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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서 세균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대장이다. 부위에 따라 대장 벽에는 세균이 2.5cm 두께로 뒤덮인 곳도 있다. 건조 중량으로 환산했을 때 대변의 50~60%가 순수한 세균이다. 장내세균이 소화를 돕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장내세균은 사람이 소화하지 못하는 섬유질을 분해하여 단순당과 지방산으로 만든다. 우리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10% 정도가 이런 방식으로 얻어진다. 식물성 음식으로부터 여분의 에너지를 뽑아내는 능력은 인류가 혹독한 빙하기를 거치며 생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장내세균이 맡고 있는 임무는 소화를 돕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장내세균은 면역계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면역계 발달은 물론 정상적인 면역작용을 위해 없어선 안 될 존재임이 밝혀지고 있다. 장내세균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무균 쥐 실험이다. 무균 쥐는 실험실에서 제왕절개로 태어나 멸균된 먹이를 먹으며 무균실에서 자란 쥐다. 무균 쥐의 몸에는 장내세균을 비롯한 정상세균총이 전혀 없다. 몸속에 아무 세균도 없는 무균 쥐가 건강할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너무나 많은 병을 앓기 때문에 살려두기가 더 어렵다.
일단 무균 쥐는 위장관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않는다. 영양소를 흡수하기 위한 모세혈관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먹이가 30% 더 필요하다. 무균 상태의 대장은 정상적인 장내세균이 자리 잡은 대장에 비해 물을 재흡수하는 능력도 훨씬 떨어진다. 그래서 정상 쥐보다 물을 30% 더 마셔야 한다.
또한 무균 쥐는 면역계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한다. 장내세균의 부재가 면역계를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그래서 알레르기도 훨씬 잘 생긴다. 무균 쥐는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에 해당하는 염증성 대장질환을 앓는다. 물론 정상 쥐는 이런 병에 걸리지 않는다. 무균 쥐는 또 감염에 취약하다. 정상 쥐를 살모넬라균에 감염시키려면 100만 개체의 박테리아가 필요한 데 반해, 무균 쥐의 경우에는 단 10개체면 충분하다.
‘오랜 친구 가설’의 주창자인 영국의 루크는 장내세균을 인류의 진화 과정을 함께한 오랜 친구들 가운데 하나로 본다. 숲과 흙속에 살던 토양 세균뿐만 아니라 사람의 위장관을 집으로 삼아 살아가는 공생세균 역시 면역계를 훈련하고 도와주는 친구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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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장내세균도 오랜 친구다 – 청결의 역습, 유진규,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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