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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초등학교 1학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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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엄마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받아쓰기입니다. 다른 과목들은 그 평가가 점수로 환산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받아쓰기는 매주 한 번씩 점수가 나오니 여간해서는 무시가 되지 않지요. 점수가 낮게 나오면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겁이 더럭 나고요. 책도 제법 잘 읽고, 엄마와 집에서 연습할 때는 100점도 곧잘 맞는데 학교에서 받아쓰기 시험만 보면 아는 것도 틀려오니 도대체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시험 요령을 가르쳐주세요
아이가 받아쓰기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고 학습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받아쓰기를 못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정말 한글을 몰라서 못쓰는 것일 수도 있고, 시험치는 상황에 너무 긴장을 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시험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방법을 몰라서이기도 합니다. 대개 정말 몰라서라기보다, 시험 요령을 몰라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처음에는 선생님이 "자, 받아쓰기 준비하세요"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기도 합니다. 받아쓰기 공책을 펴고, 연필과 지우개를 꺼내고, 선생님이 부르는 말을 듣고 똑바로 써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알려주어야 비로소 행동에 옮깁니다. 사실 집에서 엄마와 받아쓰기 연습을 할 때는 시간도 충분히 주고, 공책도 펴주고, 엄마가 옆에 붙어서 '여기다 써라' '이렇게 써라' 하면서 힌트도 주니 100점을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상황은 다릅니다. 아이들이 많아서 선생님 말이 잘 들리지 않을 수도 있고, 집중하기도 수월치 않습니다. 또 정해진 시간 안에 받아 적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 하니 아는 것도 못 쓰게 됩니다. 예민한 아이들은 더 긴장하여 시험 자체를 거부해버리기도 하지요.
저 역시 초등학교 다닐 때 받아쓰기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받아쓰기 점수가 60점을 넘은 적이 별로 없었지요. 시험을 보는 요령을 몰라서였습니다. 당시 반 아이들이 70명쯤 되었는데, 저는 키가 큰 탓에 늘 맨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러니 선생님 말씀이 잘 들리지 않았고, 앞에 앉은 친구들에게 신경이 쓰여 시험에 집중할 수가 없었지요. 1번 문제는 맨 처음이니 그래도 집중해서 듣고 받아 적었지만, 두 번째 문제는 잘 안 들려서 딴생각을 하다 놓치고, 세 번째 문제는 그냥 들리는 대로 받아 적고, 네 번째 문제는 너무 길어서 귀찮은 나머지 안 써버렸지요. 그러다 보니 60점도 정말 잘한 점수였지요.
생각해보면 저는 시험을 끝까지 봐야 한다는 사실도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받아쓰기 중간에 옆 짝꿍의 발을 건드리기도 하고, 입에 지우개를 물고 교실 바닥을 기어다니기도 했어요. 당시 책상 가운데 가방을 올려놓고 시험을 봤는데 장난치다 가방을 넘어뜨려 선생님한테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요즘 같으면 "산만하네" "ADHD네" 하며 어른들의 걱정을 샀겠지만 그때는 왈가닥 여자 아이의 철없는 행동 정도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다행입니다. 만일 주변 어른이 제 그런 행동을 문제 삼았더라면 자의식에 심한 손상을 입었을지도 모릅니다. 받아쓰기 시험을 못 본다는 이유로 평소의 제 행동 양식이나 버릇, 성향까지 모두 평가 절하의 대상이 되었을 테니까요.
동기와 목표가 있어야
초등학교 1학년은 시험 요령도 모르고 시험을 왜 봐야 하는지 목적의식도 없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받아쓰기 점수가 낮다고 학습능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듣고 받아 적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엄마가 집에서 틈틈이 연습을 시키면 됩니다. 이때 글자 자체를 틀리지 않게 쓰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받아쓰기 시험 자체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요령을 가르치는 것도 필요합니다. 시험에 집중해서 문제를 푸는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익숙해져야 할 학교 규칙 중 하나이니까요. 듣고 생각해서 적기, 주어진 시간 안에 해결하기, 하기 싫어도 참고 끝까지 하기 등 시험에 익숙해지게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고집이 세거나 에너지가 왕성한 아이들에게는 받아쓰기 시험을 적응시키기도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남자 아이들 중 산만한 성향이 강한 아이들은 연필을 입에 물고 안 쓰겠다고 고집을 피우기도 합니다.
만일 다른 일상적인 생활에 별문제가 없는데, 끝까지 받아쓰기를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거나 아무리 가르쳐도 시험 요령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아이가 아직 공부를 할 만큼 성숙하지 못한 것입니다. 발달이 미성숙했을 때에는 아무리 엄마가 옆에서 다그쳐도 효과가 없습니다.
이때에는 인내심을 갖고 학습능력이 성숙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다만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한 발자국 뒤에서 아이의 공부 동기를 유발하고, 시험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적절한 자극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1학년 때 받아쓰기 때문에 그렇게 혼이 나던 저도 2학년이 되니 동기와 목표가 생겨 시험을 보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글을 잘 모른다는 것이 어린 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했던 까닭입니다. 그러면서 글을 제대로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받아쓰기 시험을 잘 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그때부터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저 스스로 받아쓰기 연습을 했습니다.
이번 주 50점이면 다음 주는 60점을 목표로
받아쓰기 때문에 아이와 실랑이를 할 때 가장 안 좋은 것이 아이에게 다 맞기를 강요하는 것입니다. 50~60점도 간신히 맞아오는 아이에게 처음부터 높은 목표를 제시하면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 5개를 맞았다면 그다음에는 6개를 맞아 보자고 격려해주고, 6개를 맞으면 크게 칭찬을 해주고 다음 목표로 7개를 맞아보자고 하면서 목표를 조금씩 높여주세요. 중요한 것은 한두 개를 더 맞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자신감을 계속 키워주어 의욕과 동기를 고취시키는 일입니다. 인내심을 갖고 아이를 격려해주면 학습능력에 문제가 있는 아이가 아니고서는 1학기만 지나도 몰라볼 정도로 달라집니다. 단순히 받아쓰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학습태도도 향상되지요.
이때 주의할 것은 실수로라도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는 것입니다. 경쟁 대상은 다른 아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야 이후 다른 시험에 임할 때에도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됩니다. 남과 비교당하는 기억은 아이의 불안 심리를 가중시킬뿐더러, 시험공포증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남이 아닌 자기 자신과 경쟁하는 아이는 고학년이 되어서 저력을 발휘합니다.
받아쓰기 연습시키는 요령
쓰기 전에 소리 내어 읽기
처음부터 무작정 부모가 부르는 대로 쓰게 하기보다는 먼저 소리 내어 읽어보게 하는 것이 좋다. 소리 내어 읽으면서 먼저 문맥의 의미를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띄어쓰기도 익힐 수 있다. 또한 한 번 읽어서 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듣고 바로 적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문장의 뜻 알아보기
받아쓰기에 나오는 문장은 전후 사정은 상관없이 중간만 뚝 잘라놓은 글이 대부분이어서 초등학교 1학년 수준에서 한번 듣고 그 뜻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주로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들이므로 교과서의 내용을 찾아 그 안의 문장이 뜻하는 바를 먼저 알게 하면 받아쓰기를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
틀린 문장 다시 쓰기
아이가 헷갈리거나 틀린 문장은 다시 한 번 써보도록 한다. 아이들은 들리는 대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우리말은 쓸 때와 읽을 때가 다른 말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과정을 통해 학습이 새로운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 안 것을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하는 효과도 있다.
시험 본 후의 감정 이야기하기
받아쓰기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보는 첫 시험이다. 어떤 형태로든 아이에게 시험은 스트레스가 된다. 받아쓰기 시험을 보고 난 다음 시험 볼 때 긴장이 되고 압박감이 드는 것을 아이가 이야기하도록 한다. 시험은 그저 내가 얼마큼 아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면 아이의 정서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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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받아쓰기 시험을 보면 아는 것도 틀려요 – 초등학생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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