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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초등학생 심
리백과

자꾸 밀리는 학습지, 끊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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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치고 학습지 하나 하지 않는 아이는 없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우리나라만큼 학습지 시장이 성황을 이루는 곳도 없지요. 그러다 보니 학습지의 내용도 훌륭한 편입니다. 문제는 아무리 학습지가 좋아도 상당수의 아이가 학습지 자체를 거부한다는 점입니다. 자꾸만 밀리는 학습지 때문에 부모와 아이 사이에 실랑이가 끊이지 않습니다.

하루만 밀려도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학습지

부모들에게 학습지를 왜 시키느냐고 물으면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듭니다. 우선, 매일 학습지를 하면서 규칙적인 공부습관을 들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부모를 대신해 학습지 선생님이 공부를 체크해주기 때문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학원보다 저렴한 교육비도 학습지를 선택하는 데 한몫을 합니다.

학습지는 잘만 활용하면 규칙적인 공부습관을 들이고, 부족한 교과 공부를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가 큰 부담 없이 매일 학습지의 진도를 따라가면서,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연관 지어 소화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이렇게 되려면 무엇보다 아이가 학습지 공부 자체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하루 분량의 공부를 하면서 '내가 이만큼 공부했다'고 만족하면서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껴야 하지요.

또한 그 반대의 역효과도 있습니다. 학습지는 학습 분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하루만 밀려도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주게 되고, 밀리는 양이 많을수록 더 하기 싫어지게 됩니다. 이는 자칫 공부 자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습지를 할 때는 밀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이것이 뜻대로 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부모는 학습지가 밀리면 아깝다는 생각에 이미 지난 학습지도 마저 하라고 다그치지만, 아이 입장에서 보면 지난 공부, 안 해도 되는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 하기가 싫어집니다. 그러다 보면 부모와 아이 사이에 언성만 높아지지요.

그래서 저는 밀리는 학습지 때문에 아이와 갈등이 많다면 일단 학습지를 과감히 끊으라고 이야기합니다. 학습지를 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문제집을 사다가 아이의 능력에 맞게끔 매일 조금씩 하게 하면 학습지와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매일 일정 분량을 공부하는 습관이 자리 잡힐 때 다시 학습지를 시작하는 것이지요.

문제집 등을 이용해서 부모와 함께 공부를 하면 아이의 능력과 수준에 맞춰 유동적으로 공부 계획을 짤 수 있다는 장점이 생깁니다. 하루 이틀 문제집을 못 풀더라도 '밀렸다'는 죄책감이나 마저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기 때문에, 전에 하던 것에 이어서 공부를 해도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습니다. 또 공부가 잘되는 날은 많이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은 건너뛰는 등 아이 상태에 맞춰 일정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형식은 피해야

학습지의 형태를 보면 일주일에 한 번 선생님이 방문해서 잠깐 설명해준 뒤, 나머지는 숙제를 주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식으로 학습이 이루어졌을 때 숙제를 매일 꾸준히 해내는 능력이 없는 아이들은 학습지 공부를 무척 힘들어합니다. 오히려 부모와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지요. 따라서 학습지 공부를 효과적으로 시키려면 아이가 학습지를 하면서 주어진 과제를 해낼 수 있는 능력도 함께 길러야 합니다.

학습지는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반복학습이 기본입니다. 저학년 때는 반복학습을 해도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데, 고학년 아이 대부분은 반복학습 자체를 싫어합니다. 저학년 아이 중 유독 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학습지를 싫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반복적인 문제가 계속 나오는 학습지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문제가 나오는 학습지로 바꿔주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학습지로 큰 효과를 거두는 때는 아이가 한글을 떼고, 기초적인 계산을 할 때 정도입니다. 그 이상 수준이 올라가면 아이에게 꼭 맞는 학습지를 선택하지 않는 이상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희 경모도 그랬고, 제 주변의 아이들을 봐도 3학년 말 정도가 되면 본인 스스로 학습지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일정한 패턴만 보이기 때문에 재미도 없고 효과도 없다고 아이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지요. 3학년 정도면 다양한 학습유형을 접해야 하고, 또 발달상으로 봐서도 따분한 것을 싫어하고 생각이 깊어지는 단계이므로 반복적인 문제가 많이 나오는 학습지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학습지가 자꾸 밀리고, 아이가 곧잘 하다가 싫증을 낸다면 '아이 수준에 학습지가 맞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학습지를 교체하거나 학습지를 끊고 다른 방법으로 공부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학습지가 자꾸 밀려 아이가 힘들어하는데도 과감히 학습지를 끊지 못하는 이유는 부모의 불안감 때문입니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아이가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지요. 우리나라 부모 대부분이 그렇듯 단순히 '공부를 시키고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얻는 것입니다. 또한 학습지를 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이야기하는 학습지 업체와 이것저것 모두 시키는 옆집 엄마도 학습지를 끊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지요. 더는 부모의 불안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교육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공부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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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 집필자 소개

1964년 부산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1997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유학 후, 현재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및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펼쳐보기

출처

초등학생 심리백과
초등학생 심리백과 | 저자신의진 | cp명갤리온 도서 소개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를 132개의 질문과 답을 통해 정리한 백과사전. 초등학교 6년을 학년별로 구성, 그 연령대에 꼭 알아야 할 심리 발달..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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