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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아이의 집중력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됩니다. 학교 수업시간에 산만하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집에서 숙제할 때 딴청을 부리기만 한다면 '혹시 집중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요. 그러다가도 재미있는 일을 할 때면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줘서 엄마를 헷갈리게 합니다. 실제로 어떤 아이들은 공부를 곧잘 하다가 어느 순간 책만 보면 졸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처음 한동안은 책상 앞에서 딴 짓만 하다가 갑자기 흥미를 보이면서 공부에 열중하기도 합니다.
집중력에 대해서는 보이는 증상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부모 눈에는 집중을 못 하는 것으로 보일지라도 정말 집중력에 문제가 있어서 수업을 못 따라가고 공부 못하는 경우는 전체 학령기 아이들 중 5~7%에 불과합니다. 바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아이들이지요. 아이가 ADHD가 아니라면 집중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어서 '산만해 보이는 것'입니다.
아이가 산만해 보이는 이유 5가지
아이가 '산만해 보이는' 첫째 이유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하고 싶지 않으니 당연히 공부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지요. 이런 아이들은 공부보다 다른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운동 같은 것입니다. 운동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앉아서 하는 공부가 재미없고 의욕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니 자꾸 딴생각을 하고 집중을 하지 못할 밖에요.
이럴 때는 좋아하는 운동을 하게 해서 아이의 욕구를 채워준 다음 공부를 시키거나, 공부를 얼마만큼 하면 운동을 하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공부를 적절하게 조율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아이의 흥미를 조금씩 공부 쪽으로 옮겨주는 것이지요. 공부를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아이는 그 재미에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됩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흥미를 느낀 일에는 노력 없이도 집중하게 마련입니다. 억지로 공부를 강요하기보다 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아이의 다른 욕구를 먼저 채워주세요.
두 번째 이유는 사회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사회성과 집중력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며 의아해하는 부모도 있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면 공부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수업시간에 남들처럼 공부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사회성은 넓은 의미에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는 능력, 다른 사람과 같은 흐름으로 흘러가는 능력을 말합니다. 학교 수업시간을 예로 들면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고,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다른 아이들처럼 공부하면서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사회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들처럼 하기 싫어도 참고 공부하고 선생님 말씀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남과 상관없이 자기 혼자 뭔가를 할 때는 집중력을 발휘할지 몰라도 공동의 규칙을 따라야 하는 수업시간에는 집중하지 못합니다. 이때에는 부족한 사회성부터 채워줘야 합니다. 공동의 규칙을 따르고 남과 같은 흐름으로 살아가는 능력을 키워야 하지요.
세 번째는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어른도 마음이 심란하고 불안하면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이 불안하거나 해결 못 한 문제가 있을 때 공부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한 예로 정신적으로 심한 충격을 받은 아이들이 초기 불안 증세가 없어진 후에도 한동안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교통사고 등 심각한 사고를 당한 아이 중에는 집중력 저하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성적이 떨어지기도 하지요. 이런 아이들은 불안을 일으키는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집중을 잘하게 됩니다.
네 번째, 에너지가 많은 아이가 산만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체력이 좋고 돌아다니기 좋아해서 산만한 것처럼 오해를 받는 아이들이지요. 이런 아이들은 점심때가 되면 후다닥 밥을 먹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가기 바쁩니다. 오전에는 활기가 넘쳐 산만하게 굴다가, 오후 수업시간이 되면 기운이 빠져 차분해지기도 하지요. 에너지가 많은 아이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시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고 차분해지면 공부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다섯 번째, 부모와 사이가 나쁜 경우에도 집중력에 문제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가 공부를 시키면 반항심리가 생겨서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소극적인 반항이지요. 또, 다른 사람과 공부할 때는 집중을 잘하면서 부모와 공부할 때 일부러 산만하게 행동하기도 합니다. 이때는 부모와 아이의 사이부터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섣부른 ADHD 진단은 위험
요즘은 산만한 아이들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이 예전보다 훨씬 늘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달라진 교육환경에서 찾고 있습니다. 20~30년 전의 초등학교 교실을 떠올려보십시오.
한 반에 60~70명이 북적이는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 선생님은 한 분. 선생님 눈을 피해 장난치는 아이들도 있었고, 쉬는 시간이면 옆 반까지 가서 노느라 정신없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미처 화장실도 못 가서 수업 도중에 실례(?)를 하는 아이들도 간혹 있었지요.
또 수업시간 끝나기가 무섭게 운동장에 나가서 놀고, 집에 와서는 책가방만 던져놓고 나가서 해가 넘어갈 무렵에야 집에 돌아오는 것이 일과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 하거나 산만하게 구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도 학년이 올라가면 산만한 모습은 어느덧 사라지고 의젓한 학생의 모습이 되었지요.
그런데 요즘은 어떻습니까? 초등학교 1학년들조차 수업시간 40분 내내 꼼짝 않고 앉아서 선생님 말을 들어야 합니다.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 나가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고, 그렇다고 교실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학원 다니랴, 학습지 하랴, 가만히 앉아 집중해야 하는 일의 연속입니다. 부모님과 선생님들 역시 말 잘 듣고 얌전한 아이를 높이 평가하며 모든 아이들에게 공부만 잘할 것을 강조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가 산만하게 굴고 집중을 하지 않는 것은 정말 '문제'로 낙인찍힙니다. 즉 예전에는 자연스러웠던 아이들의 행동이 현재에는 '장애'로 인식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ADHD 진단을 받는 아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정말 문제가 있어서 ADHD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문제는 ADHD가 아니라 '산만해 보이는 것' 뿐인데도 ADHD로 진단하고 병으로 취급한다는 것입니다.
ADHD는 전문의의 진료에 따라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에 맞춰 약물치료 등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최근에 집중력을 치료하는 데 쓰는 약을 '머리 좋아지는 약'이라고 함부로 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걱정스러울 따름입니다. ADHD 진단은 신중해야 합니다. 아이가 위에서 말한 요인들 때문에 산만해 보이는 것인지, 뇌에 문제가 있어 집중력이 약한 것인지 정확히 판단하고 그에 맞춰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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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산만한 우리 아이, 어떻게 할까요? – 초등학생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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