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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욕은 보통 3학년 때 시작해서 5~6학년이 되었을 때 절정에 달합니다. 아이의 입에서 부모가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거친 욕이 나오면 '정말 내 자식 입에서 나오는 말이 맞을까' 하며 귀를 의심하게 됩니다. 나쁜 친구를 만나고 다니는 것은 아닌지, 부모 몰래 좋지 않은 비디오를 본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지요.
아이가 욕을 할 때 부모가 보이는 첫 번째 반응은 '일단 혼내기'입니다. 놀란 마음에 소리부터 지르게 되고 잔소리를 쏟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입니다. 하지만 혼쭐을 냈으니 괜찮을 거라는 생각도 잠시, 그 순간을 넘긴 아이는 이제 부모가 안 보는 곳에서 욕을 합니다.
언젠가 정모의 같은 반 친구 엄마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집에서는 그렇게 말을 잘 듣고 순해서 아무 문제도 없는 줄 알았는데, 우연히 집 앞에서 제 친구들과 하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인터넷 사이트의 비방글에서나 나오는 욕을 서슴없이 하더라고요. 어찌나 가슴이 떨리던지. 왜 갑자기 아이가 변한 걸까요?"
공격성을 조절하는 수단이자 또래문화
왜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욕을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이유는 공격본능을 해소하기 위한 것입니다. 자기를 힘들게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때리는 것은 안 될 것 같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화를 풀 길이 없어 욕을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욕을 하고 나면 마음 안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되고, 공격적인 성향도 줄어들게 됩니다.
저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다른 아이들이 자기를 괴롭힐 때, 맞서 대응하는 차원에서 욕을 하는 것은 어느 정도 허락해주었습니다. 욕이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라도 참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때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욕을 하는 것이 서로 피해를 덜 주고받는 행동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저는 평소에 아이들이 공격성을 적당히 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테니스나 축구 같은 운동을 하게 하고, 주말에 가끔 놀이공원에 가서 실컷 놀게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공격성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적당히 조절하면서 살게 됩니다. 그런데 성장기의 아이들은 이러한 공격성을 해결한 방법을 제 스스로 찾지 못합니다. 특히 어릴 때 부모로부터 공격성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다른 사람을 때리고 물건을 부수는 등 과격한 행동을 일삼습니다. 욕하는 것을 탓하기에 앞서 아이에게 내재한 공격성을 적당히 풀어줄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욕을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또래와 동질감을 느끼고 자신의 우월성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초등학생들은 저희끼리만 아는 은어를 쓰고 비슷한 욕을 하면서 동질감을 느낍니다. 또 욕을 하면서 '난 이제 어린 애가 아니야' '난 어른이야' 하는 우월감을 표시하고 싶어 합니다. 즉 어른들이 쓰는 욕을 자신도 함으로써 마치 자신이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젖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모르고 부모 눈에 보기 안 좋다고 하여 무조건 욕을 못하게 하거나 욕을 할 때마다 크게 야단치면 아이는 반발심에 더 욕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욕은 공격성을 조절하는 수단이자 '또래문화'입니다. 대다수 아이에게는 통과의례 같은 행동이므로 조용히 타이르는 선에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어른에게까지 욕을 하면 반항장애
그런데 아이가 어른에게 욕을 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늘 욕을 달고 다닌다면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욕을 하는 대상이 형제나 친구가 아니라 부모나 교사, 웃어른이라면 반항장애로 볼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 불만이 많고 공격적 성향이 정상 범주를 넘을 정도로 강해 욕을 조절하지 못하고 어른들에게까지 쓰는 것입니다.
반항장애 아이들은 대부분 그 원인을 부모가 제공합니다. 아이의 기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부모가 어렸을 때부터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공격적인 언행으로 야단만 쳤을 때 아이는 매번 좌절을 경험하면서 성장하게 됩니다. 이 경우 어렸을 때는 떼를 쓰면서 소극적인 반항을 보이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고학년이 되면 욕을 통해 직접적으로 반항심을 표출하게 됩니다. 부모가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무심코 던진 잔소리, 꾸중, 체벌이 아이의 반항심을 키운 셈이죠.
이런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욕을 하며 반항적인 행동을 보입니다. 그러면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게 되고, 이것이 또 아이의 반항심을 자극하여 욕뿐 아니라 다른 문제까지 일으키게 됩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은 학교 적응도 힘들고 친구들을 사귀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사춘기를 지나면서 비슷한 성향이 있는 아이들과 어울려 나쁜 길로 빠질 수 있지요.
따라서 아이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어른들에게까지 욕을 한다면 적극적으로 바로잡아줘야 합니다. 문제가 심각하다면 부모가 직접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것이 좋습니다. 위에서 지적한 대로 반항장애는 부모에게서 온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반항장애의 원인을 밝혀내고, 필요하다면 가족치료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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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아무 데서나 함부로 욕해요 – 초등학생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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