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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에 대해서 도무지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압축하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도대체 알레르기는 왜 생길까’ 하는 것이다. 왜 우리 몸은 꽃가루처럼 평범한 물질에 기겁하고 면역반응을 일으키게 됐을까?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일은 면역계의 핵심 기능이다. 꽃가루나 땅콩처럼 무해한 물질을 적으로 간주하고 덤벼드는 일은 면역계의 존재 이유에 어긋난다. 현대인의 면역계가 오작동하기 시작한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그 오작동의 원인은 무엇일까?

둘째는 이렇게 시작한 ‘불필요한 면역반응이 왜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가’이다. 꽃가루를 해로운 물질로 착각해서 비염이 시작됐다고 해도 몸의 다른 기관에서 ‘그만하면 됐다. 피곤하니 이제 그만해라’ 라고 명령하면 면역계가 진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꽃가루 알레르기는 몇 번의 재채기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염증반응이 오래되면 건강한 세포와 조직까지 괴사시킨다. 그런데 왜 그런 불필요한 자해성 면역반응을 지속하는 것일까? 자기 몸을 공격하는 일 역시 면역계의 존재 이유에 어긋난다.

알레르기는 수만 년간 정교하게 진화한 인체라는 시스템이 일으키기에는 너무나도 멍청한 오작동이다. 도대체 왜 현대인은 이런 한심한 덫에 걸려들었을까?

면역계가 오작동을 일으킨 원인은 우리 몸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을 개연성이 높았다. 현대사회의 급변한 삶의 요소들 가운데 범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시작된 취재에서 나는 막 베일이 벗겨지고 있는 범인의 선명한 얼굴을 보았다. 그 첫 번째 대면은 기생충이었다. 많은 면역학자가 한동안 잊힌 존재였던 기생충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기생충은 알레르기에 대한 의문 중 왜 우리 몸은 불필요한 자해성 면역반응을 지속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