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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수학 오디세

금지된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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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금지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것은 수천 년 동안 벌어졌고 현재도 일어나는 일이다. 너무 어렵다거나 위험하다는 이유로 통치자나 수학자들은 어떤 숫자들을 불법으로 규정하곤 했다.

하지만 사용이 금지된 숫자들은 잠깐 그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일 뿐 사라진 것은 아니다.

피타고라스의 숫자 추방

고대 그리스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는 무리수를 인정하지 않았고 자신의 학교에서 음수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금지시켰다. (무리수는 자연수의 비율로 표현될 수 없는 수이다. 0.75는 3/4으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유리수이지만 π는 무리수이다.) 그러나 피타고라스는 무리수를 금지시키는 것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직각 삼각형 두 변의 길이에서 나머지 한 변의 길이를 도출해낼 수 있다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유리수만을 인정할 경우에 즉각 문제가 생긴다. 두 변의 길이가 1인 직각삼각형 빗변의 길이는 2의 제곱근, 즉 무리수이다(≈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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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는 무리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없었다. 그러나 메타폰툼의 히파소스가 무리수를 증명하면서 무리수가 존재한다고 주장했을 때, 피타고라스가 히파소스를 물에 빠트려 죽였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히파소스는 현명치 못하게도 배의 갑판에서 자신이 발견한 것을 증명했고 피타고라스 학파 사람들은 그를 배 밖으로 던져버렸다고 한다.

미학과 철학의 관점에서 무리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피타고라스가 무리수를 금지한 이유였다. 이후에 검열관들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특정 숫자 또는 특정 범주의 숫자를 계속 불법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리스의 수학자인 피타고라스가 직각삼각형에 관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바닥에 그려가며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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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가 진짜 수인지 아닌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기하학 도형을 다루면서 유리수가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을 때, 무리수가 나타나 유리수는 할 수 없는 것들을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들이 옳았다는 것을 우리는 마음을 바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 미하엘 슈티펠, 독일 수학자(1487~1567년)

아라비아 숫자 vs 로마 숫자

중세 시대 유럽에서는 인도-아라비아 숫자가 도입되는 것에 대해 많은 저항이 있었다. 아라비아 숫자로 계산하기가 쉽다는 점은 이 수 체계의 매력이었다. 산술 능력을 엘리트들만의 특별한 도구로 남겨두고 싶어 했던 사람들은 인도-아라비아 숫자 덕에 일반인들까지 숫자를 널리 사용하게 될까봐 이 숫자를 악의 대상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수학이 모두에게 개방된다면 힘의 근원을 잃어버리는 셈이었을 것이다. 가톨릭 교회는 숫자를 지배함으로써 교육을 계속 통제하고 싶어 했다. 게다가 종교적 배경이 다른 이슬람 세계에서 왔기에 수 체계를 반대했다. 주판을 이용해 신비스런 체계의 수학을 했던 수학자들은 교회의 보호를 받았다. 인도-아라비아 숫자의 인기에 대한 저항은 아주 심해서 어떤 사람들은 그 숫자를 사용했단 이유만으로 이단으로 몰려 화형되기도 했다. 하지만 상인들과 회계사들은 업무를 처리하기 쉬웠기 때문에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고 싶어 했다.

인도-아라비아 숫자를 이용한 계산법, 즉 알고리즘을 사용했던 알고리스트와 로마 숫자와 주판을 사용했던 아바시스트(abacist) 간의 싸움은 수세기 동안 격렬하게 지속되었다. 하지만 유럽에 인쇄술이 알려짐에 따라 인도-아라비아 숫자가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인쇄로 인해 연산법이 쉽게 전파될 수 있었고 더 이상은 숫자가 널리 퍼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기득권층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고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숫자가 승리했다. 하지만 로마 숫자와 주판은 오랫동안 생활 속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됐다.

최초로 주판의 독재에서 벗어난 국가는 프랑스였다. 프랑스 혁명(1789년) 이후,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어 학교와 관공서에서 주판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그레고리우스 라이쉬의 《철학 헌장(Margarita Philosophica)》(1503년)에서 ‘연산 여사’는 인도-아라비아 숫자를 찬성하고 주판의 사용을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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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의 비밀
인도-아라비아 숫자가 유럽에서 금지되던 시기에 사용되던 0의 명칭은 cifra, chifre, tziphra 등이었다. 이 이름들은 0을 포함한 아라비아 숫자 전체를 의미하게 되었다. 또한 아라비아 숫자가 비밀리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 명칭은 암호, 비밀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이 명칭은 암호라는 의미의 ‘cipher’라는 단어로 발전했다.

악마의 숫자, 666

많은 종교들이 숫자의 상징성에 크게 의존하고 비밀을 풀거나 숨기는 데 특별한 수치 계산법을 사용한다. 기독교 초창기에 로마인들은 태양의 마방진을 부적으로 사용했다. 가로와 세로가 6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이 마방진에서는 1에서 36까지의 수가 배열되고 그 결과 가로, 세로, 대각선의 숫자를 더한 수는 모두 111이 된다. 그리고 1에서 36까지의 숫자를 모두 더하면 666이 된다. 교회에서는 이 마방진의 소유를 금지했는데, 기독교에서 666은 요한계시록에서 신의 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짐승의 숫자이기 때문이었다. 이 마방진을 소유하는 사람은 그 벌로 사형을 당했다.

666은 기독교인들에게 세계 종말의 날을 상징하지만 중국 문화권에서는 이것을 행운의 숫자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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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당한 음수

르네상스 시대 유럽에서는 음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수학 문제에 음수가 포함된 해답을 내놓는 경우 때론 그 답이 무시되곤 했다. 고대 중국이나 인도의 수학자들이 채무와 관련해서 음수의 사용을 설명한 적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후 유럽의 수학자들은 음수의 사용을 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예를 들어, 미하엘 슈티펠은 0보다 작은 수를 두고 ‘말도 안 되는 수’라고 했다.

학자로서는 최초로 알베르 지라르가 해답에 음수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19세기 초가 되어서야 제대로 음수를 포함시켜 계산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었다.

위험한 숫자

666만이 사악한 수로 규정된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천안문 사건이 일어난 날짜(8964: 1989년 6월 4일)를 비밀번호나 개인 식별 번호(PIN)로 사용하는 것, 그리고 이 사건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어떤 형태(숫자를 셀 때 자연스럽게 이어져 나타난 것이 아닌)로 사용하는 것도 불법이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1989년 6월 4일에 천안문 광장에서 학살당했다. 중국에서는 이 학살의 날짜를 개인 식별 번호(PIN)나 코드로 사용하는 것이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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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16진법의 특정 숫자(32자리의 수)가 ‘합법적이지 않은 수’가 되었다. 이 수는 고화질 DVD를 암호화하는 데 핵심이 되는 수이다. 그리고 이 수를 대중에 공개하는 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불법이다(그 수를 적절한 기술과 같이 사용하면 DVD의 암호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AACS 저작권협회는 이 수가 저작권을 교묘히 피해가는 장치라고 주장한다. 저작권을 피해가는 장치를 소유하는 것은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미국, 1998년)에 위반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수가 밝혀졌고 이 ‘비밀’의 수는 300,000개의 웹사이트에 게시되었다. 결국 사람들이 그 수를 공유하지 못하게 하려는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AACS는 또한 암호화에 사용되는 다른 많은 수를 소유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이 수들이 비밀로 지켜져야만 소용이 있으므로 그 수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수들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전혀 특별하지 않게 무작위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특정 숫자를 ‘소유’하면서 다른 사람이 그 숫자를 알거나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당연히 많은 저항이 있었다. 컴퓨터에 열광적인 사람들은 AACS에 대한 반발과 조롱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들도 숫자를 소유했으니 어느 누구도 그 숫자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여기에서 멈출 수도 있다. 누군가가 모든 숫자를 소유할 수 있다면, 이 책에서도 더 이상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숫자와 숫자의 특성을 연구하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숫자는 그 자체로도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었다(고대 그리스인들은 숫자를 수학으로 응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졌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수학의 가치를 실용적인 측면에서 찾는다. 사람들은 숫자가 있어 측정하고, 세고, 무언가를 만들고, 경제를 운용하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우주를 연구할 수 있었다. 진실로 숫자는 모든 과학 그리고 많은 예술의 열쇠이다. 그리고 모든 문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숫자는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정의한다. 이렇게 숫자는 우리의 모든 활동 영역에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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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루니 집필자 소개

1967년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대학에서 중세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케임브리지 대학과 뉴욕 대학에서 중세 영어와 프랑스 문학을 가르쳤으며,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과..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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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오디세이
수학 오디세이 | 저자앤 루니 | cp명돋을새김 도서 소개

피타고라스에서 괴델까지 이야기로 만나는 매혹적인 수학의 역사. 고대부터 현대까지 중요한 수학적 발견과 증명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마술 같은 숫자의 신비와 놀라운 수학자..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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