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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초등학교 1학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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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만나는 사람이 부쩍 늡니다. 학원 선생님부터 학교 앞 문방구 아저씨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인사를 해야 하지요. 어른에게 인사를 하고 공손하게 대하는 것. 바로 도덕성 발달의 기초입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아이가 이 세 마디를 얼마나 잘하고 있나요? 공부는 늦어도 따라갈 수 있지만, 도덕성은 한번 놓치면 영영 다잡기가 어려워집니다.
인생 전반을 가늠하는 중요한 능력, 도덕성
초등학교 선생님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의 전반적인 발달과 그에 따른 대처 요령이 주제였는데 질의응답 시간에 선생님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학습능력은 높아지고 있는데, 그 나이 때 갖췄어야 마땅한 예의범절은 전혀 모른다는 말이었습니다. 선생님을 만나서도 "안녕하세요?" 인사는커녕, 눈을 마주쳤는데도 그냥 스쳐 지나가거나 불러도 대꾸조차 안 하는 아이들이 상당수라나요.
"야단을 좀 치면 '선생님이 뭔데요? 우리 엄마도 아니면서'라면서 화를 내는 아이도 있어요. 그러면 뭘 잘못했고 왜 그러면 안 되는지 가르쳐줄 방법이 전혀 없지요. 집에서는 귀한 자식인지 몰라도 밖에서는 고삐 풀린 망아지예요."
아이들이 이렇게 버릇없이 구는 것은 도덕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도덕성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남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는 능력입니다. 쉽게 말해, 순간적으로 화가 나 친구를 때렸을 때 뒤늦게라도 후회하는 아이는 도덕성이 내재되어 있지만, 때려놓고도 그것이 왜 잘못인 줄 모른다면 도덕성 발달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도덕성이 없는 아이는 어른을 대할 때에도 자기가 필요할 때만 공손하게 굴고, 내키지 않거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서슴없이 반말을 하고 화도 냅니다.
이는 예의범절이나 공중도덕보다는 공부에 더 관심을 둔 부모의 잘못이 큽니다. 다른 모든 능력도 그렇지만, 도덕성은 특히 가정에서 키워야 합니다. 아니 가정이 아니면 다른 어떤 곳에서도 키울 수 없는 것이 도덕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도덕성이 공부처럼 점수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부모들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단언컨대 도덕성은 아이의 인생 전반을 결정짓는 중요한 능력입니다. 부모들이 그토록 원하는 학습능력은 사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빛이 바랩니다.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을 끝까지 행복하게 완주하려면 무엇보다 도덕성이 튼튼해야 합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고, 평생 함께할 진정한 친구를 만들고, 직장에서 폭넓은 인간관계를 쌓고, 결혼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도덕성이기 때문이지요.
얼마 전 지난 60년간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연구 결과의 핵심은 단 하나, 학교 성적과 성공이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지요.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한 사람들이 성공 가도를 걸었을 것이라는 애초의 추측과 달리, 사회적으로 성공한 졸업생들은 성적우수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공부 외에 다양한 경험을 쌓고, 봉사활동 등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생활을 습관화하고,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여 사회적인 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도덕성이 높은 사람들이었지요.
입학과 동시에 경험하는 가치 갈등
도덕성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영어나 수학처럼 배워서 익힐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생활 속에서 체화되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가치관으로 연결되었을 때 진정한 의미의 도덕성이 형성됩니다. 그 과정은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가치관으로 연결되기 전에 부모가 먼저 약속을 지키고 어른을 공경하며 공공질서를 지키는 모습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줘야 합니다. 아이는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며, 가치 판단 전에 도덕적인 생활을 먼저 익힙니다. 그런 후 사고력이 발달하면서 그 행동이 왜 옳은 것인지를 체득해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가치관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관문 하나가 있습니다. 외부와의 가치 갈등을 잘 조정하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 도덕 교육을 잘 받았다고 하더라도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가치 갈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부모로부터 공공장소에서의 바른 행동에 대해 배운 아이는 학교에 들어가서도 따분한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치고 싶어도 참습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정확한 이유까지는 알 수 없어도 남에게 방해되는 행동을 하지는 않지요. 그런데 같은 반 친구가 다른 사람과 상관없이 장난을 걸고 소란을 피우면 머릿속에 의문이 듭니다. 더구나 그 모습이 재미있게 느껴지면 갈등은 곧 호기심으로 바뀌고,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몰라 갈등을 겪게 됩니다. 그러는 한편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 옳지 않은 일도 그냥 쫓아서 합니다. 해보지 않은 일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기도 하지요. 만일 그런 아이의 모습에 부모가 훈계를 하면 이렇게 응수합니다.
"○○는 학교에서 뛰어다닌단 말이야."
"○○네 엄마는 매일 게임을 해도 뭐라고 안 한다는데 왜 나는 하면 안 돼?"
가치관이 충돌하면 그전에 어른들에게 배운 예의범절 전반에 반항심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더구나 바르게 사는 것이 오히려 어리석게 비치는 사회 풍토 속에서 아이에게 도덕성을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부모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한 번쯤…' 하는 생각은 아이를 더 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태도는 단호하게 하되, 그에 대해 합당한 이유를 들어 충분히 설명을 해주면 됩니다.
경모와 정모 역시 "다른 엄마들은 비싼 장난감도 잘 사주는데 왜 우리는 못 갖느냐?"라며 불만을 터뜨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 집은 그날이 특별한 날이어서 사주었을지 몰라. 아니면 그 집 엄마 아빠가 우리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고. 우리 집은 엄마 아빠가 돈을 벌어서 먹을 것도 사고, 옷도 사고, 너희 공부도 가르쳐야 해서 그런 비싼 장난감을 사줄 수 없어. 너희가 정 갖고 싶으면 집안일을 돕거나 용돈을 모아보렴. 그럼 네 생일날 엄마 돈과 합쳐서 살 수 있을 거야."
이렇게 이야기해도 고집이 센 아이들은 온갖 논리를 들이대며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기도 합니다. 이때는 "이것은 우리 집의 규칙이야. 우리 집 가족이라면 누구나 이 규칙을 지켜야 해" 하고 강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부모가 한번 원칙을 꺾기 시작하면 다른 모든 것에도 원칙과 기준이 모호해집니다. 도덕성 교육이 요원해지는 것은 물론이지요.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가치 갈등을 겪을 때는 확실히 "안 돼"라고 말해주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입니다.
도덕 매뉴얼 작성법
초등학교 1학년은 규칙을 내면화하는 시기입니다. 이때 학교생활의 규칙과 더불어 도덕성에 대한 규칙도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 이전까지 도덕 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본격적으로 사회의 규칙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이 시기에 잘 잡으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10살 이전에 도덕 교육을 하지 않으면 그 이후부터는 사춘기가 시작되어 도덕성을 키우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도덕성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이 실천해야 할 도덕 매뉴얼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상의해서 꼭 지켜야 할 예의범절, 공중도덕, 가치 등을 정하고 매일 실천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 어른에게 존댓말 쓰기
– 어른이 이야기할 때는 귀담아듣고 공손하게 대답하기
– 학교 갈 때나 돌아왔을 때 인사하기
– 선생님이나 어른들께 인사 잘하기
– 다른 사람 물건 훔치지 않기
– 공공장소에서 장난치지 않기
– 친구들을 놀리거나 괴롭히지 않기
이런 매뉴얼이 효과를 보려면 상벌의 규칙이 명확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도덕 매뉴얼을 잘 지켰을 때 어떤 상을 받고 싶은지, 지키지 않았을 때는 어떤 벌이 좋을지 의견을 들어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벌을 받게 되어도 자기가 정한 것이기 때문에 반발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에게 인사 잘하기를 매뉴얼로 정했다고 하여, 아이의 태도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주변 어른을 만날 때 "인사"라고 작은 소리로 이야기해주어 행동지침을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공공장소에 가게 되면 지켜야 할 예절을 미리 알려주는 등 수시로 도덕 매뉴얼을 일깨워주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날이 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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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어른에게 버릇없이 굴어요 – 초등학생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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