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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 제주도 서귀포시 이중섭로 2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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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화가로 불리는 이중섭은 우리나라 대표 화가 중 한 명이다. 그가 그린 〈흰 소〉와 〈황소〉는 교과서에도 실려 모르는 이가 없다. 이중섭이 가족과 함께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낸 곳이 바로 서귀포다. 그는 서귀포에 머물며 〈서귀포의 환상〉, 〈섶섬이 보이는 풍경〉, 〈바닷가와 아이들〉 등을 그렸다. 이중섭미술관은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손 편지와 만화 등 그의 일상까지 엿볼 수 있는 전시물이 많다. 미술관 주위로는 이중섭의 생가와 공원도 있어 아이와 손잡고 거닐기 좋다.
아버지 이중섭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미술관
제주도는 크게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나뉘는데 남쪽 서귀포는 변시지, 이왈종 등 많은 예술인들의 터전이다. 그 가운데 이중섭을 빼놓을 수 없다. 이중섭은 한국전쟁 당시 원산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1951년 서귀포로 피난을 왔다. 그는 서귀포에서 다시 부산으로 돌아갈 때까지 약 1년 동안 가족과 함께 제주 살이를 했다.
서귀포 생활은 이중섭의 일생에 있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중섭의 일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을 것이라고, 그의 작품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이중섭은 〈흰 소〉나 〈황소〉 같은 소 그림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자연과 아이, 가족도 그림 소재로 자주 다뤘다.
소 그림이 통영 시절의 작품이라면 자연과 아이, 가족에 관한 그림은 서귀포 시절에 즐겨 그린 작품이다. 한 가족의 행복한 한 철이 그림 속에 녹아있다. 아빠이자 남편인 이중섭의 면면을 떠올릴 수 있다. 특별한 체험 프로그램이 없어도 가족과 함께 가볼 만한 미술관으로 추천하는 건 그런 까닭이다. 그의 작품 속 서귀포와 지금의 서귀포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길을 따라 걸으며 만나는 이중섭
이중섭미술관은 '이중섭거주지'와 '이중섭공원'이 맞닿아 있다. 진입로는 태평로와 이중섭거리 두 곳이다. 태평로에서 들어오면 올레길이 정감 있게 펼쳐진다. 길과 나란한 돌담 곁에는 고목의 팽나무 두 그루가 방문객을 반긴다. 이중섭의 그림 〈섶섬이 보이는 풍경〉각주1) 에 그려 넣은 나무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200년 된 수령이나 나무의 위치로 봤을 때 어렵잖게 가늠해볼 수 있다.
봄날에는 돌담 길을 따라 유채꽃이 노랗게 피어난다. 돌담의 좌우는 이중섭 거주지와 이중섭공원으로 길이 이어진다. 이중섭공원에는 계절마다 벚꽃과 유채, 매화 등이 곱게 수를 놓는다. 미술관 관람 전후로 느릿하게 가족 산책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니 여유롭게 들를 것을 추천한다.
돌담 왼쪽의 이중섭거주지는 이중섭거리와 이어진다. 마당이 딸린 조촐한 초가집이 바로 이중섭거주지다. 이중섭의 네 식구는 초가집의 오른쪽 구석 쪽방에서 살았다. 문턱을 넘어서면 솥을 얹을 수 있는 자그마한 아궁이가 있고 안쪽으로 1.5평 남짓한 방이 있다. 방 안에는 전구 하나와 이중섭의 사진이 걸려있다. 작은 방에서 가족끼리 발을 맞대며 오순도순 지낸 게 행복했다는 이중섭의 편지 구절이 떠오른다.
- 1이중섭 공원
- 2이중섭 거주지
- 3이중섭이 살던 방
그는 서귀포에 머물며 〈서귀포의 환상〉, 〈섶섬이 보이는 풍경〉, 〈바닷가와 아이들〉 등을 그렸다. 제주의 바다와 게, 아이들이 주인공인 그림은 당시 그의 삶을 반영한다. 가족을 향한 이중섭의 애틋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중섭의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은지화
이중섭거주지에서 조금 더 올라오면 이중섭미술관이 나타난다. 미술관의 형태가 독특하다. 가만 보니 게 모양이다. 아이와 같이 상상력을 동원해 살펴봐도 재밌겠다. 게는 이중섭의 서귀포 그림에 자주 나오는 소재다. 가난했던 그는 아이들과 바다에 나가 게와 조개를 잡아서 끼니를 때웠다. 그리고는 게들에게 미안해 넋을 달래듯 그림 속에 그려 넣었다. 이중섭 그림에서 나오는 동화적 상상력과 역동적인 에너지는 바로 이런 순수한 마음에서 나온 게 아니었을까.
게를 닮은 미술관은 1층 전시실과 2층 전시실 그리고 옥상 전망대로 이루어져 있다. 1층 왼쪽에는 '상설전시실'이, 오른쪽에는 '기념품 판매점'이 있다. 상설전시실에서는 이중섭의 작품과 편지, 그에 관한 신문 기사 등을 전시한다. 시선을 끄는 건 단연 그의 작품들이다.
이중섭미술관은 〈선착장을 내려다본 풍경〉, 〈꽃과 아이들〉, 〈파란 게와 어린이〉, 〈섶섬이 있는 풍경〉 등을 소장하고 있다. 눈여겨볼 작품은 '은지화'다. 은지화는 담뱃갑 은박지에 송곳으로 그린 그림이다. 물감이나 붓을 살 돈이 없었던 이중섭이 자주 사용했던 기법이다. 〈게와 가족〉, 〈아이들〉, 〈물고기와 게와 아이들〉 같은 작품이 은지화다.
그는 1년 만에 서귀포를 떠나 부산으로 갔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부인과 아이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내고, 계속해서 은지화를 그렸다. 은지화는 그림에 대한 이중섭의 열정과 실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미술관에는 그의 은지화 여섯 점이 나란히 걸려있다. 자그마한 은박지에 세밀하게 그린 그림은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미술 재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은지화는 그 자체로 교육이다. 이어지는 벽에는 아내 남덕과 주고받은 편지가 걸려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다. 전시실 중앙에는 그가 생전에 쓰던 팔레트도 놓여있다.
이중섭의 손 편지와 익살스런 그림을 볼 수 있는 전시
가족에 대한 이중섭의 사랑은 2층에서도 계속 느낄 수 있다. 2층은 '기획전시실'로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기획전시실에는 이중섭의 또 다른 편지도 걸려있다. 편지에는 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익살스런 그림도 그려져 있다. 특히 네 사람이 한데 어울려 얼싸안고 있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일본어로 쓰인 편지라 내용을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그림만으로도 편지가 품고 있는 마음을 가늠해볼 수 있다.
1, 2층 전시관을 돌아보고 옥상으로 올라가면 제주도 일대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미술관 앞쪽으로 이중섭공원과 이중섭거주지, 이중섭거리 등이 보이고 바다 쪽으로는 섶섬과 문섬 그리고 서귀포항과 새섬 각주2) 등이 보인다. 이중섭의 <섶섬이 있는 풍경>을 자세히 봤다면 섶섬을 찾기 어렵지 않다. 이중섭의 그림처럼 세모 모양이다. 풍경과 그림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나오는 길에 있는 1층 기념품 판매점에서는 이중섭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지 않은 작품들을 기념품을 통해 간접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서귀포의 환상〉, 〈그리운 제주 풍경〉 같은 작품은 서귀포 시절 이중섭의 소박한 행복을 느껴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서귀포의 환상〉은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이뤄진 그림이다. 바닷가에서 아이들이 과일을 나르는 모습을 담았다. 유토피아나 무릉도원으로써의 제주를 연상케 한다. 〈그리운 제주도 풍경〉은 이중섭이 제주도를 떠나 제주 시절을 그리워하며 그렸다. 모래사장에서 게를 잡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중섭과 아내 남덕의 모습을 담았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이중섭공원이나 이중섭거주지에 앉아, 이중섭처럼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을 서로 그려봐도 좋겠다. 작가의 그림처럼 서로의 행복한 모습을 담는것보다 훌륭한 작품과 체험은 없다.
- 1이중섭거리에 있는 보도블럭
- 2이중섭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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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산책길
이중섭미술관 주변에는 예술가들의 혼이 깃든 공간이 많다. 그중 '작가의 산책길'은 꼭 추천하는 코스다. 이중섭공원과 이중섭미술관을 출발해 '동아리창작공간', '기당미술관', '자구리해안', '소정방', '소암기념관'을 잇는 4.9km의 코스다. 도는 데 약 4시간이 걸린다. 가다가 만나는 기당미술관은 꼭 들어가서 작품 감상을 해보자. 제주를 사랑한 화가 변시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해설사와 함께 작가의 산책길을 돌아보는 방법도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1시에 10명 이상의 참여자가 모일 경우 이중섭공원에서 작가의 산책길 탐방이 시작된다.
이중섭거주지와 접한 이중섭거리에서는 아트마켓도 열린다. 매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다양한 예술 소품과 체험, 공연 등이 어우러진다. 은지화 그리기 체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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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 본 콘텐츠는 2016년 3월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현지 사정에 의해 정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출처
『미술관 과학관 101』는 아이와 함께 가볼 만한 전국의 미술관과 과학관 101곳을 가까운 시가지부터 지방 구석구석까지, 체험거리가 풍성하고 알찬 미술관과 과학관을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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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이중섭미술관 – 미술관 과학관 101, 강민지, 어바웃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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