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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초등학생 심
리백과

공부하라는 말만 하면 그냥 도망가요

다른 표기 언어 동의어 초등학교 4~5학년의 학습심리
요약 테이블
시기 초등학교 4~5학년

고학년이 되어 갑자기 공부가 어려워지면서 "나는 왜 이렇게 공부를 못할까?", "나는 머리가 나쁜가 봐", "나는 해도 안 돼" 하며 공부에 의욕을 잃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공부할 마음이 없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한숨만 나옵니다. 아이에게 어떻게 의욕을 불어넣어야 할지, 저러다가 공부를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아이가 공부 의욕을 잃었을 때는 무작정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더욱 적극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야 합니다.

'why'와 'how'를 잘 찾아보세요

고학년이 되어 공부가 어려워지면서 정모 역시 평소에도 몇 번씩 공부하기가 싫다고 했습니다. 수학문제가 조금만 복잡해도 "난 머리가 나쁜가 봐. 해도 안 돼"라며 좌절했지요.

이럴 때는 아이 말을 들어만 준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공부를 어려워하는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주는 것과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여 해결책을 찾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저는 넋두리를 하는 정모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정모야, 네가 어떻게 했는데 안 된다고 하는 거야? 문제가 너무 많아서 그러니? 아니면 모르는 문제야? 공식을 몰라서 그러는 거야, 아니면 계산이 복잡해서 그러는 거야?"

정모는 공부가 갑자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에 지레 겁을 먹고 있었습니다. 어렵다면 정확하게 무엇이 어려운 건지, 그것을 해결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 그 방법이 소용이 없다면 대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차근차근 따져봐야 하는데, 막연하게 어렵다고만 생각하니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수밖에요.

"정모야. 네가 어려워하는 것이 사실은 별문제가 아닐 수도 있어. 너는 제대로 해보지 않았잖아. 하려면 효율적으로 해야지, 해보지도 않고 왜 한탄부터 하고 그래. 엄마랑 같이 어떻게 하면 쉽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저는 그때부터 정모와 함께 공부의 원리와 공부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습법에 대해 알아보면서, 정모에게 꼭 맞는 방법이 무엇일지 구체적으로 의논했지요. 왜 정모가 공부를 어렵다고 느끼는지도 과목별로 꼼꼼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수학은 정모가 문제를 꼼꼼하게 읽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학년쯤 되면 복잡한 응용문제를 많이 접하는데, 여러 가지 문제가 섞여 한 문제로 출제되니 성격이 급한 정모가 제대로 읽지 않고 어려워했던 것이지요. 영어는 덤벙대다가 철자를 틀리거나 동사를 빼먹는 등의 실수를 자주 했지요. 글을 끊어서 읽고 차분히 생각하면 답이 나오는 것을 한눈에 다 파악하려고 하니 문장을 해석하는 것도 힘들어했고요. 정모에게 꼭 맞는 학습법이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해보고,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도 고민해보았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알고 나니 할 일이 분명해졌습니다.

인내심이 부족한 정모에게 한 번에 장시간 공부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그래서 30분 단위로 공부량을 정하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적절히 배치했습니다. 문제를 대충 읽는 습관을 바로잡도록 꼼꼼하게 두 번씩 문제를 읽게 했지요. 수학은 복잡한 연산만 나오면 고개를 돌려버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차근차근 한번 해보자!" 하며 함께 계산을 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갔고, 그러면서 정모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의욕이 없는 것은 아이 탓이 아닙니다

어른들이 특별한 일이 없어도 슬럼프에 빠지는 것처럼 공부가 생활인 아이들 역시 의욕을 잃을 때가 잦습니다. 더구나 공부는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계단을 하나씩 밟고 오르듯 서서히 조금씩 발전하는 것이 공부입니다.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것은 특별한 경우이고, 보통은 부모가 부지런을 떨어야 그나마 하게 됩니다. 더구나 초등학생의 학습량이 유례없이 많아진 요즘 같은 상황에서 모든 공부를 아이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모로서의 직무유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발달학적인 면에서 아이의 자기통제력이나 인내심이 이전보다 좋아졌다고는 해도, 초등학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여전히 미숙합니다. 공부에 의욕이 없는 것은 아이 탓이 아니라, 공부가 아이 스스로 해내기에는 어려운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공부에 의욕을 잃었을 때에는 매순간 격려해주고, 동기를 부여하고, 의미를 주고, 설득하는 등의 도움을 줘야 합니다. 공부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저는 정모의 공부 의욕을 북돋워주려고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공부 캠프라는 곳에 정모를 보내보았습니다. 힘든 공부에 매달리는 아이가 안쓰러워 뭔가 도움이 되는 것이 없을까 궁리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취지는 공부 동기를 갖게 하고, 효과적인 공부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었지만 사실 정모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성과를 얻었습니다. 정모는 엄마가 자기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그 해결책으로 공부 캠프를 제안했다는 사실 자체에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옆에서 항상 지켜주고 응원해주는 엄마라는 존재를 새삼 깨닫게 된 것이지요.

물론 그 뒤로도 공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부 자체를 완전히 거부하거나, 의욕을 잃고 좌절하는 모습은 더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가끔 힘들다는 말을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뭐" 하며 씩 웃어넘깁니다.

'단기 목표 제시'가 특효약

공부 의욕을 잃은 초등학생에게 특효약은 원하는 것을 보상으로 걸고 단기 목표를 제시해주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방법을 두고 회의적인 부모가 많습니다. 그런 부모들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를 설명할 때 "학생은 당연히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를 잘해야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이유를 듭니다.

물론 공부 자체를 목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순간순간이 중요한 성장기의 초등학생에게는 단기적인 목표로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공부습관을 들이고 자신감을 유지하는 데 더 효과가 있습니다.

한 예로 친구 집에서 하룻밤 자고 싶다고 한다면 그것을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만큼 하면 허락해주겠다고 하면 아이들은 신나게 공부를 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어린이잡지 〈새소년〉을 사는 재미로 공부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월말 고사를 볼 때 100점을 맞으면 〈새소년〉에 만화책을 한 권 더 사주시고, 하나 틀리면 〈새소년〉만 사주셨거든요. 만화책을 한 권 더 얻으려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단기 목표를 제시하고 적절한 보상을 해주라고 이야기하면 많은 부모가 "공부를 내적 동기로 해야지, 그렇게 외적 동기로 하게 하면 되나요?" 하는 질문을 합니다. 그런데 초등학생들은 아직 내적 동기로 공부하기가 어렵습니다. 추상적 사고력이 발달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만족지연능력이나 감정조절력은 공부를 잘 해내기에 역부족이지요. 빠른 아이들은 중학교 때, 늦은 아이들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야 비로소 자기 꿈을 이루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공부 동기는 아주 단순한 것들입니다. 친구에게 지기 싫어서, 부모님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또는 시험을 잘 보면 선물을 준다고 해서 등 결과가 바로 드러나는 단기적인 목표가 공부에 대한 동기를 불러일으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아이는 성취하는 기쁨을 느끼고,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목표를 세우고 매진하는 경험을 하게 되지요.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공부 잘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라고 하는 것은 샐러리맨들에게 "당신도 열심히 하면 빌 게이츠처럼 될 수 있어요"하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동기로 공부에 대한 의욕을 만들어주세요

공부를 해서 작은 기쁨이라도 얻을 수 있을 때, 아이는 그 작은 기쁨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그 노력이 쌓여 마침내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됩니다. 아이에게 기쁨이 되는 것들은 소박합니다. 쪽지시험에서 100점을 받아 치킨을 먹고, 숙제를 다 해가서 칭찬을 받고, 기말시험에서 10점을 더 올려 놀이동산에 가는 등의 작은 일들이 아이에게 중요한 공부 동기가 됩니다. 물질적인 보상만 생각하면 부정적이지만, 꼭 물건이 아니더라도 아이가 원하는 무엇을 찾아 동기를 자주 마련해주고 성취감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보통의 초등학생을 공부하게 하려면 부모가 많은 아이디어를 준비해야 합니다. 어려운 것을 배울 때에는 '이번에는 무엇으로 아이를 설득해볼까?', '아이가 부담스럽지 않게 도와줄 방법은 없을까?' 하고 늘 고민해야 합니다. 학교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선생님, ○○가 이 부분을 어려워하는데 좀 격려해주세요" 하고 부탁하는 것이지요.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부모의 일방적인 지시에 반항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의 도움을 얻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공부를 힘겨워 할 때에는 이런 식으로 매번 뒤에서 밀고 앞에서 당겨줘야 합니다. 아무 기쁨도 없고 재미도 없는데 뭐가 아쉬워서 공부를 하겠습니까.

이런 작은 동기를 통해 초등학교 때 공부에 대한 의욕과 습관을 굳건히 하면, 중학교에 가서는 자신 있게 자기 스스로 공부하게 됩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하도록 이끌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서 아이는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스스로 계획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초등학교 학습의 최고 목표이므로, 점수 몇 점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공부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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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 집필자 소개

1964년 부산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1997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유학 후, 현재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및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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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심리백과
초등학생 심리백과 | 저자신의진 | cp명갤리온 도서 소개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를 132개의 질문과 답을 통해 정리한 백과사전. 초등학교 6년을 학년별로 구성, 그 연령대에 꼭 알아야 할 심리 발달..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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