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위치 |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 삼례역로 81-13 |
---|
전라북도 완주역 근처에는 흥미로운 예술 공간이 있다. ‘디지인뮤지엄’, ‘목공소’, ‘책공방’, ‘북아트센터’, ‘미디어아트갤러리’가 한 동네를 이루는 삼례문화예술촌이다. 90년 전까지 쌀 창고로 쓰였던 공간이다. 시간이 지나 이 곳간에는 쌀 대신 보물 같은 예술품이 가득 채워졌다. 아이들에게는 창고도 미술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다. 물론 공간을 넘나들며 예술 체험도 즐길 수도 있다. 무엇보다 삼례문화예술촌에 새겨진 우리네 아픈 역사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기회다.
공간에 기억을 아로새긴 삼례문화예술촌
완주군 삼례역에서 내린다. 역을 나와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직진하면 옛 삼례역이다. 현재는 세계막사발미술관이 들어섰다. 옆에는 도자기를 굽는 가마터도 있다. 그에 앞서 오른쪽 샛길로 빠지면 삼례문화예술촌이다. 원래는 쌀이나 곡물 등을 보관하던 창고 자리었다. 지금은 '갤러리', '책방', '북아트센터', '목공소', '카페' 등이 모여 예술마을을 이뤘다. 광장을 몇 개의 건물이 둘러 안은 형태다.
- 1~2삼례문화예술촌 전경
근래 들어 우리나라에도 기존의 시설을 재해석한 공간이 부쩍 늘었다. 반가운 일이다. 그 안에 숨 쉬는 이력 때문이다. 역사란 짓고 허무는 게 아니라 희로애락의 모든 자취를 촘촘하게 이어 붙인 시간이라는 것을 공간의 기억이 대신 증명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그 사실이 더욱 값지다. 아이들에게는 예술 공간을 너머 그 터에 아로새긴 시간이라는 기억의 단초가 생긴다. 부모가 그 시간들을 먼저 더듬고 함께 떠나면 좀 더 유익하다.
삼례문화예술촌은 삼례역에서 내려 곧장 가기보다 옛 삼례역에 자리한 '세계막사발미술관'을 들러 오기를 권한다. 둘은 무관한듯하지만 밀접하다. 조선시대부터 삼례역은 교통의 요충지였다. 일제 강점기에도 기차역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제 강점기의 기차역은 수탈의 수단으로 쓰였다. 당시에는 주로 쌀을 수탈했다. 만경평야의 쌀들은 기차와 차량으로 삼례에 도착했고, 삼례의 쌀 창고에서 머물다 다시 기차에 실려 군산역으로, 군산에서 일본으로 빠져나갔다.
삼례문화예술촌의 쌀 창고는 1920년에 지어져 광복 때까지 일제의 수탈에 활용됐다. 1970~1980년대에는 새로 지은 2동을 합쳐 7동이 농협 창고 역할을 했다. 그 후 완주군에서 창고를 매입했고 2013년 6월에 문화예술촌을 꾸렸다. 건물의 원형을 가능한 훼손하지 않고 새롭게 단장했다. 그 결과 그해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옛것과 예술작품의 기묘한 조화를 볼 수 있는 곳
삼례문화예술촌 입구에는 'samsamyeyememe각주1) '라는 간판이 있다. 삼례문화예술촌은 삼삼예예미미협동조합에서 위탁받아 운영한다. 모퉁이를 돌 때면 종합세미나실을 겸한 인포메이션센터다. 일본식 목조건물로 예스런 외관을 그대로 살렸다.
맞은편은 '비쥬얼미디어아트미술관'이다. 녹슨 함석의 벽에는 '삼례 농협 창고'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대문에는 농협 로고가 또렷하다. 안쪽으로 몇 걸음 더 들어가면 중앙 마당이 나온다. 예솔촌의 건물들은 마당을 빙 둘러 자리를 잡았다. 저마다 다른 재료로 지은 건물들은 지난 100년 창고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반면 지붕 높이의 민들레 씨앗 조형물이나 타일로 만든 화단의 현대적 감각도 눈길을 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디자인뮤지엄'부터 발길을 옮겨보자. 부모 세대에게는 지방 소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농협 창고다. 아이보리색 외관에 파란색 지붕이다. 아이들에게는 노란색 농협 로고나 초록색으로 쓴 '협동 생산 공동 판매'라는 표어가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오른쪽 입구에 빨간 대문과 차양은 디자인뮤지엄다운 맵시를 뽐낸다. 디자인뮤지엄은 'Pinup Design Awards' 입상 작품 중에서 위원회가 선정한 작품을 전시한다. 디자인 수상작과 옛 창고의 천장이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아이들은 그 사이로 걸으며, 익숙한 물건과 낯선 모양새의 뮤지엄을 마냥 신기해한다.
디자인뮤지엄을 지나 '김상림목공소'와 '책박물관'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쌍둥이처럼 닮은 붉은 벽돌의 두 건물이 서로 마주하고 있다. 김상림목공소 2층은 1980년대 증축했다. 층 사이에 '불조심'이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는 데 익숙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이색적이다. 인사동에서 '못과 망치'를 운영하는 목수 김상림 씨가 김상림목공소에 정착했다.
내부는 '작업실'과 '목공박물관 겸 전시실'로 나뉜다. 나무 브로치, 나무 촛대 등을 만드는 현장 체험은 6인 이상 예약해야 가능하다. 꼭 현장 체험을 하지 않아도 목수의 작업실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흥미롭다. 안쪽은 그의 작품과 직접 수집한 목공 연장들로 꾸몄다. 작은 박물관이다. 벽에는 세로로 세워진 나무 판자들도 보인다. 쌀 창고였을 때 습기를 막기 위해 썼던 장치로 이 역시 시간의 흔적이다.
시간을 녹인 책방, 예술을 녹인 공간
김상림목공소 건너편 '책박물관'은 부모에게도 반가운 장소다. 원래 영월에 있었으나 2013년 삼례문화예술촌에 새로이 공간을 꾸렸다.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처마 아래 무인 책방이 아이들을 반긴다. 아이와 함께 마음에 드는 헌 책을 골라 구입해도 좋겠다. 안쪽에는 김태형 화가가 그린 철수와 영이가 등장하는 '옛날 교과서', 송광용 씨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40년간 그린 '만화일기' 등을 전시한다. 추억에 젖은 엄마와 아빠가 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다. 책박물관에서는 매해 11월 북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책 벼룩 시장', '책갑 만들기' 등의 행사가 펼쳐져 흥을 더한다.
- 1책박물관
- 2옛날 교과서
한 걸음 떨어진 '책공방북아트센터'에서는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인쇄기, 압착기, 사철기, 활자판 등의 기계가 즐비하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풍경이다. 기계들은 전시용이지만 안쪽 강의실에서는 간접적이나마 그 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다. 체험은 매주 토요일마다 이뤄진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은 '미니북',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은 '스크랩북'을 만든다. 가족이 함께하는 '앨범북' 만들기도 있다. 매주 대상과 주제가 조금씩 달라진다.
- 1활자판
- 2사철기
책공방북아트센터를 나오면 문화카페 '오스'와 '비주얼미디어아트미술관'이 있다. 비주얼미디어아트미술관은 미술관의 이름처럼 비주얼미디어 예술작품이 주를 이룬다. 낡고 예스런 창고에서 가장 현대적인 예술 전시가 펼쳐진다.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공간과 작품 대비가 주는 예술의 감흥은 아이에게도 제법 신선한 자극이다.
벽에는 빗살 무늬로 나무판을 덧댄 옛 창고의 모습이 보인다. 이 또한 과거에는 제습기의 역할을 했다. 아빠가 아이들에게 미술관의 역사를 가르쳐줄 수 있는 요소들이다.
숨은 옛 흔적을 찾아서
예술촌의 면면을 두루 돌아본 후에는 문화카페 오스에서 휴식을 취해보자. 다른 공간과 마찬가지로 옛 창고의 천장이나 구조를 유지하며 멋스러움을 살렸다. 적절한 조명도 나무 재질에 깊이를 더한다. 바깥쪽으로는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정원과 접해 있다. 공간의 틈새마다 걸린 작품도 예술촌의 카페답다.
삼례문화예술촌에는 숨은 보물이 많다. 무심코 시선을 돌릴 때마다 건물 기둥에 적힌 낙서나 대문의 녹슨 자물쇠, 처마 아래 '제1호문' 같은 문패, 호적과도 같은 기록표 등이 고스란히 고개를 내민다. 아이와 함께 숨바꼭질하듯 그 표식을 찾아보며 자연스레 흘러간 시간을 느껴볼 수도 있겠다.
예술만이 아니라 그 터전에 아로새긴 땅의 냄새도 같이 맡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삼례문화예술촌은 예술 공간으로서 완성된다. 육체의 양식을 채우던 쌀 창고가 영혼의 양식을 채워주는 예술작품이 가득한 곳으로 변신한 사실이 우연처럼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동학혁명(갑오농민전쟁)은 농부들과 동학도들이 잘못된 사회를 바로 잡으려 일으킨 저항 운동이다. 삼례에는 동학혁명의 역사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 1892년 동학 최대 규모의 집회가 삼례에서 열렸고, 1984년 2차 농민 봉기도 삼례에서 일어났다. 삼례에서 북쪽으로 올라간 동학농민군은 공주 우금치에서 일본군에게 패하고 순창으로 퇴각했다. 그리고 동학농민군 2차 봉기로부터 20년이 지난 1914년에 일본이 쌀을 수탈하기 위해 삼례역과 만경강 철교를 만들었다. 1920년에는 현재의 삼례문화예술촌에 쌀 창고가 지어졌다.
삽례읍 비비정 정자 아래쪽으로는 1927년에 준공한 만경강 철교가 남아있다. 비비정마을을 방문할 때 가봐도 좋겠다. 만경강 철교는 1914년에 목교로 지어졌고 나중에 길이 476m, 폭 2m의 철교로 바뀌었다. 2011년 수명을 다한 후에는 문화재로 보존 중이다. 이 밖에도 삼례읍 신금리에 '동학농민혁명삼례봉기역사광장'이 있고, 삼례공용버스터미널 앞 도로는 '동학농민길'이라고 이름을 붙여 동학 정신을 기리고 있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
・ ⓘ 본 콘텐츠는 2016년 3월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현지 사정에 의해 정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출처
『미술관 과학관 101』는 아이와 함께 가볼 만한 전국의 미술관과 과학관 101곳을 가까운 시가지부터 지방 구석구석까지, 체험거리가 풍성하고 알찬 미술관과 과학관을 ..펼쳐보기
전체목차
국내여행과 같은 주제의 항목을 볼 수 있습니다.
백과사전 본문 인쇄하기 레이어
[Daum백과] 삼례문화예술촌 – 미술관 과학관 101, 강민지, 어바웃어북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