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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만큼 숫자는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다.
아침에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아마 시계 판의 숫자일 것이다. 그 이후에도 우리는 하루 종일 수없이 많은 숫자와 마주친다. 하지만 인류에게 수 체계와 ‘셈’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가 분명히 있었다.
숫자의 ‘발견’(혹은 ‘발명’)은 인류가 일구어낸 문화와 문명의 발달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숫자로 인해 소유와 물물교환의 개념이 생겼으며, 과학과 예술이 발달할 수 있었다. 사회구조와 계급사회의 발달 또한 숫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숫자가 없었다면 인류는 게임과 퍼즐, 스포츠, 도박, 보험 그리고 생일 파티도 즐길 수 없었을 것이다.
맘모스 네 마리 아니면 맘모스 여러 마리?
원시인 한 명이 점심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버팔로나 털맘모스의 무리를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동물의 수는 꽤 많고, 사냥을 하려는 그에게는 수 체계가 없었으므로 그 수를 셀 수는 없다. 하지만 무리의 규모는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여러 마리를 사냥하는 것보다 한 마리를 사냥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은 알아차린다. 그리고 여러 명의 동료들을 데려와 함께 사냥하는 것이 쉽고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이 원시인은 ‘하나’와 ‘둘 이상’, 많은 수와 적은 수의 차이는 분명히 구분하고 있지만 수를 셀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원시인에게도 맘모스의 수를 세거나 사냥에 참가할 사람의 수를 정확하게 세는 것이 유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냥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실력을 평가해보려는 경우가 아니라면, 맘모스 사냥에는 정확한 계산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동물도 수를 셀 수 있을까?
맘모스는 자신을 공격해오는 사람이 몇 명인지 셀 수 있었을까? 어떤 동물들은 분명히 적은 수 정도는 셀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둘기나 까치, 들쥐, 원숭이들은 적은 수를 헤아릴 수 있고 정확하게는 아니더라도 많거나 적은 수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부분의 동물들은 새끼가 한 마리라도 사라지면 곧 알아차린다.
탤리가 나타났다
맘모스를 사냥하며 떠돌이 생활을 하던 인류는 언젠가부터 동물을 직접 기르면서 정착 생활을 하게 된다. 가축을 기르기 시작하자 양, 염소, 돼지 등의 무리가 한 마리도 빠짐없이 안전하게 우리 안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졌다. 그중 가장 쉬운 방법은 탤리각주1) 를 이용하거나, 동물의 수만큼 돌을 쌓아놓는 것이었다.
세트로 되어 있는 것은 일일이 세어보지 않아도 짝이 맞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열 명이 초대되어 있는 식탁은 슬쩍 둘러보기만 해도, 식사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식탁을 즉시 알아차릴 수 있다.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구멍에 맞는 막대를 끼우거나 한 쌍의 곰 인형을 침대에 재우는 것과 같은 놀이를 통해 일대일 대응을 배우게 된다.
그룹으로 묶여 있는 것은 또 다른 그룹과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집합 이론의 기본 원칙이다. 굳이 ‘수’라는 개념을 적용하지 않아도 세트끼리는 쉽게 비교할 수 있다. 그래서 농경 사회의 사람들은 사물의 수를 일일이 세지 않고도 한 무더기의 조약돌을 다른 곳으로 똑같이 옮기는 것으로 동물들의 수를 관리할 수 있었다.
인류가 사물의 수를 기록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부터 최초의 표시가 나타나게 된다. 표시의 활용은 글로 기록하기, 즉 글쓰기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체코에서 발견된 늑대의 뼈에는 3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눈금이 새겨져 있는데, 이것이 탤리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 뼈는 인류가 수를 세기 위해 사용한 가장 오래된 도구로 알려져 있다.
탤리의 진화
탤리 막대나 조약돌 더미는 원래 양들의 수를 기록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지만, 나중에는 훨씬 더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게 되었다. 30개의 눈금이 표시된 탤리 막대는 서른 마리의 염소나 물고기, 때로는 30일을 세기 위해 사용한 것이기도 했다.
더 나아가 시간을 계산하는 데에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몇 개월 혹은 며칠이 남았는지, 씨를 뿌리고 수확할 때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 탤리 막대를 이용해 계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네 개의 사과가 두 사람에게 두 개씩 분배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네 개는 언제든지 두 개씩 두 개의 묶음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후부터 탤리를 사용해 단순히 수를 세던 것에서 더 나아가 계산을 하기 시작했으며, 그로 인해 각각의 숫자마다 독립적인 명칭이 필요해졌다.
한 개, 두 개, 많이
브라질의 피라하(Pirahã)라는 종족에게는 수를 표현하는 단어가 ‘하나’, ‘둘’, ‘많음’ 세 가지밖에 없다. 과학자들은 이 종족에게 숫자를 나타내는 말이 없기 때문에 수를 파악할 때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험에서 그들은 1개나 2, 3개 정도의 물건은 똑같이 따라서 나열할 수 있었지만 4개나 그 이상의 물건을 따라 나열할 경우에는 실수가 잦았다.
어떤 철학자들은 이것이 언어 결정론을 뒷받침해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생각한다. 언어 결정론은 인간의 사고가 언어에 의해 결정되며, 인간은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사고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몸을 이용해 ‘셈’하기
신체의 일부를 이용해 수를 세는 방법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발달해왔다. 신체의 각 부분으로 서로 다른 수를 나타내거나, 정해진 순서에 따라 신체의 어느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까지를 수로 나타내기도 했다. 그 결과로 신체의 각 부분이 특정 숫자를 의미하게 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코에서 엄지발가락’까지를 34라고 한다면, 이 신체 부분을 양 34마리, 나무 34그루와 같이 여러 가지 사물들의 수를 계산하는 데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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