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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미생물 군집(Human Microbiome)을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은 이것이 하나의 인체기관이라는 것이다. 미생물 군집은 심장이나 간처럼 분명한 형체를 띠고 있지는 않지만 인체 기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인체 기관이 꼭 형체를 가져야 할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면역계는 몸 안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포들이지만 잘 조직된 시스템으로서 인체 기관의 기능을 분명히 가진다. 마찬가지로 인간 미생물 군집도 잘 조직돼 있다.

생물학계는 100여 가지 문의 세균을 발견했다. 인체 미생물 군집은 이들 100가지 문 중에서 오직 4가지 문이 차지하는 특권이다. 방선균, 박테로이데테스, 피르미쿠테스, 프로테오박테리아가 그것이다. 특별한 종류의 세균만이 사람 몸속에서 살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몸속 미생물 생태계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시베리아와 아마존의 숲 생태계가 다른 것처럼 인체 미생물 군집도 개인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그중 가장 극적인 비교는 전통 식단을 고수하는 수렵 · 채집인들의 장내 미생물상과 서구인의 그것과의 차이일 것이다. 베네수엘라 시골 아이들의 장내세균총은 북아메리카의 아이들과 많이 달랐다. 이들은 리보플라빈을 생성하는 세균이 더 많았고 모유로부터 영양분을 추출하는 기능이 더 뛰어났다. 이 아이들의 장내세균은 글리코사이드 하이드로레이즈라는 효소를 많이 만드는데 이것에는 모유에 많이 들어 있는 올리고당을 유용한 단당류로 바꾸는 기능이 있다.

우리 몸 안에 살고 있는 세균은 고정된 존재들이 아니다. 인간 미생물 군집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바뀔 수 있다. 그 요인은 식단, 물, 항생제, 생활환경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므로 어떤 질병이 잘못된 미생물 군집 때문이라면 우리는 미생물 군집의 구성을 바꿈으로써 치료를 모색해볼 수 있다. 인간이라는 슈퍼유기체를 구성하는 유전자의 90%가 변화 가능한 미생물 군집 유전자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인간 유전자와는 달리 미생물 군집이 만드는 제2의 유전자는 개인과 집단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 의학계는 미생물 군집을 바꿈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를 시작했고 의미 있는 결과물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는 멋진 신세계 앞에 서 있다.

방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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