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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청결의 역습

충치와 치주 질환

세균 생태계의 불균형이 일으키는 질환

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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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 살고 있는 유익균의 콜로니가 매우 강하다면 침입하는 유해균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유익균은 산을 만들거나 유해균을 죽이는 살리바리신 같은 물질을 분비함으로써 자기 영역을 지킨다. 그 덕에 잇몸과 치아가 유해균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를 받는다. 문제는 우리의 식단이 지나치게 단것 위주로 바뀔 때 발생한다. 구강 유익균은 이눌린, 프락토올리고당, 갈락토올리고당 같은 복합 올리고당을 필요로 한다. 유익균은 포도당과 설탕으로는 살 수 없다. 반면에 구강 유해균들은 설탕 같은 단순당을 먹고 번성한다. 유해균이 번성하여 유익균을 압도하면 충치와 잇몸병으로 이어지기 쉽다.

잇몸과 치아는 여러 종류의 세균 무리로 덮여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유익균이며 일부는 유해균이다. 흔한 구강 유해균으로 충치를 일으키는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 세균 감염의 주요한 원인균인 화농연쇄구균, 치주염을 유발하는 포르피로모나스 긴기발리스균(Sorphyromonas gingivalis), 대장균(Colon bacterium) 등이 있다. 유익균으로 스크렙토코쿠스 살리바리우스, 락토바실러스 살리바리우스 등이 있다. 구강 내 유해균이 유익균을 누르고 지배자가 되면 치은염, 치주염 같은 심각한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균은 1924년 처음 분리됐지만 충치의 원인균임이 밝혀진 것은 1960년대이다. 이 세균은 설탕 같은 단순당을 먹고 파괴적인 산을 생성한다. 이 산들은 치아 속의 칼슘과 반응하여 충치 구멍을 만든다.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균이 작은 규모로 유지될 때는 해를 끼치지 않는 정상세균총의 일부였다. 그러나 식생활 패턴의 변화로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균이 번성했고 충치는 인류에게 가장 흔한 질병이 됐다. 수렵채집인들의 식단에는 단순당이 흔하지 않았으므로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균은 잘 통제될 수 있었다. 현재에도 전통식단을 고수하는 고립 원주민들에게는 충치가 없다.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균에게 번식 기회를 제공했던 고탄수화물 식단은 신석기시대 이후 곡물 재배가 일반화되면서 나타났다. 농경은 인류에게 충치를 선물한 셈이다.

많은 연구에서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가 엄마에게서 아이에게로 전해진다고 확인되었다. 그러므로 엄마가 아이에게 이 균을 전달하지 않도록 세균 밀도를 잘 통제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현대 의학과 치과업계가 추구하는 전략은 구강 세정제와 치약으로 사실상 입안의 모든 세균을 죽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치은염과 충치가 계속 증가하는 것을 보면 이 전략은 효과적이지 않아 보인다. 건강한 세균들을 이용해서 질병을 유발하는 유해균과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더 나을 수 있다. 구강 내 유익균의 수가 극대화되면 유해균 수가 잘 통제될 것이다. 이는 실제 실험에서 잘 입증되고 있다.

이스탄불의 예디테페 치과대학 연구자들은 치주 질환 환자들의 구강에 젖산균을 투여하는 실험을 했다. 연구자들은 120명에게 3주간에 걸쳐 락토바실러스 루테리를 녹여 빨아먹도록 했더니 충치 원인균인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의 수치가 현저히 감소했다. 1년 후, 연구자들은 80명의 건강한 성인에게 3주간 하루 세 번씩 락토바실러스 루테리가 들어 있는 껌을 씹도록 했다. 역시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균이 현저히 감소했다. 연구자들은 이번에는 비피도박테리움 루테리가 들어 있는 아이스크림을 24명의 건강한 젊은이에게 40일간 먹도록 했다. 역시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균이 실험 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음을 확인했다.

이탈리아 라킬라 대학 연구진은 21명의 만성 치주염 환자에게 락토바실러스 브레비스균이 든 빨아먹는 알약을 주었다. 환자들의 증상이 대부분 사라졌고 잇몸 염증 수치도 현저히 떨어졌다. 락토바실러스 브레비스는 김치의 발효 후기에 많이 나타나는 젖산균이다.

코펜하겐 대학교 연구팀은 락토바실러스 루테리균이 든 껌으로 실험했다. 하루 10분씩 2주간 프로바이오틱스 껌을 씹도록 한 후 치은염 검사를 했다. 프로바이오틱스 껌을 씹은 그룹은 탐침으로 찔렀을 때 출혈이 현저히 적었고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인터루킨 8이 줄었다. 연구팀은 치은구내의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줄어든 것으로 보아 구강 내 염증에 프로바이오틱스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 치료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락토바실러스 루테리균은 모유에 들어 있는 젖산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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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E. Caglar et al., “Short-term effect of ice-cream containing Bifidobacterium lactis Bb-12 on the number of salivary mutans streptococci and lactobacilli” (2008)
  • ・ D. N. Riccia et al., “Anti-inflammatory effects of Lactobacillus brevis (CD2) on periodontal disease” (2007)
  • ・ S. Twetman et al., “Short-term effect of chewing gums containing probiotic Lactobacillus reuteri on the levels of inflammatory mediators in gingival crevicular fluid” Acta Odontologica Scandavia (2009)

유진규 집필자 소개

1965년 출생. 서울대 영어교육과 졸업. SBS 다큐멘터리 PD로 활동 중이다. 2007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환경호르몬의 습격>으로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했고, 이후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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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결의 역습
청결의 역습 | 저자유진규 | cp명김영사 도서 소개

좋은 세균이 만들어내는 기적과 좋은 세균이 사라지면서 생겨나는 재앙에 관한 놀랍고도 충격적인 메시지! 세균을 질병의 원인이라고 여기는 현대인은, 매일 수많은 항균제품을..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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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충치와 치주 질환청결의 역습, 유진규,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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