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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학은 기하학에서 분리해낼 수 없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대수학은 2, 3차원의 기하학과 관련된 문제들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에 나타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대수학 문제들은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방법으로 구성되거나 표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문제들은 이후에 형성된 대수학의 기원이 되었다.
2차원의 넓이와 3차원의 부피
영국 박물관에 있는 바빌로니아의 점토판에는 현재의 2차 방정식이나 3차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 몇 개의 문제들이 나와 있다. 이 문제들은 건축물의 넓이와 부피를 구하는 것이다.
어떤 문제들은 하나의 면적을 다양한 비(ratio)로 나누는 것과 관련돼 있는데, 이 문제가 2차 방정식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서 큰 사각형 전체의 넓이는 다음과 같다.
(a+2)(a+1) = a2 + 3a + 2
이와 비슷한 유형의 ‘지하실 만들기’와 관련된 바빌로니아의 문제에서는 3차 방정식이 도출된다. 3차 방정식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4000년 전에 만들어진 점토판에서 발견되었으며, 36개의 문제가 건축과 관련된 형태로 나와 있다.
바빌로니아인과 이집트인, 그리고 수학자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기호가 아닌 말로 표현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한 방의 세로 길이는 이 방의 가로 길이 더하기 1큐빗이다. 이 방의 높이는 세로 길이 빼기 1큐빗이다.”
바빌로니아인은 이러한 유형의 문제를 풀기 위한 일반적인 법칙이나 방법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각각의 문제에 주어진 구체적인 상황만을 다루었을 뿐 일반적인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알고리즘을 알고 있었다면 비슷한 유형의 모든 문제들을 푸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들 역시 현재의 1차 방정식이나 2차 방정식으로 표기될 수 있는 실용적인 문제들을 풀었지만, 공식적인 표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이 문제들이 방정식이라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중국 책인 《구장산술》에는 미지수가 2개부터 7개까지 있는 1차 연립방정식 문제가 실려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셈판을 이용하거나 바닥에 써서 풀었는데, 음의 계수도 포함할 수 있었다. 이 책에 나온 연립방정식 표기는 가장 오래된 음의 계수를 사용한 예이다. 이로부터 2000년이 지난 후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도 《구장산술》에 나타난 방법을 사용했는데, 이것은 현재 가우스 소거법으로 알려져 있다.
기하학에서 대수학으로
3세기 중반에 그리스 수학자 알렉산드리아의 디오판토스는 현대의 1, 2차 방정식으로 표기될 수 있는 문제를 푸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냈다. 디오판토스의 책 《산수론(Arithmetica)》(현재에는 일부분만이 남아 있다)에는 여러 개의 대수방정식과 이 방정식을 푸는 방법이 나와 있다.
디오판토스는 문제를 푸는 데 자신이 개발해낸 방법을 적용하기는 했지만 이것을 일반적인 공식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그랬듯이 그도 0보다 작은 수를 해답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방정식의 해가 하나 이상일 경우 일단 하나를 찾으면 나머지 해는 구하지 않았다. 그 해답이 무한수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예를 들어 x - y = 3 같은 종류의 방정식).
디오판토스는 방정식을 표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이 방법은 문제를 말로 풀어 쓰는 것보다 덜 거추장스럽긴 했지만, 현대의 표기 방식에는 훨씬 못 미쳤다. 그리스인들은 그리스 알파벳을 숫자로 사용했기 때문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변수를 표기할 만한 기호가 없었다. 우리는 현재 x, y, a, b, m, n 등을 사용해서 변수와 상수를 표기한다. 이 기호들은 숫자와는 구별이 되므로 2x와 같은 표기가 헷갈리지 않는다. 디오판토스는 변수를 그리스 문자로 나타냈고 제곱이나 세제곱을 나타내기 위해 기호를 사용했다.
방정식 문제를 축약하는 디오판토스의 방식은 완전히 말로 풀어서 설명하는 방식과, 완전히 기호로만 나타내는 현재 방식의 중간 단계였다. 그는 이 방법으로 인해 이전에는 사용된 적 없는 세제곱보다 더 큰 거듭제곱을 다루게 된다. 디오판토스의 수학 문제 중에는 ‘제곱의 제곱’이나 ‘세제곱의 세제곱’이라고 표기된 문제들도 있다. 이것은 각각 4제곱과 9제곱을 나타낸다.
디오판토스는 등식(양변이 동률을 이뤄 한 변이 다른 변으로 이동되거나 양변에 동일한 계산을 할 수 있는 식)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지 않았다. 또 한 번에 하나 이상의 미지수는 사용하지 않았고 두 번째 미지수를 나타내야 할 경우에는 항상 첫 번째 미지수를 이용한 표현으로 바꾸려고 했다. 예를 들어 합이 20이고 제곱의 합이 208인 두 개의 수를 찾는 문제인 경우에 현재의 우리는 x + y = 20, x2 + y2 = 208로 표기하지만, 디오판토스는 두 번째 방정식의 경우 두 개의 미지수 대신 (x+10)과 (x-10)을 사용해서 (x+10)2 + (x-10)2 = 208로 나타낼 것이다.
인도의 2차 방정식
기원전 8세기경 바우다야나가 쓴 고대 인도의 〈술바수트라스〉 중 하나에는 처음으로 2차 방정식을 언급하고 나서 ax2 = c와 ax2 + bx = c 유형의 2차 방정식 문제를 푼 것이 기록돼 있다. 제단을 짓는 부분에 나타난 이 내용은 2차 방정식을 3차원의 실용적인 문제에 연결한 것이다.
디오판토스 방정식
디오판토스 방정식에서는 해답을 포함해 모든 수들이 정수(음수와 양수 둘 다 가능)이다. 이 방정식은 해답이 없는 방정식, 해답의 수가 정해져 있는 방정식, 해답의 수가 무한하게 많은 방정식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 방정식은 해답이 없는 방정식이다.
2x + 2y = 1
왜냐하면 결과가 1이 될 수 있는 수 중에 x와 y값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수는 없기 때문이다. 두 개의 짝수를 더한 수는 언제나 짝수가 된다.
방정식 x - y = 7에는 수많은 해답이 있다. 왜냐하면 x와 y값을 계속 증가시키면서 x와 y에 해당하는 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정식 4x = 8의 경우에는 x = 2라는 하나의 해답만을 갖는다.
디오판토스 방정식은 사람 수를 계산하는 것과 같이 나눌 수 없는 대상의 개수를 다루는 데 편리하다. 예를 들어, 24명의 사람들이 여행을 하기 위해 자동차를 골라야 한다고 하자. 어떤 차에는 4명이 탈 수 있고 어떤 차에는 6명이 탈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차는 꽉 차 있어야 한다. 이때 디오판토스 방정식은 유용하다. 실제로 가능한 해답은 정수 명의 사람들을 정수 개수의 차에 할당하는 경우밖에 없기 때문이다.
4x + 6y = 24
물론 이 경우에 x와 y는 둘 다 양의 정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을 다루는 수학 문제들은 디오판토스 방정식을 사용한다. 한 소년이 96센트로 4개의 초콜릿 볼과 2개의 막대사탕과 1개의 초콜릿 바를 샀다. 그렇다면 각 과자의 가격은 얼마인가?
디오판토스 방정식의 다음 유형은 1차 방정식이다(그래프에서 직선으로 그려질 것이다).
ax + by = c
또 다른 디오판토스 방정식인 다음 방정식은 피타고라스의 정리와도 관련이 있으며, 이 방정식으로 피타고라스 수(예: 3, 4, 5: 9 + 16 = 25)를 구할 수도 있다.
x2 + y2 = z2
디오판토스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긴 하지만, 그가 이 방정식을 최초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인도의 〈술바수트라스〉에서는 몇 개의 디오판토스 방정식을 다룬다. 하지만 디오판토스 방정식은 완전히 이론적이라는 점에서 고대 인도나 바빌로니아의 수학과는 다르다. 그는 제단을 짓는 것에 관심이 없었고, 지하실을 만들지도 않았으며, 곡식을 세금으로 걷지도 않았다. 그리고 디오판토스의 숫자는 현실 세계의 양과도 관련이 없다. 그는 또한 정수만을 사용한 정확한 답에만 관심을 두었다. 이것이 아마도 그의 《산수론》에 3차 방정식이 거의 없는 이유일 것이다.
디오판토스가 다뤘던 방정식은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지만, 당시 그의 접근 방법은 혁신적이었고 이후에 수학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디오판토스가 제시한 정사각형을 두 개의 정사각형으로 나누는 문제를 일반화하려는 과정에서 그 유명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대수학, 진가를 발휘하다 항목 참조)가 탄생했다.
다항 방정식
다항 방정식은 각각의 항에 거듭제곱이 표시된 변수에 상수가 곱해진 연속된 항을 가진다. 예를 들어 다음 방정식의 첫 번째 항은 x2 × 1이고, 두 번째 항은 x1 × 2, 그리고 마지막 항은 상수 8(혹은 x0 × -8)이다.
x2 + 2x - 8 = 0
수학자들은 다항식을 최고 차수 항에 따라 1차, 2차 등으로 부른다. 그래서 위에 있는 방정식은 2차 방정식이라고 한다. 세제곱의 항(x3)이 포함된 방정식은 3차 방정식이다.
3차 방정식을 넘어서
디오판토스는 세제곱보다 더 큰 거듭제곱을 나타낼 수 있는 표기법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사용한 적은 없었다.
또 다른 알렉산드리아 사람인 파포스가 이 문제에 접근했지만 제대로 다루지는 않았다. 그는 최초로 직선 혹은 1차 대수학 문제들을 직선이나 1차원으로, 2차 대수학 문제는 2차원이나 넓이, 즉 평면으로, 3차는 3차원이나 부피 즉, 입체 도형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을 언급했다. 2차원 평면이나 3차원 공간 안의 선들로 정의되는 곡선의 특성을 연구하면서 파포스는 ‘그 어떤 것도 3차원보다 높은 차원에 존재할 수 없다.’는 이유로 3차보다 높은 방정식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디오판토스는 대수학에, 파포스는 기하학에 너무 얽매여 있었기 때문에 거의 근접하기는 했지만 대수 기하학이라는 개념으로 도약하지는 못했다. 파포스의 선과 자취의 기하학 문제들 중 하나 때문에 결과적으로 데카르트가 17세기에 대수 기하학을 발명할 수 있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하나의 세제곱 수가 두 개의 세제곱 수의 합이 되는 것, 하나의 네제곱 수가 두 개의 네제곱 수의 합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거듭제곱이 2보다 큰 경우, 어떤 수라도 거듭제곱의 수 두 개를 합한 것이 거듭제곱의 수 하나와 같을 수 없다. 나는 이 명제의 정말로 놀라운 증명 방법을 알아냈지만 여백이 부족해서 여기에 적을 수는 없다.”
– 페르마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디오판토스의 《산수론》 여백에 써놓은 글
알마문의 꿈
칼리프각주1) 였던 알마문(786~833년)의 꿈에 아리스토텔레스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 결과, 알마문은 발견된 모든 그리스 책들을 번역하라고 명령했다. 아랍인들은 비잔틴 제국과 불안한 평화를 이어가고 있던 상황에서 계속된 협정을 통해 책들을 달라고 협상했다. 알마문의 통치하에 지혜의 집에서 유클리드의 《원론》과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 완성본이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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