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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는 좌표계로 점을 정의하고 이것을 이용해 방정식에서 그래프를 끌어내 대수학과 기하학을 합쳤다. 이로써, 그는 대수 기하학이 이전에 논의된 적 없는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2차원상의 어떠한 도형도 각각 두 개의 숫자로 이루어지는 꼭짓점의 좌표를 사용하면 나타낼 수 있다. 이 원칙은 어렵지 않게 3차원에도 적용할 수 있다. 3차원 공간에 있는 임의의 점은 세 개의 좌표로 나타낸다. 점 사이의 거리도 쉽게 구할 수 있다. 2차원의 평면에 있는 점 (a, b)와 (c, d) 사이의 거리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해 구할 수 있다. 빗변의 양쪽 끝이 되는 두 점을 가진 하나의 삼각형을 생각해보면, 이 직선의 길이(점 사이의 거리)는 √((c-a)2+(d-b)2)이다. 이것을 연장해서 3차원에도 같은 공식을 적용할 수 있다. 점 (a, b, c)와 (d, e, f) 사이 거리는 √((d-a)2+(e-b)2+(f-c)2)이다.
이 공식을 연장해 4개의 좌표로 4차원을 다룰 수도 있고, 26차원 혹은 4,519차원까지도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4차원의 공간을 시각화할 수 없다는 이유로 4,519차원보다 한참 낮은 4차원 개념에 대해서도 불편해하는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수학은 우리가 그 개념을 편하게 받아들이는지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다차원 공간을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우리가 차원의 개념을 시각화하지 않는다면 다차원의 이론적인 공간은 실제로도 매우 유용하다. 때로 두 개 이상의 변수를 가진 그래프를 예로 들자면, 속도 대 시간이나 온도 대비 성장률 등을 나타낼 수 있다.
현실 세계에는 두 개 이상의 훨씬 많은 변수들이 얽힌 수많은 상황들이 있다. 기후 변화나 주식시장의 시세 또는 인구 사망률을 살펴볼 때에는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7, 8, 9개의 변수 값을 데이터의 해당 지점에 대입해서 측정과 예측이 가능한 7, 8, 9차원의 지도를 상상할(시각화가 아니라) 수 있다. 물론 이 지도를 그릴 필요는 없다. 대수학에서는 그리지 않고도 계산이 가능하다. 개념적인 공간 안에 이 그래프가 존재하는 것이다.
코흐 눈송이
분수 차원에 있는 기하학을 상상하는 것까지도 가능해졌다. 이들 중 가장 유명한 모델은 스웨덴의 수학자인 닐스 폰 코흐(1870~1924년)가 만든 코흐 눈송이이다. 코흐 눈송이는 가장 일찍 규정된 프랙탈각주1) 의 한 예이다.
정삼각형을 그려보자. 각각의 변을 똑같은 길이로 삼등분하고 중간의 선을 지운 후에 그 위에 지워진 것과 길이가 같은 정삼각형의 두 변을 그린다. 그리고 이것을 계속 반복하면 눈송이 같은 형체가 그려진다.
이 과정은 무한대로 반복될 수 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정의되는 면적의 도형이다.
이때 s는 처음 삼각형 한 변의 길이인데, 처음 삼각형의 변의 길이와는 상관없이, 둘레의 길이는 무한대가 된다. 무한대의 둘레가 유한한 넓이를 감싸는 것이다.
삼각형 대신 하나의 직선을 분할하여 같은 과정을 반복해나간다면, 그 결과 만들어지는 선은 나누어진 부분이 점점 줄어들면서 곡선에 가까워진다. 이 곡선을 코흐 곡선이라고 부른다.
이 곡선은 길이가 무한대이다. 한 번 반복될 때마다 길이가 3분의 1씩 늘어나므로 n번 반복되면 그 길이는 (4/3)n이 된다. 이 직선은 어떤 부분도 길이를 잴 수 없기 때문에, 즉 길이가 무한대이기 때문에 1차원의 직선이 아니다. 그런데 선이 계속 늘어나도 다른 선과 만나 면을 만들어내지는 않기 때문에 2차원 또한 아니다. 이것을 선보다는 고차원이지만 곡선의 차원보단 낮은 차원인 log4/log3 ≈ 1.26의 프랙탈 차원이라고 말한다(프랙탈 차원은 현대 위상 기하학의 창시자 가운데 한 명의 이름을 따서 하우스도르프 차원이라고도 부른다).
다른 프랙탈
프랙탈은 패턴이 큰 규모에서 작은 규모로 반복되는 구조이다. 반복을 통해 그 구조는 점차 똑같거나 비슷한 형태를 띤다. 자연에는 눈송이나 나무, 은하, 혈관망 등 프랙탈과 유사한 것들이 많다. 프랙탈은 표준 유클리드 기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불규칙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위상 기하학 차원과는 구별되는 하우스도르프 차원을 갖는다.
프랙탈은 시에르핀스키 삼각형과 같이 공간 채우기 알고리즘을 통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삼각형에서 시작해서 원래 삼각형의 절반 크기인 세 개의 삼각형을 만든다. 그리고 처음 삼각형의 모서리 부분에 복제된 삼각형을 놓는다. 이 과정을 무한대로 계속하면 어떤 배율로 확대해보아도 똑같은 패턴이 만들어진다. 1915년 폴란드의 수학자인 바츨라프 시에르핀스키는 최초로 이 삼각형이 기하학적인 도형이 아닌 수학적으로 정의되는 곡선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log3/log2 ≈ 1.585의 하우스도르프 차원이다.
가장 유명한 프랙탈은 폴란드의 수학자인 베노이트 만델브로트(1924~)가 만든 만델브로트 세트이다. 이것은 복소수를 사용한 2차 방정식 세트로 이루어진 기하학 물체를 그려서 만든 것이다. 만델브로트는 초기 프랙탈의 예들을 하나로 분류해서 프랙탈이란 이름을 붙이고 그 조건을 정의했다. 그는 자연 세계뿐 아니라 경제학과 같은 인위적인 체계에도 프랙탈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를 연구했고, 유클리드 기하학의 단순한 구조보다 프랙탈이 훨씬 자주, 그리고 흔하게 발견된다고 결론 내렸다.
프랙탈은 때론 현실 세계의 ‘거친’ 특성을 표현할 수 있다. 반면에 유클리드 기하학은 자연 세계에는 드문 평탄한 면을 다룬다. 만델브로트는 별들이 프랙탈하게 산재되어 있는 우주 모형을 제시했다. 이 모형은 빅뱅 없이도 올베르스의 패러독스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빅뱅을 배제시키는 것은 아니다(올베르스의 역설은 만약 끝없는 우주에 별들이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다면 어느 쪽을 쳐다보더라도 별이 보이므로 밤하늘은 밝아야 하는데 실제 밤하늘은 어둡다는 것이다. 이것은 독일 천문학자인 하인리히 올베르스가 1823년에 설명했지만 처음 이것을 언급한 이는 케플러였다).
프랙탈은 방정식에서 시작됐지만 기하학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다.
구름은 구형이 아니다. 산은 원뿔 모양이 아니다. 해안선은 원형이 아니다. 나무껍질은 평평하지 않고 빛은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 베노이트 만델브로트
이야기는 계속된다
프랙탈에서 선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무한대 길이의 선이라는 복잡한 개념이 추가되지 않더라도, 데카르트와 페르마가 만들어낸 그래프를 다루기 위해서는 곡선 아래의 넓이를 구하거나 곡선의 길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야 했다. 이것을 다루기 위해서는 이후에 프랙탈까지 다루게 된 무한소의 개념이 필요했다. 17세기 후반의 수학자들은 마침내 무한이라는 개념을 손에 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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