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수학 오디세

인도-아라비아 숫자의 탄생

다른 표기 언어

오늘날 서양에서 사용하고 있는 숫자는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기원전 2500년에서 1500년 사이에 번성했던 인더스 문명에서 비롯되었다. 이 숫자들은 고대 불교의 자료에서 최초로 발견되었으며, 짧은 눈금 하나를 그어놓은 것은 당연히 ‘하나’를 의미했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이러한 형태의 표기는 다른 문화권에서도 널리 사용되던 것이었다.

그러나 눈금의 기원은 다양하여 서양에서는 수직 눈금인 ‘1’을 사용했지만 중국에서는 수평 눈금인 ‘-’을 사용했다. 1의 경우엔 그렇다고 해도, 1을 제외한 나머지 숫자는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2, 3, 4 등을 이루는 불규칙한 형태의 선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가장 오래된 1, 4, 6은 기원전 3세기경 인도의 아소카 석문에서 발견되었다. 이 석문들은 불교도였던 인도 마우리아 왕조 아소카 왕의 사상과 업적들을 적어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기원전 2세기경에 만들어진 나나 가트(Nana Ghat)의 석문에서 2, 7, 9가, 서기 1~2세기경의 나시크(Nasik) 동굴에서 3과 5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서기 650년경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살았던 네스토리우스 기독교의 주교인 세베루스 세보트가 작성한 글에 이 9개의 인도 숫자가 기록되어 있다.

ⓒ 돋을새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가로로 나란한 눈금 두 개 사이에 대각선을 추가한 브라흐미 문자 ‘2’의 표기나 눈금 오른쪽에 수직선을 추가한 ‘3’을 보면 현대의 수 표기법을 떠올리게 된다. 브라흐미 수는 부분적으로는 암호 수 체계였으며 10, 20, 30 등에 해당하는 서로 다른 상징들이 있었다.

서양으로 전파된 숫자들

아랍 작가인 이븐 알퀴프티의 저서 《학자 연대기(Chronology of the Scholars)》에는 766년에 인도의 학자가 어떤 경로로 이라크 바그다드의 통치자인 알만수르에게 책 한 권을 전달했는지 기록되어 있다. 인도 학자가 전해준 그 책은 인도의 수학자인 브라마굽타가 628년에 쓴 《브라마굽타의 연구(Brahmasphutasiddhanta)》로 추정된다.

책을 전해 받은 통치자는 지혜의 집(House of Wisdom)이라는 교육기관을 설립했고, 이 시설은 그 당시 중동 지역에서 지식을 발달시키는 커다란 역할을 했다. 이곳에서는 힌두어와 고대 그리스어로 작성된 문건을 아라비아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했는데, 이 책도 당시에 아라비아어로 번역되어 인도 숫자를 서양 전역으로 퍼뜨리는 발판이 되었다.

인도 숫자가 중동 지역에 널리 퍼지게 된 것은 지혜의 집에서 발간한 페르시아 수학자 알콰리즈미의 책 《인도 숫자를 이용한 계산법(On the Calculation with Hindu Numerals)》(825년 경)과 알킨디의 책 《인도 숫자 활용(On the Use of the Indian Numerals)》(830년)에 의해서였다.

이 시기에는 선이 만들어낸 각도의 수에 따라 1에서 9까지의 숫자를 표기하는 방식이 새롭게 도입되었다. 기존의 인도 숫자를 이 방식에 맞추기 위해 몇 개의 선이 추가되면서 그 모양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숫자에서 ‘직선이 만들어낸 각의 수’를 세어보면 다음과 같다.

ⓒ 돋을새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각도가 없는 형태의 ‘0’이 도입되었다. 아랍의 학자들은 인도 수학자들이 사용했던 암호 수 체계는 사용하지 않고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완전한 위치 기수법을 고안해냈다. 인도-아라비아 숫자는 당시 아랍 통치하에 있던 유럽과 스페인으로 즉시 퍼져나갔다. 인도-아라비아 숫자가 나타나는 최초의 문건은 976년에 스페인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브라마굽타
인도의 수학자이며 천문학자인 브라마굽타(589~668년)는 북인도 라자스탄의 빈말에서 태어났다.

브라마굽타는 우자인에 있는 천문대의 총 책임자였고 수학과 천문학 관련 서적을 두 권 펴냈다. 그는 인도 기수법에 ‘0’의 개념을 도입했으며 이 기수법을 기본 연산에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사용되는 2차 방정식 근의 공식에 해당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혜의 집에서는 천문학 연구에 필요했던 인도의 계산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 브라마굽타의 책 《브라마굽타의 연구》를 사용했다.

알콰리즈미
페르시아의 수학자이며 천문학자인 알콰리즈미(780~850년 경)는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히바 지역인 콰리즘에서 태어났다. 알콰리즈미는 바그다드의 지혜의 집에서 활동했으며, 인도 서적을 아라비아어로 번역했고 인도 숫자를 아라비아 숫자에 접목시켰다. 그가 작업했던 것들은 나중에 라틴어로 번역되어, 유럽의 숫자와 산술법에 공헌을 했다.

‘알고리즘’이란 단어는 그의 이름에서 나왔다. 알콰리즈미의 연구 결과가 번역됐을 때 사람들은 그가 새로운 숫자를 발명해낸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알고리즘’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인도-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알고리스트(algorists)’라고 불렀는데, 알고리스트들은 로마 숫자를 사용하고 셈판(abacus)으로 계산을 하던 당시의 아바시스트(abacists)와 갈등을 빚곤 했다.

로마 숫자, 밀려나다

인도-아라비아 숫자가 무어인들이 살던 스페인에 유입될 당시, 유럽에도 당연히 이미 사용하던 숫자가 있었다. 서기 476년경 로마 제국이 몰락한 이후, 로마의 문화 또한 점점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 돋을새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로마 숫자는 500년이라는 기간 동안 꾸준히 사용되었다. 10세기에 인도-아라비아 숫자를 이용한 작업이나 사본들이 종종 나타나긴 하지만, 인도-아라비아 숫자는 오랫동안 주류로 진입하지는 못했다.

이탈리아 수학자였던 피보나치는 무역상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남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인도-아라비아 숫자를 배웠다.

ⓒ 돋을새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로마 제국이 날로 강성해지고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로마인들은 보다 더 큰 수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네모난 상자 모양이나 세 변으로 이루어진 상자 모양의 기호 안에 숫자를 써 1,000이나 100,000의 숫자가 곱해졌음을 나타내는 표기법을 개발해냈다. 그러나 이러한 표기 체계가 일관되게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이미지가 5,000이나 500,000을 의미하기도 했다.

로마 숫자로는 사실상 연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다른 숫자로 교체되었다.

ⓒ 돋을새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로마의 회계사들은 회계, 조세, 인구 조사 등을 하기 위해 언제나 셈판을 사용했다. 인도-아라비아 숫자는 위치 기수법이기 때문에 숫자를 써가며 계산하기가 쉽다는 이점이 있었다.

다른 업적으로 더 유명한, 피보나치(피사의 레오나르도)와 루카 파치올리 두 사람은 인도-아라비아 숫자가 인기를 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도-아라비아 숫자는 상인들과 회계사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이러한 수 체계를 완전히 받아들이기까지는 수세기가 걸렸을 뿐만 아니라 만만치 않은 진통도 겪어야 했다.(‘금지된 숫자’ 항목 참조)

루카 파치올리는 프란체스코회 수도사였다. 자코포 데 바르바리가 그린 이 초상화(1495년 경)에서 파치올리는 유클리드의 정리 가운데 하나를 증명하고 있다.

ⓒ 돋을새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수학적 기능을 하지 않게 된 이후에도 로마 숫자는 여러 가지 용도로 계속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아직도 시계 판의 숫자나 영화, TV 프로그램의 저작권 등록일자 등을 기록하는 데는 주로 로마 숫자가 사용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온 문자
로마인들은 글을 읽고 쓰기 전에도 숫자를 표기할 수 있었다. 로마를 150년가량 통치했던 에투르스칸족의 숫자를 사용한 것이었다.

로마인들은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쿠마이라는 도시를 점령한 이후에야 글을 읽고 쓰는 방법을 배웠다. 이후 로마인은 에투르스칸족에게서 가져온 숫자를 로마 문자를 만드는 데 적용한다.

로마 숫자를 암호화한 연대 표기
비석이나 책에는 로마 숫자를 암호화한 연대 표기가 종종 사용되었다. 이 구절에서 특정 문자를 골라 배열을 바꾸면 날짜가 드러난다. 예를 들어, My Day Closed Is In Immortality는 1603년에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연대 표시명이다. 이 문장에서 대문자만 모아놓으면 MDCIII가 되는데 이는 1603에 해당하는 로마 숫자이다.

1627년 구스타프 아돌프가 만든 주화에는 라틴어 ChrIstVs DuX ergo trIVMphVs (‘Christ the Leader, therefore triumphant’)가 새겨져 있는데 이것은 MDCXVVVII 즉, 1627년을 나타내는 연대 표시이다.

“아홉 개의 인도 숫자는 9 8 7 6 5 4 3 2 1이다. 이 아홉 개의 숫자와 ‘0’만 있으면 어떤 숫자라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 피보나치, 《산술의 책(Liber Abaci)》, 1202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숫자가 여기에서 진화를 멈췄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에도 숫자는 줄곧 발전해왔다. 한때는 컴퓨터로 출력될 때 대문자 ‘O’와 구분하기 위해 0에 대각선을 그은 형태인 ‘Ø’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LED 화면에 반짝거리는 막대 모양의 직선을 여러 개 늘어놓은 형태의 숫자를 사용하기도 한다.

바코드는 숫자를 표시하기 위해 다양한 두께의 선을 이용한다. 컴퓨터 스캐너는 이 직선들을 숫자로 읽는다.

ⓒ 돋을새김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수표나 재정 관련 문서에 사용하기 위해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숫자도 개발되었다. 이는 애초에 숫자가 직접 작성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할 때 커다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우리의 조상들은 미처 그 용도를 상상하지도 못했을 만큼 큰 수를 쓸 수 있는 표기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없는데 웬 호들갑?
‘0’이라는 것은 ‘수를 세는 것’의 정반대 개념으로 보일 수도 있다. 0은 셀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므로 이를 나타낼 만한 상징도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위치 기수법이 등장하면서 0을 나타낼 상징이 필요해졌다.

초기에는, 공간을 비우거나 점을 찍어서 그 자리에는 아무 숫자도 없다는 것을 나타냈다. 이러한 방법은 기원전 2000년대 중반 바빌론에서 최초로 사용됐다.

마야인들도 0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다음과 같은 껍질 모양의 상형문자로 나타냈다.

이 문자는 적어도 기원전 36년 무렵부터 사용되었으나, 구세계(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의 수학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0이라는 형태를 사용한 최초의 인류는 중앙아메리카인들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용하는 0은 인도에서 유래한 것으로 0을 사용한 가장 오래된 문서는 서기 4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자이나교도의 《로카비바가(Lokavibhaaga)》이다.

브라마굽타는 ‘0’을 대입한 계산을 《브라마굽타의 연구》에 기록해놓았다. 예를 들어 0으로 곱한 수는 0이 된다는 것이 적혀 있다. 이것이 0을 숫자로 다룬 최초의 책이다.

알콰리즈미는 아랍 세계에 0을 소개했다. 현대의 이름 ‘제로(zero)’는 ‘zephirum’이라는 아랍어를 베니스 사람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부른 것이다. 베니스의 수학자인 루카 파치올리는 0을 제대로 활용한 책을 최초로 발간했다.

역사가들은 기원전 1년과 서기 1년 사이를 0의 해로 세지 않는 반면 천문학자들은 0의 해를 센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앤 루니 집필자 소개

1967년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대학에서 중세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케임브리지 대학과 뉴욕 대학에서 중세 영어와 프랑스 문학을 가르쳤으며,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과..펼쳐보기

출처

수학 오디세이
수학 오디세이 | 저자앤 루니 | cp명돋을새김 도서 소개

피타고라스에서 괴델까지 이야기로 만나는 매혹적인 수학의 역사. 고대부터 현대까지 중요한 수학적 발견과 증명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마술 같은 숫자의 신비와 놀라운 수학자..펼쳐보기

전체목차
TOP으로 이동


[Daum백과] 인도-아라비아 숫자의 탄생수학 오디세이, 앤 루니, 돋을새김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