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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술관 과학
관 101

백남준아트센터

Nam June Paik Art center

과학과 예술의 콜라보레이션

요약 테이블
위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

1917년 마르셀 뒤샹은 남자 소변기를 〈샘〉이라는 제목으로 공개했다. 주최 측으로부터 전시를 거절당하기는 했지만 〈샘〉은 현대미술의 전환점이 되었다. 〈샘〉 이후 현대미술에서 더 이상의 파격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백남준은 현대미술의 파격적인 다음 세계를 열었다. 그는 TV를 소재로 획기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작가다. 그의 창작 원동력은 늘 새롭게 질문하는 것이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의 예술혼을 고스란히 담아 아이들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텔레비전으로 그림을 그리다

한 장르를 개척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무엇이든 처음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백남준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다. 이제는 비디오 아트가 활발하지만 그가 첫 개인전을 선보였을 때만 해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전까지 예술계는 회화나 조각 등이 중심이었다. 또한 뒤샹이 기성품 소변기를 소재로 〈샘〉을 선보인 이후 작품을 '만든다'는 개념마저 흔들렸다. 백남준은 그 대안으로 비디오아트를 주창해서 많은 예술가들의 공감을 얻었다.

2008년 그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미술관이 개관했다.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다. 2003년에 국제현상설계공모에서 독일 건축가 크리스틴 셰멜과 마리나 스탄코빅의 설계안이 채택됐다. 공사는 2006년 5월에 시작됐다. 아쉽게도 백남준은 그보다 5개월 앞선 2006년 1월에 생을 마감했다. 그는 아트센터가 완성되는 걸 보지는 못했지만, 이곳을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고 불렀다. 현재는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백남준아트센터를 찾는다. 특히 영상 세대인 아이들은 한층 쉽게 작품과 자신의 접점을 찾는다. 물론 아이가 작품 안에 담긴 철학까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런들 어떠랴.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소재로 만든 작품을 관람하는 것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다. 백남준의 작품을 보며 아이들은 작가는 '창작'하고 관람객은 '감상'하는 일방적인 예술만 있는 게 아니라 관람객이 참여해 작품을 만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는 현대미술의 특징을 알아간다. 아이가 백남준의 작품과 어렴풋하게나마 소통해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백남준의 첫 개인전

초창기 그는 전위 음악가였다. 1960년에는 피아노 2대를 부수고 자신의 스승인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자르는 급진적 퍼포먼스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연습곡'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1963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독일 부퍼탈 파르나스 갤러리에서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Exposition of Music : Electronic Television)'이라는 제목으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장치를 연결한 4대의 피아노와 변환된 13대의 텔레비전 그리고 진짜 소머리 등을 갤러리에 배치했다. 또한 관람객이 작품을 직접 만지거나, 작품이 관람객의 행위에 반응하도록 해서 양방향의 예술 교감이 가능하도록 했다.

백남준

백남준의 작업실을 들여다보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외관부터 눈길을 끈다. 지하 2층과 지상 3층의 건물로 겹겹이 유리로 둘러싸였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알파벳 'P' 모양이다. 백남준의 영문 성 'Paik'의 첫 자를 땄다. 초창기 백남준은 전위 음악가였는데 음악 퍼포먼스가 해를 거듭하며 비디오아트로 진화했다. 이런 점을 승화시켜 건물 외관은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 모양으로 설계했다.

    • 1백남준아트센터 전경
    • 2백남준아트센터 외관

수식라는 수수께끼 같은 수식이 건물의 외관을 장식한다. 모호한 수학기호의 의미가 아이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백남준이 자신의 쉰 네 번째 생일을 기념해 작품 속에 적은 수식이다. 어떤 질문(?)을 뒤집어 새로운 질문(수식)으로 변형할 때 무한한 변형과 순환(∞)이 일어난다는 의미다. 정답을 정해두지 말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 무한한 상상력의 발로라는 백남준식 표현이다. 아이들에게도 현재의 답을 찾는 데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하라는 의미를 던진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는 1년에 두 차례 정도 바뀌는 상설전시 '백남준'전과 그의 예술관을 미래로 확장한 기획전 중심으로 열린다. 1층 입구로 들어서면 오른쪽에는 '백남준 라이브러리'와 '카페테리아'가 있다. 전시실은 왼쪽으로 들어서면 나타난다. '제1전시장'에는 〈TV 정원〉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TV 정원〉은 백남준의 1974년 작품이다. 아트센터는 '열대 숲의 원시적 생명력과 비디오 판타지의 리듬이 주파수를 맞추면서 생명 박동을 낳는 작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마치 열대우림 가운데 텔레비전이 열매나 꽃처럼 피어난 듯하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소재는 뜻밖에도 동화나 만화에 나오는 그림 같은 숲을 만든다.

백남준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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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은 '아트스토어'와 '제2전시장' 그리고 '메모라빌리아'로 이어진다. 메모라빌리아는 백남준의 뉴욕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이다. 온갖 잡동사니의 집합 같지만 혼돈 가운데 작가의 열정이 느껴진다. 아이들은 세계적 작가의 작업실을 간접 방문하는 셈이다. 어지럽혀진 백남준의 작업실을 보며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 1메모라빌리아
    • 2제2전시장 전시 모습
세계를 들썩거리게 한 뮤직비디오의 제작자가 백남준이었다고요?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로 전 세계가 들썩거렸던 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은 유튜브 조회 수가 무려 25억 건이 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데 싸이 이전에 뮤직비디오로 전 세계를 뒤흔든 사람이 이미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백남준이다. 그는 실험적인 음악 방송으로 세계 예술사에 큰 획을 남겼다. 백남준은 1970년 미국 보스톤의 한 방송국에서 4시간짜리 영상 《비디오 코뮨》을 선보였다. 《비디오 코뮨》은 생방송이었는데, 비틀스 음악과 함께 비디오 합성 이미지를 내보냈다. 세계 최초로 비디오아트가 방송되는 순간이었다.

백남준은 춤과 음악 같은 대중예술이 텔레비전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되길 바랐다. 대중예술이 세상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만 해도 텔레비전은 가격이 비싸서 특정 계층만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즐기는 대중매체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유튜브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영상을 올릴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백남준이 꿈꿨던 1인 방송국의 시대가 드디어 도래한 것이다. 지금은 매체를 통해 대중예술을 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지만, 백남준이 살았던 시대에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중예술의 첫걸음에 백남준이 있었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비디오 코뮨》의 한 장면

〈참여 TV〉에서 〈달은 가장 오래된 TV〉까지

〈TV 정원〉과 '메모라빌리아'를 제외하면 나머지 작품은 전시 테마에 따라 위치한다. 전시장에는 백남준과 여러 비디오아트 작가의 작품을 테마에 따라 교체 전시한다. 백남준의 작품 가운데는 1963년 〈참여 TV〉와 1974년 〈TV 부처〉, 2001년 〈슈베르트〉, 〈찰리 채플린〉, 〈율곡〉 등이 흥미롭다. 마이크와 앰프를 장착한 〈참여 TV〉는 백남준의 첫 개인전에 등장한 작품이다.

1963년에 제작한 〈참여 TV〉가 청각 위주라면 1998년 제작한 〈참여 TV〉는 관람객이 마이크에 소리를 내면 음향의 증폭을 TV에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취했다. 예측할 수 없는 선들이 춤추듯 움직인다. 〈TV 부처〉는 카메라가 텔레비전을 보는 불상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텔레비전에 내보내는 작품이다. 1974년 쾰른현대미술관 퍼포먼스에서는 불상 대신 백남준이 법의를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TV 물고기〉는 24대의 컬러 모니터와 24개의 어항으로 이뤄진 작품이다. 모니터로 인해 어항이 시각적으로 확장돼 보인다. 여러 어항과 영상이 교차하며 관객을 매료시킨다.

〈참여 TV〉와 〈TV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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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마차〉는 코끼리를 탄 부처가 우산을 쓴 채 18개의 TV로 이뤄진 마차를 끌고 가는 모습이다. 텔레비전의 진화나 인류의 유토피아를 향한 여행 등 해석 또한 천차만별이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만의 해석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해도 좋겠다.

하나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기획전도 흥미롭다. 2014년 2~6월까지는 백남준의 〈달은 가장 오래된 TV〉를 중심으로 여러 작가들이 참여한 '달의 변주곡'이라는 기획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초승달이 보름달에 이르는 과정을 12개의 모니터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를 통해 각각 다른 시각이 동시에 공존하는 것을 보여준다. 백남준은 달에서 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다고 상상하는 민족이 한국과 중앙아시아밖에 없다는 것에 착안해 작품을 구상했다.

2014년 7월에서 2015년 1월까지는 1984년 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 기반을 둔 '굿모닝 미스터 오웰 2014'전이 열렸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1984년 1월 1일 위성을 이용해 뉴욕과 파리를 실시간으로 연결한 프로젝트로 이 생방송은 다시 4개국 텔레비전 방송을 탔다. 30여 팀, 100여 명의 예술가가 참여했고, 약 2500만 명의 사람들이 텔레비전으로 시청했다. 예술이 공간의 제약을 넘어 상호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금은 인터넷과 통신, 스마트폰의 발달로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예술을 공유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1980년에는 상상할 수 없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그는 시대를 앞서 예술로 미래를 예언한 셈이다.

예술은 무엇일까, 달인가, 아니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일까

작품과 좀 더 끈끈한 교감을 원한다면 도슨트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평일에는 오후 2시와 4시 두 차례, 주말에는 오전 11시와 오후 1시가 더해져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백남준의 작품은 영상이라 쉬울 거라 생각하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은 깊고 풍성하다. 도슨트의 설명은 아이들과 작품 사이에서 디딤돌 역할을 한다.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전시 중인 작품과 연계해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의 느낌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활동이다. 예를 들면 모나 하툼의 작품 〈너무나 말하고 싶다〉와 연계한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일상에서 통제받았던 상황이나 하고 싶은 말을 몸으로 표현하는 내용이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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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전파-미디어바이러스'전이 열렸을 때는 전시를 감상한 후 뮌의 〈솔라리스의 바다〉라는 작품을 아이들 각자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솔라리스의 바다〉는 사람과 기관 등의 유기적 관계를 반짝이는 전구가 달린 여러 개의 원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먼저 부모와 자녀 간의 공통 키워드를 찾고 그 관계점을 바탕으로 별 조명 작품을 만든다. 아이들은 전시된 작품만 봤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작가의 장착 의도를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이해하게 된다.

    • 1〈솔라리스의 바다〉

      ‘슈퍼전파-미디어바이러스’전 중

    • 2〈지문의 연못〉

      ‘슈퍼전파-미디어바이러스’전 중

백남준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묻는다. "예술은 무엇일까요? 달인가요? 아니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일까요?" 예술의 감흥은 시간이 지나 손가락에서 달을 향하고 언젠가는 그 너머의 우주를 물을 수도 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그 출발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한 번쯤 꼭 가볼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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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립어린이박물관 & 지앤아트스페이스

백남준아트센터가 위치한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은 함께 돌아볼 수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여럿 있다. 센터 뒤쪽은 바닥에서 벽으로 이어지는 벽돌길이 재밌다. 반대편 아트센터 건물의 유리와 대비를 이룬다. 그곳을 지나면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 〈안전콘〉이 있다. 우리 사회의 금지와 억압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안전콘〉을 지나면 낮은 언덕의 공원이 있다.

데니스 오펜하임, 〈안전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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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너머로 길이 이어지는데, '경기도박물관'과 '경기도립어린이박물관'으로 갈 수 있다. 멀지 않은 거리여서 함께 다녀와도 좋다. 반대로 백남준아트센터 정문에서 도로를 건너면 '지앤아트스페이스'도 있다. 도예 체험도 하고 미술관도 볼 수 있고 밥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건축가 조성룡이 설계했다. 지앤아트스페이스는 백남준아트센터와 조화롭게 보이도록 건물을 지하로 숨겼다. 두 건물은 마치 도로를 사이에 두고 연결된 듯한 느낌을 준다.

    • 1경기도립어린이박물관
    • 2지앤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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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 본 콘텐츠는 2016년 3월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현지 사정에 의해 정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출처

미술관 과학관 101
미술관 과학관 101 | 저자강민지 | cp명어바웃어북 도서 소개

『미술관 과학관 101』는 아이와 함께 가볼 만한 전국의 미술관과 과학관 101곳을 가까운 시가지부터 지방 구석구석까지, 체험거리가 풍성하고 알찬 미술관과 과학관을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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