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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초등학교 1학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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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맞았어."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울면서 이렇게 말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잘못을 저지르면 혼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훈육과 체벌은 다릅니다. 1학년 때에 아이의 행동습관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 중요하고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일이지만, 그것이 체벌을 통한 것이어서는 곤란합니다. 학교에서 체벌을 받았다면 반드시 그 전후 사정을 짚어보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합니다. 잘못된 체벌은 정신적 후유증을 남기는 것은 물론 자아상을 망치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체벌에 대한 대한민국 엄마들의 행동방식
동생으로부터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이 자는 도중에 깜짝깜짝 놀란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반 친구가 선생님으로부터 손자국이 선명하도록 뺨을 맞은 것을 본 뒤로 잠을 못 잔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딸아이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아이가 그 반에 또 있었다고 합니다.
그 뒤 몇몇 엄마들이 모여 아이들이 공포를 느낄 정도로 체벌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선생님께는 정작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문제가 심각한데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느냐는 제 질문에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 애 엄마가 자기 아이가 잘못해서 맞은 건데 선생님께 뭐라고 항의하겠느냐는 거야. 학기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냥 가만히 있자고 하더라고. 맞은 애 엄마가 그러는데 뭐라고 하겠어. 어서 빨리 2학년이 되길 바랄 뿐이지."
이것이 선생님의 체벌을 대하는 일반적인 학부모들의 행동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괜히 따지고 들었다가 내 아이가 미움을 받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웬만하면 덮어두고 넘어갑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속상한 마음에 얄궂게 아이만 잡습니다.
"네가 잘못했으니까 선생님이 때린 거지. 그러게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고 했잖아!"
지금 부모세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매를 맞아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한국의 유교 관념상 매를 통한 훈육이 어느 정도 통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어느 상황에서도 신체적인 가해를 통한 교육은 옳지 않습니다. 윤리적인 측면도 그렇지만, 교육적 효과에서도 그렇습니다. 경우에 따라 아이들과 합의하여 최후의 수단으로 체벌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그것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경우 이를 지켜보는 아이들은 때리는 행동을 합리화하게 되고, 체벌을 당한 아이는 '나는 나쁜 사람, 맞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맞는 것에 대한 모욕을 느끼지 않고, 점점 더 자존감을 잃게 되어 행동수정도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그 대상이 어릴 적부터 유대감을 쌓아온 부모나 가족이 아닌 경우, 회복이 더 어렵습니다.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우발적인 체벌이 문제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은 온종일 정신이 없습니다. 경모와 정모가 1학년 때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궁금해 시간이 날 때 교실 밖에서 수업 시간을 지켜보곤 했는데, 보고 있으면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였지요. 어떤 아이는 책상에 올라가 있고, 어떤 아이는 교실 뒤에서 공을 차고 있고, 어떤 아이는 의자로 말타기 놀이를 하고 있고. 이게 과연 수업시간인지 가늠하지 못할 정도였지요. 선생님이 목이 쉬어라 소리를 질러도 아무 소용이 없었지요.
상황이 이쯤 되면 선생님은 결국 몽둥이를 듭니다. 제일 소란을 피우는 아이를 불러 일으켜 본보기로 손바닥이나 엉덩이를 때리지요. 물론 기선 제압을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매를 아프게 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집니다.
선생님들이 아이에게 매를 대는 것은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입니다. 수십 번 소리지르고 달래도 수습 안 되는 상황이 간단한 체벌 한 번으로 정리가 되니까요.
문제는 이것이 우발적인 체벌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우발적인 체벌은 진정한 자기반성이 아닌 공포를 불러일으킵니다. 즉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공포를 느껴 말을 듣는 것입니다. 자기반성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같은 상황에 놓이면 아이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에는 더 큰 체벌이 있어야만 효과가 나타납니다.
아이를 잘 다루는 요령이 있는 선생님들은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집중시킬 방법을 씁니다. "박수 세 번!" 하면서 동시에 박수를 치게 하고 "쉿"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이때 박수를 못 친 아이(대개 가장 소란을 피운 아이가 해당됩니다)를 일으켜 세워 다시 한 번 주의를 집중시킵니다. 아이들은 이것을 일종의 놀이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저학년 교실에서는 이런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벌이 필요한 경우에는 아이들과 미리 약속을 해야 합니다. '숙제를 안 해오면 손바닥 한 대, 수업시간에 떠들면 손바닥 두 대' 등 미리 아이들에게 벌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지요.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유도 설명해야 합니다.
"나쁜 습관을 고치지 못하면 학년이 올라가서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야."
이렇게 이야기한 후 아이들이 약속을 어겼을 때 그에 해당하는 벌을 주면 아이는 자아상에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수긍하며 고치려고 노력합니다. 이른바 진정한 의미의 행동수정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아이를 체벌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좋은 버릇을 들이려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감정 상태에 따라, 아이들이 통제가 안 된다는 이유로 우발적으로 때려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만일 학교에서 체벌을 당했다면 어떤 상황인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선생님의 체벌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사전에 아이들과 합의하고, 충분히 설명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한편, 체벌을 당한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감싸주고 헤아려주세요. 아이가 잘못을 했더라도 우선은 "매를 맞아 정말 아팠겠구나. 마음이 슬펐겠구나" 하면서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학교에서 저지른 잘못에 대한 훈육은 충분한 감정적 공감이 있은 뒤에라야 효과가 있습니다.
체벌에 대한 대처는 엄마의 의무
만일 아이가 받은 체벌이 우발적이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아이가 왜 맞았는지를 직접 알아보고, 매를 맞고 난 후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매가 아닌 방법으로 아이를 지도할 방법이 없었는지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찾아가서 이야기도 듣고, 어떻게 해주십사 부탁도 드렸는데 별다른 변화가 없어요."
이렇게 하소연하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담임선생님에게 말을 해도 소용이 없으면 다른 엄마들과 함께 의논하거나, 그래도 안 되면 교장선생님이라도 만나보세요" 하고 강력하게 조언합니다. 이것은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함께 잘 기르기 위해 모든 엄마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자기 아이만 선생님에게 따돌림당할까 봐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 아이가 특별히 예쁨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어린이 한 명을 기르기 위해서는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라는 말이 있습니다. 학교에 입학해서부터는 엄마 개인의 힘만으로는 아이가 바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아이의 바른 성장을 위해서 사회적인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 중 학교의 역할이 가장 큽니다. 아이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을 바로 잡는 것도 엄마의 몫입니다. 엄마가 나라 탓, 사회 탓만 하는 사이 내 아이는 오늘도 학교에 가서 세상을 배우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아이가 특히 집중력이 약하고 충동적이고 장난이 심하여 체벌 처럼 강도 높은 훈육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에는 먼저 아이의 의견을 물어야 합니다.
"선생님이 네가 장난을 너무 많이 쳐서 때린 것 같은데, 다음부터 네가 장난을 칠 때 선생님이 어떻게 벌해주었으면 좋겠니? 네가 이야기를 하면 엄마가 선생님한테 부탁해볼게."
이런 식으로 자기반성을 유도한 후 아이가 원하는 방법에 부모님의 의견을 절충해서 선생님께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강력한 체벌 없이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만일 학교 체벌 때문에 아이가 심한 상처를 입었다면, 아이와 선생님이 직접 그 사건을 두고 대화를 해야 합니다. 엄마가 선생님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보다 당사자인 선생님과의 솔직한 대화가 상처 회복에는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너를 때리게 되었는데 못 참아서 미안하다. 그런데 너의 행동은 다른 아이에게 피해를 주고 이러저러한 면에서 좋지 않으므로 고쳐야 해. 다음에 네가 같은 행동을 했을 때 선생님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렇게 아이와 상의해서 합당한 벌칙을 정하면 마음의 상처가 아물고 선생님에 대한 반발심도 사라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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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선생님의 체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 초등학생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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