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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가 '자전거의 수도'가 된 까닭

경상북도 '상주'는 고요한 아름다움이 있다. 태백 황지연못에서 발원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510km의 낙동강이 굽이굽이 흘러들어 드넓은 충적평야를 만들었고, 예로부터 '풍요의 땅'이라 불렸다. 충청북도와 경계선에 있는 속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이 병풍처럼 지키고, 그 절경을 이룬 문장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사계절 끊이지 않는다.

'삼백(三白)의 고장' 상주하면 곶감, 누에고치, 쌀이 바로 떠오르는데 우리나라 곶감의 60%가 상주에서 출하된다. 곶감과 더불어 누에의 고운 명주와 명품 상주 쌀 등이 상주를 대표하는 얼굴이다. 그리고 이제는 '자전거의 수도, 상주'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이는 누군가 애써 포장한 수식어가 아니라 100년 전부터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상주의 자전거 보유 대수는 8만 5000여 대로 한 가구당 두 대꼴로,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 평야가 많은 지형적 특성 때문에 아스팔트와 강변, 다리 어느 곳에서도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낙동강 최고 절경이라는 경천대에는 MTB 코스가 2km가량 개설되어 있다.

아빠에게 배워보는 자전거 이야기, 상주 자전거박물관

상주 자전거박물관은 엄숙함과 거리가 멀다. 자전거박물관답게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주기 때문에, 상쾌하게 불어오는 낙동강의 강바람을 맞으며 신 나게 페달을 밟는 아이들이 쏟아내는 특유의 까르르 웃음소리가 박물관 앞마당에 가득하다. 아이들은 아빠에게 처음으로 두 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연인은 2인용 자전거를 빌려 함께 추억을 남긴다.

햇살 좋은 날 가족 나들이 코스로 탁월한 이곳은 드넓은 광장이 있어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자전거박물관에서는 200년 된 자전거에서부터 기능별 자전거, 역사적 현장의 자전거까지 각양각색의 자전거를 구경해볼 수 있다.

2층의 기획전시관에는 각국의 이색자전거가 전시되어 있다. 입장하자마자 클래식 자전거가 눈에 띈다. 한쪽 바퀴가 현저히 크거나 작은 오디너리 자전거를 보면 "어떻게 균형을 맞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라는 질문이 나온다. 1871년 영국의 제임스 스탈리가 처음 만든 지면에서 높이 떠 있는 이 자전거는 중심잡기가 어려워 위험했다고 한다. 그러나 빅토리아 시대 후기 그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고, 자전거 타기가 운동 경기로 발전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0.1%의 소수를 위한 자전거'라는 이름을 가진 '발드마이스터'(waldmeister). 세상 최고의 자전거를 만들려는 장인들의 집념은 자동차보다 비싼 자전거를 탄생시켰다. 너도밤나무의 일종으로 만든 프레임은 비취목(beechwood) 100겹을 압착했고, 헤드셋과, 체인, 휠, 타이어, 안장 모두가 최첨단 하이테크 소재로 만들어졌다.

'뱀브(bamb)'라는 이름의 자전거 회사에서 만든 뱀부 로드 바이크와 1898년 제작된 오리지널 여성용 자전거인 레이디스 쉐프트 드라이브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다양한 자전거에 놀란다.

로비에 전시된 5층 자전거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전거 다섯 대의 프레임을 5층으로 연결하여 만든 묘기자전거의 일종이다. 전시된 5층 자전거는 상주자전거축제 때 퍼레이드에 참가한 자전거다.

숏다리는 탈 수 없었던 최초의 자전거

1층 상설전시관은 '역사자전거찾기', '안전자전거찾기', '건강자전거찾기', '자전거체험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드라이지네'는 1816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특허를 얻은 세계 최초의 자전거인데, 방향을 바꿀 수 있었던 첫 자전거다. 페달 없이 좌우발로 번갈아 땅을 차며 나아가는 것이 특징이다. 'K.맥밀런 자전거'는 최초로 사람이 땅에서 발을 떼고 달린 자전거다. 1839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대장간을 하던 커크패트릭 맥밀런이 만들었다.

'나는 새' 한국 자전거의 역사

과거 우리나라 자전거도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 자전거 역사의 시작은 고휘성이 1896년에 장안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다닌 것과 서재필 박사가 독립문 신축 현장에 갈 때 자전거를 탄 것이 처음이라고 전해진다. 이때 사람들은 자전거를 '괴물차' 혹은 '나는 새'라고 하며 신기하게 여겼다고 한다. 막걸리 배달용 짐바리 자전거, 우편배달용 자전거, 쌀 자전거 등을 보면 "맞아! 그땐 그랬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상주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거도 전시되어 있다. 1947년산 미야타자전거인데, 1967년 상주 인평 주민이 당시 쌀 한 가마니(2800원) 가격을 주고 구입한 자전거다. 50년이 넘도록 자전거점을 운영하던 김수길 씨의 자전거 장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래 내역을 꼼꼼히 기록해두어 당시 물가를 짐작할 수 있다. 1956년 당시 펑크 수리비는 20원, 자전거 한 대는 1500원이었다.

1925년 상주역 개설 기념으로 개최된 '조선팔도 전국 자전거 대회'는 일대 사건이었다. 일제시대에 조선 사이클 선수인 엄복동 선수가 우승하면서 많은 사람이 환호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 영향으로 상주에서는 자전거 타기 붐이 조성되고 현재에 이르렀다고 한다.

'안전 자전거 찾기' 코너에서는 아이들이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열 가지 수칙, 자전거의 구조, 바른 자세, 용도별 구분 등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 배워볼 수 있다. '자전거 체험관'에서는 자전거를 탈 때 움직이는 인체 골격을 확인하고, 아슬아슬한 외발자전거 타기 체험을해볼 수 있다.

아빠와 함께라 무섭지 않은 생애 최초의 운전 연습

아이와 함께 자전거박물관에 왔다면 꼭 자전거를 대여해보자. 6세 이하 어린이용은 신청 절차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이색자전거는 대여소에서 신청서를 작성한 다음 이용할 수 있다. 헬스바이크, 양방향 페달자전거, 2인승, 폴딩바이크, 드보아자전거 등 다양한 자전거가 마련되어 있다. 이용 시간은 한 시간이다.

상주에서 꼭 봐야 할 '낙동강 1경', 경천대

경상도를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은 상주에도 아름다운 절경을 남겼다. 경천대는 낙동강 1300리 물길 중 경관이 가장 아름답다는 '낙동강 1경'으로 꼽힌다. 하늘이 만들었다고 해서 '자천대'(自天臺)로도 불린다. 소나무숲을 지나 경천대에 오르면 굽이쳐 흐르며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감상할 수 있다.

경천대

조선 인조 15년 당대의 석학 우담(雩潭) 채득기 선생이 학문을 닦던 무우정 등 여러 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관광지 내에는 야영장, 출렁다리, 드라마 〈상도〉 세트장, 놀이기구와 황톳길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국민관광지로 꼽힌다. 전망대에서 경천대 쪽으로 조금 내려오다 보면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는 표지판이 있는데, 경천대의 대표 풍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상주박물관

경천대 관광지 입구의 경천문에서 400m 떨어진 곳에 있는 상주박물관은 신라시대 9주, 고려시대 8목 중 하나였던 상주의 문화유산을 잘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2007년 개관해 지역 문화를 담은 유물을 전시하고 야외에는 석조 유물을 비롯해 정자가 있는 생태 연못과, 전통 의례관, 태양에너지 전시 홍보관 등이 있어 볼거리가 다양하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천장에 상주를 대표하는 누에 모형이 매달려 있고, 바닥에는 상주 지도가 파노라마처럼 구성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생각 발산하기

우리나라 최초의 사이클 선수는 누구예요?

고환암을 극복하고 세계 유수의 사이클 대회에서 수차례 우승한 랜드 암스트롱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이클 선수일 거야.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랜드 암스트롱 못지않은 선수가 있었단다.

'하늘에는 안창남, 땅에는 엄복동'이라는 말을 유행시킨 엄복동 선수야. 그는 10살 때 쌀 가게 점원으로 취직하며 배운 자전거 실력으로 일제 강점기 많은 자전거 대회에서 우승했어. 일본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 그를 사람들은 '자전차대왕', '자전차귀신'이라고 부르며 환호했단다. 상주 자전거박물관에 가면 그의 사진을 볼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