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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초등학생 심
리백과

거짓말을 먹듯이 해요

다른 표기 언어 동의어 초등학교 2~3학년의 버릇
요약 테이블
시기 초등학교 2~3학년

많은 부모가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 배신감을 느낍니다. 숙제를 안 해놓고 했다고 둘러대거나, 학원을 빼먹고는 갔다 왔다고 하는 둥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는 아이를 보면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지지요.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거짓말은 상대방을 속이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그것의 결과나 상대방의 마음을 염두에 두지 않고, 그저 지금 당장 어려운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학년 아이들의 순간 위기모면 능력

아이들의 거짓말은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 때부터 시작됩니다. 만 3~4세 경이지요. 이때 아이들은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곤 합니다. 만화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나는 하늘을 날 수 있다" "나는 어른과 싸워도 이겨" 등과 같은 거짓말을 흔히 하지요. 또한 싫은 일을 강요받을 때 그에 대한 스트레스로 이미 해버렸다고 정말 믿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밥을 먹지 않았는데도 천연덕스럽게 먹었다고 말하지요.

유아기의 거짓말은 어른을 속이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인지수준이 그 정도라고 보고 너그럽게 대해줘야 합니다.

어렸을 때 하는 거짓말이야 인지발달과정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하더라도 초등학교 2~3학년 정도가 되어서 거짓말을 하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그 거짓말이 여러 차례 발각되면 부모는 아이의 생활 전반을 의심하게 되고, 사사건건 아이의 일상을 간섭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가 좀 더 자랐더라도 이 시기 아이들 역시 부모를 속이려고 거짓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유아기 아이들이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거짓말을 한다면, 이 시기 아이들은 '너무도 하기 싫은 그 순간'을 넘기고자 거짓말을 합니다. 지금 당장 숙제하기가 싫어 "숙제 다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지금 당장 학원에 가기 싫어 친구 집에 놀다가 돌아와서는 "학원 갔다 왔어요" 하고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들키면 더 크게 혼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일단 싫은 것부터 피하고자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만일 그것이 성공하여 엄마에게 들키지 않고 넘어갔다면 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거짓말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때는 그 즉시 야단칠 것이 아니라, 기회를 봐서 "학원 선생님이 네가 오지 않았다고 하던데 엄마가 잘못 들었나?" 하는 식으로 엄마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거짓말 자체를 지적하고 다그치면 당장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하기 싫은 것을 회피하려는 근본적인 태도는 고칠 수 없습니다.

거짓말의 이유를 찾아내 대화로 해결하기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는 먼저 아이에게 힘든 것이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벌써 부모를 속이려 들다니 괘씸하네' 하는 생각에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을 내기에 앞서 아이가 거짓말을 할 정도로 회피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하지요. 그런데 대부분 그것들은 정말 단순합니다.

숙제하기 싫어서, 친구와 놀고 싶어서, 과자를 사먹고 싶어서, 공부가 힘들어서 등 아이가 평소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또는 하기 싫은 것을 안 하고자 거짓말을 하는 것이지요. 또 이런 원인을 해결하면 대부분 아이의 거짓말은 사라지게 되고, 거짓말이 습관으로 굳어지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아이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꼭 시켜야 할 때입니다. 예를 들어 숙제는 아이가 하기 싫어한다고 안 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가 숙제를 안 하고도 했다고 거짓말을 할 때는 대화를 통해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주면서 적절한 대안을 찾으려면 다음과 같이 말을 거세요.

"왜 숙제를 하기 싫을까?"
"학교 갔다 와서 친구들하고 놀다 보면 숙제하는 것을 잊어버리게 돼요."
"그렇구나.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숙제를 먼저 하고 놀면 되는데, 너무 놀고 싶어서 잘 안돼요."
"그래, 숙제를 먼저 하는 게 어렵다는 거 엄마도 잘 알아. 그런데 숙제를 안 하면 다음날 선생님에게 혼이 나잖아?"
"그럼. 숙제 중에 제일 어려운 거 먼저 하고요. 잠깐 놀고 밥 먹기 전에 마저 할게요."

이런 식으로 아이와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점을 함께 찾으면 다툴 일이 없고, 해결책을 찾으며 문제해결력도 기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부모와의 관계에 흠집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엄마가 자기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됩니다. 이런 정서적인 안정은 고학년이 되어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때 부모와의 갈등상황을 이겨낼 힘이 됩니다.

거짓말 하는 아이, 자존심은 지켜주세요

정신과 요법 중에 체면요법(face-saving medication)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노인이나 치매환자가 특별한 질병이 없는데도 여기저기 아프다며 병원에 왔을 때, 비타민 등을 처방해주며 "많이 아프시지요? 이 약 먹으면 좋아지실 거예요" 하고 이야기하는 방법이지요. 그러면 그 환자들은 비타민을 먹고 금방 건강을 되찾곤 합니다.

체면요법을 쓰는 것은 노인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함입니다. 아파서 병원에 왔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면 노인들은 자존심이 상해서 우울한 기분을 갖게 되거나 때론 화를 내기도 합니다. 어른도 그런데 지금 한창 자신에 대한 자아상(self-image)을 만들어가는 아이들은 어떻겠습니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자존심은 무척 중요합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아이는 자신감을 잃고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아이가 거짓말을 했을 때 아이의 자존심은 생각하지 않고 끝까지 잘못을 추궁하며 구석으로 모는 것은 그래서 위험합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는 '나는 나쁜 아이구나!' 하는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됩니다. 부정적인 자아상은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이는 아이 인생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얼마 전 텔레비전을 통해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과 낮은 아이들의 특징이 공개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문제해결력,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성공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 자존감을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각인시켜주었지요.

따라서 아이가 거짓말을 못 하게 하려고 아이의 자존심까지 구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아이의 거짓말 때문에 고민이 된다면, 무엇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지, 그것을 해결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먼저 생각해볼 것을 권합니다. 이때의 원칙은 원인은 해결하되 아이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켜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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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 집필자 소개

1964년 부산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1997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유학 후, 현재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및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펼쳐보기

출처

초등학생 심리백과
초등학생 심리백과 | 저자신의진 | cp명갤리온 도서 소개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를 132개의 질문과 답을 통해 정리한 백과사전. 초등학교 6년을 학년별로 구성, 그 연령대에 꼭 알아야 할 심리 발달..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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