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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이 사교육의 필수과목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입니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악기 하나, 운동 하나는 필수라고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예체능 교육을 합니다. 여기에는 사실 학교 성적을 잘 받게 하려는 부모의 욕심도 들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술, 음악, 체육이 필수 과목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은 기본이고 예체능까지 필수가 되다 보니 아이들이 4~5가지 사교육을 하는 것이 이제는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예체능은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
개념부터 정리해보자면, 예체능은 학습의 대상이 아닙니다. 수학이나 영어처럼 공부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음악과 미술, 체육을 접하는 것은 좋지만 그 방식이 학습의 일부, 다시 말해 교육의 대상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예체능은 특히 '즐기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체육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일단은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 리듬이나 음계를 알아가는 즐거움, 그림을 그리고 감상하는 즐거움 자체가 핵심입니다. 이런 즐거움이 기본 전제가 되어야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하고자 하는 의욕도 생깁니다.
예체능의 본래 목적은 삶에 즐거움을 주고,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지치고 힘들 때,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몸을 움직이며 삶의 활력을 얻고 재미를 찾는 것이 예체능 본연의 기능입니다. 학습 차원에서 기술을 익히게 하는 식으로 예체능을 가르치는 것은 아이로부터 그 즐거움을 빼앗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예체능 교육이 대부분 기능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피아노를 '잘' 치게 하거나 그림을 '잘' 그리게 하는 것이 목적이지요. 체육 역시 기술을 개발하는 쪽에만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는 본래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어릴 때 하던 줄넘기를 떠올려보십시오. 한두 번 줄을 돌리며 뛰다가 재미를 느끼면, '이번에는 걸리지 않고 열 번 뛰어봐야지' 하고 마음먹지요. 열 번이 스무 번이 되고, 스무 번이 백 번이 될 때까지 땀 흘리며 뜁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지금 부모 중에 줄넘기를 남에게 배워서 잘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다 보니 재미가 있고, 그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계속 하고,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잘하게 된 것이 아닌가요?
그 흔한 줄넘기조차 시간을 내 과외 수업을 받아야 하는 요새 아이들이 참 안타깝습니다.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음악을 들으며 감동하고, 좋은 그림에 감탄하며, 운동을 취미삼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부모의 월권으로 아이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세상의 좋은 것'을 애초에 빼앗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입니다.
음악, 미술, 체육 모두 잘하게 하려는 욕심은 버려야
아이가 예체능 배우기를 싫어할 때는 가르치는 방법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기능 교육을 하더라도, 그것이 지나치게 학습적이어서 알아가는 즐거움마저 빼앗고 있다면 과감히 방법을 바꾸어야 합니다. 기술 훈련 위주가 아닌, 재미있게 즐기며 하는 방법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피아노 치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재미있는 곡을 많이 들려주거나 엄마 아빠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식으로 음악 자체에 대해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그다음 그런 음악적 재미를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로 피아노 치는 법을 가르쳐야 하지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정도와 발달 상태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예체능 교육을 할 때는 음악, 미술, 체육 모두를 다 잘하게 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 딱 하나만 잘하게 해도 창의성이며 자신감 등 부모가 예체능 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대부분은 얻을 수 있습니다. 예체능을 못하면 학교에서 기가 죽을까 봐 가르치는 경우도 많은데 이 역시 부모의 욕심입니다. 저희 두 아이를 보더라도 음악이나 미술은 관심조차 없었지만, 대신에 운동을 잘해서 아이들 사이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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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예체능 교육을 하고 싶은데 아이는 싫대요 – 초등학생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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