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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건강한 장내세균을 물려주기 위해 자연분만과 모유 수유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자연분만이 중요한 이유는 처음 장내 점막을 점유하는 세균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평생을 함께할 정상세균총의 구성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누구든 처음 세균을 만나는 순간은 자궁 경관을 통과하여 세상에 나올 때다. 출산 여정에서 우리는 평생 같이할 유익균들을 만난다. 엄마는 아기에게 최상의 세균을 물려주기 위해 글리코겐을 분비함으로써 산도에 유익균이 무성히 자라게 한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에 비해 건강한 세균 콜로니가 훨씬 적다. 비피도박테리움 인판티스는 아기의 소화관에 자리를 잡는 가장 건강한 세균인데 자연분만으로 태어나는 아기의 60% 이상이 이 세균 콜로니를 갖고 있지만 제왕절개로 태어나는 아기는 1% 정도만이 비피도박테리움 인판티스를 갖는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장내 유해균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는 알레르기가 나타날 위험성이 훨씬 낮다. 노르웨이에서 알레르기성 체질인 엄마의 아기 2,800명을 조사했다. 이 중에서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들과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을 비교한 결과 제왕절개로 태어나면 음식 알레르기가 나타날 위험이 7배나 증가했다.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를 선택한 경우 갓 태어난 아기를 엄마의 질 분비물로 닦아주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코펜하겐 대학교의 한스 비스가르드 교수는 400여 명의 유아를 대상으로 직장 내 세균의 다양성과 알레르기 질환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유아기의 장내세균의 다양성 감소는 취학연령기에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위험성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반대로 장내세균이 매우 다양했던 경우에는 그 위험이 감소했다. 다양성이 크면 클수록 알레르기 질환은 더 적게 나타났다. 비스가르드는 이런 차이가 생기는 원인을 일차적으로 제왕절개와 자연분만의 차이로 설명했다.

“아이가 자연분만으로 태어나면서 엄마의 직장에서 세균과 마주치는 경우와 제왕절개로 태어나면서 전혀 다른 종류의, 덜 다양한 세균에 노출되는 경우 차이가 생기는 겁니다. 이것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이 알레르기 체질이 더 많은 이유 같습니다.”

그는 면역이 발달하며 학습하는 생애 초기에 다른 세균을 많이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면역이 덜 성숙해서 박테리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매우 짧습니다. 창문은 생후 몇 달이면 닫힙니다”라고 비스가르드는 말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모유 수유이다. 초유에는 엄마의 장에서 모셔온 유익균이 다량 들어 있다. 산모가 항생제를 먹지만 않는다면 초유에는 비피더스균이 풍부하다. 그리고 모유의 주성분중 하나인 올리고당은 비피더스균만을 선택적으로 성장시킨다. 모유를 먹는 아이들은 장내세균의 90% 이상이 비피더스균인 데 반해서 분유를 먹는 아이들은 20% 이하이다.

아이에게 건강한 유익균을 최대한 많이 물려주려면 산모가 좋은 균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산모는 되도록 항생제를 피하는 것은 물론 자연과 가까이하고 유기농 음식과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등 장내세균을 최대한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우리의 몸은 평생 함께할 정주균들을 생후 18개월 내에 대부분 획득한다. 이 과정에는 엄마의 산도에서 시작해서 모유 수유, 손가락과 장남감 등 아기가 입안에 넣는 모든 것과 부모와의 접촉, 기어 다니며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세균들은 서로 의지하고 협조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유대가 끈끈한 건강한 세균의 조합을 잘 만드는 것이 튼튼한 면역체계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