈8 1/2〉의 유명한 마지막 장면은 귀도의 상상으로 벌어진다. 이 장면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탁월한 시각적 움직임을 통해 펠리니의 아름다운 미장센 감각을 보여주면서 영화의 주제적 의미를 함축한다. 과거, 현재, 꿈, 환상 속에 등장했던 모든 등장인물들이 정화된 느낌의 하얀 옷을 입고 나타나고, 귀도는 아내 루이자(아누크 에메)에게 이제 자기는 삶의 자유와 가치를 느낀다고 말했다가 곧 다시 애매한 말을 늘어놓는다. 그리고 귀도는 서커스 광대들과 인물들의 움직임을 연출하기 시작하고, 자신도 루이자의 손을 이끌어 원을 그리며 춤추는 사람들의 무리에 가담한다. 밤이 오고, 사람들이 사라진 서커스 무대의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홀로 플루트를 연주하던 어린 귀도도 마침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영화의 결말은 귀도가 사람들 속에 합류해 그들의 일부가 됨으로써 마음의 평정을 찾는다는 것을 나타내지만, 영화는 문제의 해결을 충분히 제시하지 않고 일종의 축제로 끝난다. 루이자에 대한 귀도의 대사는 우유부단하고 자신 없는 것으로, 그는 어떤 중요한 점에서는 변하지 않았다. 가령, 그는 정부인 카를라와의 관계에 대해 루이자를 계속 속일 수도 있고, 또 얼마나 결혼생활을 지속할지도 의문이다. 그는 루이자를 원하면서도 또한 카를라와 다른 여자들을 필요로 한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그가 한 남자와 예술가로서 앞으로 다시 인생의 절반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귀도는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혼돈을 그대로 인정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그리고 자기의 영화 작업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고 또 모든 존재의 의미를 인식하게 되었다. 그것은 자신의 기반에서 벗어나 다른 의미들을 영화에 담고자 했던 감독이 결국 다시 자신의 본질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스타 감독이 직면한 창작의 고통에 관한 이 우월한 영화는 이후 프랑스와 트뤼포의 〈데이 포 나이트〉, 밥 포세의 〈재즈의 모든 것〉, 아서 펜의 〈미키 원〉, 폴 마줄스키의 〈이상한 동화나라의 알렉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성스러운 창녀에 대한 경고〉, 우디 알렌의 〈스타더스트 메모리〉, 난니 모레티의 〈달콤한 꿈〉같은 많은 영화들에서 모방과 변형을 통해 경의가 표해졌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출처
영화의 줄거리, 설명이나 비평보다는 왜 그 장면이 명장면인가에 초점을 맞춰 내용과 형식을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분석한다. <전함 포템킨>부터 <매트릭스>까지 81명 감독..펼쳐보기
전체목차
영화와 같은 주제의 항목을 볼 수 있습니다.
백과사전 본문 인쇄하기 레이어
[Daum백과] 8 1/2 –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신강호, 커뮤니케이션북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