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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초등학생 심
리백과

선생님이 우리 아이가 너무 산만하대요

다른 표기 언어 동의어 초등학교 1학년의 문제행동
요약 테이블
시기 초등학교 1학년

초등학교 1학년의 상당수가 수업시간에 산만하다는 이유로 걱정을 듣습니다. 부모들은 내 아이가 산만하다는 말을 들으면 학년이 올라가기 전에 서둘러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산만한 행동은 사실 발달상 정상범주에 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중력도 부족하고 호기심이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어른에 의해 어느 순간 문제아로 변신합니다. 그렇다고 막연히 나아지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산만한 아이들,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1학년은 산만한 것이 당연합니다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을 돌아다니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있다고 합시다. 아마 이 아이가 1970년대 시골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면 골치 아픈 개구쟁이 소리를 들었을지언정, "문제가 있네" "치료를 받아야 하네" 등의 말을 듣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자, 무대를 2008년 서울 한복판의 사립 초등학교로 옮겨봅시다. 한창 선생님이 앞에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한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닙니다. 선생님 지적으로 자리에 앉긴 했는데 5분도 안 돼 이제는 옆 짝꿍을 쿡쿡 찌릅니다. 선생님 눈총에 움찔해서 얼른 자세를 고쳐 앉나 싶더니 어느새 고개가 창밖으로 돌아가 있습니다. 이제 이 아이는 '산만하고 집중 못 하는', 그런 행동이 조금 오래간다면 '치료가 필요한' 아이가 됩니다. 말 그대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가 되고 마는 것이지요.

아이가 보이는 문제행동은 되도록 빨리 잡아주는 것이 옳긴 합니다. 더구나 그 행동이 학교라는 틀에 적응하고 규칙을 내면화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학년이 올라가기 전에 원인을 찾아 고쳐주는 것이 정답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수업 시간에 산만한 행동을 보인다는 이유 하나로 그것을 문제 삼고 억지로 고치려 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막 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산만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오히려 산만한 행동을 하는 아이가 적응 면에서 더 유리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적응은 외부의 자극을 완전히 수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과 외부에서 요구되는 것이 충돌하는 가운데 절충점을 찾는 것이 제대로 된 '적응'입니다. 아이는 수업시간에 이런저런 행동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자기가 원하는 것이 받아들여질지 시험해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허용되는지 체험을 통해 파악하지요. 그 과정에서 보이는 여러 가지 실수들이 대부분 '산만하고 문제 있는' 행동으로 비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수업시간에 조용히 앉아 시키는 대로만 하는 아이가 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자아상이 약하거나 세상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산만한 행동을 한다면 억지로 고치려 들기 전에 아이의 그런 특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특성을 그대로 인정해주면서 아이의 산만한 모습이 학습이나 생활면에 큰 장애가 되지 않도록 조금씩 도와주어야 합니다.

만일 초등학교 1년 동안 그런 행동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2학년이 되어서도 똑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집중력 장애를 의심하고 정확한 진단하에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1학년 때 보이는 산만한 행동은 적응 과정의 일부라는 기본 전제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가 산만한 행동을 하는 4가지 이유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산만한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우선은 발달상 보이는 특징입니다. 그 외에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의 인지·정서 발달에 문제가 있으면 그 행동이 더 두드러집니다. 만일 산만한 행동이 너무 비정상적이라면 다음의 경우를 점검해 보세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정상범주를 벗어난 산만함을 보이는 원인은 다음의 4가지입니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인 경우

집중력이 다른 아이의 절반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아이들로 전문기관의 검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집중력 검사 중, 화면에서 어떤 그림이 밑으로 내려오면 버튼을 누르는 검사가 있는데 ADHD 아이들은 제때 누르지 못합니다. ADHD는 초등학교 1학년 때 갑자기 증상이 드러나는 예가 많습니다. 이는 입학 후 갑자기 발병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이미 징후가 있었는데 초등학교라는 꽉 짜인 틀에 들어가면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해야 합니다. 어릴수록 치료가 빠르고, 예후가 좋습니다.

호기심이 너무 많아 집중을 못 하는 경우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호기심 덩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치원과 다른 학교생활에 대해 무엇이든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고 만져보고 눈으로 확인하려 듭니다. 또한 성향적으로도 유독 호기심이 많은 아이가 있습니다. 이런 아이는 과도한 호기심 탓에 사고와 말썽이 많습니다. 이때는 아이의 호기심부터 먼저 해결한 뒤 학교의 규칙들을 차근차근 알려주면 산만한 행동이 줄어듭니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우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에 대해 잘 모릅니다. 수업시간에는 지겨워도 40분 동안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몰라 수업시간에 화장실에 갔다 오고, 어떤 아이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고 오기도 합니다. ADHD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수업 시간에 일어나 돌아다니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규칙을 몰라서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입니다. 사회성이 부족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성격상의 문제일 수도 있고 부모와의 애착이 불안정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먼저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주어야 합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경우

어른도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손끝으로 책상을 탁탁 두드리거나 발을 떠는 것처럼 심리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은 산만한 행동을 보입니다. 아이가 왜 불안한지 생활적인 면을 자세히 검토해보아야 합니다. 부모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을 때나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때 심리적 불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ADHD를 제외하면 특별히 약을 먹거나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요즘 ADHD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산만하다는 이유로 비정상적인 아이로 취급받는다는 것입니다. 산만한 행동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탓입니다.

사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많이 논란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5~19세 사이의 아이 30명 중 1명이 리탈린(Ritalin:ADHD 치료약으로 알려진 약물)을 제한적으로 복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져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 약은 ADHD 아동에게만 주의력을 향상시키지 일반 아동에게는 유익하지 않습니다.

만일 아이가 너무 산만하여 병원을 찾을 때는 부모뿐 아니라 학교 선생님의 의견, 친구나 주변 어른의 의견 등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여 전문의가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가방 챙기기만이라도 확실하게

초등학교 1학년의 산만함이 어느 정도는 정상이라고 하지만, 학교생활을 원만히 해나가게 하려면 산만함을 줄이고 집중력을 키우기 위한 부모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집중력은 어렵고 지겨운 것을 일정 시간 동안 참고 해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어떤 엄마는 "우리 애는 자기가 재미있는 것은 1시간이고 2시간이고 한다"며 자랑을 하지만 이는 집중력과 상관없습니다.

재미있는 것을 할 때와 공부할 때 사용하는 뇌는 다릅니다. 재미있는 것을 할 때는 감정이 개입된 뇌를 많이 쓰는데, 이때 아이의 기분이 좋아지면서 집중력이 배가되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됩니다. 산만한 아이도 2시간 동안 꼼짝 않고서 비디오를 보는 일이 가능합니다. 반면 조금이라도 하기 싫은 일에는 전혀 집중하지 못하지요.

집중력을 키우려면 먼저 주변 환경이 정돈되어야 합니다. 공부를 할 때는 책상 위에 책과 공책, 연필 등만 꺼내놓고 아이의 시선을 잡아끌 만한 물건들을 깨끗하게 치워야 합니다. 공부 장소도 텔레비전 등 집중도를 분산시키는 요소가 없는 조용한 곳이어야 합니다. 환경이 마련된 후 아이에게 할 일을 명확하게 알려줍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지겹도록 반복되어야 비로소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 번에 아이의 행동 패턴을 고칠 수는 없습니다. 부모 눈에는 너무나 단순한 일이 아이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만큼 힘들 수 있습니다. 준비물을 챙기고 가방을 싸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경모가 그랬습니다. 그래서 매일 저녁 8시를 가방 싸는 시간으로 정해두고 해야 할 일을 순서대로 알려주었습니다.

첫째, 알림장을 본다.
둘째, 오늘 가져갔던 교과서를 뺀다.
셋째, 내일 가져가야 할 교과서를 넣는다.
넷째, 준비물을 넣는다.
다섯째, 숙제를 했는지 챙긴다.

이렇게 하는데 보통 30분이 걸립니다. 이 과정을 매일 지겹도록 반복해야 하지요. 지겹도록 반복해도 한 학기는 지나야 아이 스스로 가방을 쌀 수 있게 됩니다. 이때 아이가 준비물을 빼먹고 이야기하지 않아 한밤중에 문구점을 달려갈 일도 생깁니다. 1학년 아이들은 제때 기억을 못 해서 잠자리에 누웠다가 "엄마 준비물!" 하며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평소 넉넉히 학용품을 준비해놓거나, 10시까지 문을 여는 동네 문구점을 알아놓는 것도 좋습니다.

열 번 말해서 조금 달라지면 다행

산만한 행동은 하루아침에 나아지지 않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매일 정신없이 생활하는 것을 참고 지켜보기 쉽지 않습니다. "숙제는 했니?" "앉아서 공부해라" 등의 말을 매일 반복하는 것도 힘겨운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참고 참다가 결국 화를 냅니다.

화를 내는 것은 부모의 말에 대해 바로 효과가 나타나기를 은연중에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열 번 말해서 조금 달라지면 다행'이라고 마음먹어야 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은 규칙에 적응하고 내면화하는 시기인데 이것이 한두 번의 말로 척척 이루어진다면 1학년 과정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처음부터 한두 번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화가 나지 않습니다.

매일 가방을 싸는 것을 챙기는 것이 부모에게는 지겹고 답답한 노릇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자체가 규칙을 내면화하는 과정이므로 놀이처럼 즐겁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녁 8시만 되면 가방을 가져오게 해서 교과서와 노트를 모두 빼고, 다음 날 수업에 맞춰 다시 챙기게 합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이 자기도 하겠다며 가방을 들고 오면 방해가 된다고 물리치지 말고 동생도 동참시킵니다. 영리한 아이는 형의 모습을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학교 규칙을 미리 익히기도 합니다. 산만한 아이들은 부모가 가방 싸는 것 하나만 재미있게 같이 해도 집중력이 훨씬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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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 집필자 소개

1964년 부산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1997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유학 후, 현재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및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펼쳐보기

출처

초등학생 심리백과
초등학생 심리백과 | 저자신의진 | cp명갤리온 도서 소개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를 132개의 질문과 답을 통해 정리한 백과사전. 초등학교 6년을 학년별로 구성, 그 연령대에 꼭 알아야 할 심리 발달..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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