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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초등학교 1학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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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은 매일 숙제를 해야 합니다. 매일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잘 받아들이는 아이들도 있지만, 숙제를 할 때마다 엄마와 전쟁을 치르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엄마가 말하기 전에는 절대 숙제를 하지 않는 아이, 알림장을 제대로 써오지 않는 아이, 숙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 등등. 숙제 때문에 아이와 전쟁을 치르다 보면 결국엔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게 됩니다. 매일 계속되는 숙제와의 전쟁,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큽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아이보다 엄마가 더 긴장합니다. 입학 초기 엄마들의 주 관심사는 내 아이가 남들만큼 학습을 따라가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버릇이나 생활태도 등은 사실 절대적인 기준도 없고 이렇다 할 평가를 내리기가 애매하지만, 학습은 바로 또래 아이들과 비교가 되지요.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숙제입니다. 40명 안팎의 아이들에게 동시에 같은 과제가 주어지고 매일 매일 선생님으로부터 평가를 받고 친구끼리 비교의 대상이 됩니다. 저학년의 학습과정은 수치화되지 않아 아이들끼리 서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숙제에서 아이들의 능력이 평가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교과과정을 어느 정도 소화해내고 있는지 한눈에 알아보는 척도가 숙제이니까요.
그래서 숙제 못하는 아이를 보면 부모가 더 애가 탑니다. 학교에서 다 배웠을 법한 내용을 갖고 1시간씩 쩔쩔매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옆집 아이는 영재교육 준비를 한다는데, 누구는 영어도 줄줄 읽는다는데, 우리 아이는 숙제 하나 하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하네' 하는 생각에 초조해지지요. 그러다 보면 아이가 왜 숙제를 못하는지, 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찾기보다는 기대보다 못한 아이의 능력에 실망하여 화를 내고 다그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숙제처럼 고역인 일이 없습니다. 그전까지 유치원에서는 매일 해야 하는 숙제 따위는 없었습니다. 가끔 과제가 있긴 해도 앉아서 해야 하는 공부 식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하는 재미있는 놀이였지요. 그러던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선생님 말씀을 듣고, 알림장에 숙제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그것을 집에 와서 한자리에 앉아 차분히 해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숙제를 잘하고 못 하고 여부를 떠나, 매일 과제를 해내는 자체만도 꼬박 1학기 정도 지나야 익숙해집니다. 초등학교 1년이 다 돼야 적응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매일 숙제하는 버릇만 들여도 충분
초등학교 1학년은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하지 않고 매일 등하교만 잘해도 사실 훌륭합니다. 규칙을 내면화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시험점수나 숙제 등 구체적인 결과물보다는 아이가 학교에서 정해진 규칙에 재미있게 적응하고 익숙해지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하지요. 숙제도 학교가 정해놓은 규칙이긴 합니다만, 중요한 것은 한 번에 완벽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숙제를 봐주다 화를 낼 때의 마음을 곰곰이 생각해보십시오. 머릿속으로 제한 시간과 정답을 딱 정해놓고 거기에서 벗어나면 내 아이가 부족하다고 단정 짓고 있지는 않았는지 말입니다.
숙제든 생활습관이든 학습태도든 규칙에 적응하는 데에는 일정 시간이 걸립니다. 밥을 지을 때 뜸을 들이듯,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려야만 비로소 안정된 규칙화가 이뤄집니다. 숙제를 봐주다 화를 내게 되는 것은 아이의 발달과정을 제대로 인식 못 해서입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아이 입장에서 안 하는 것이 당연하고, 하기 싫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요.
부모의 눈높이를 아이에게 맞춰야 합니다. 사실 아이가 기대대로 따라주질 않을 때만큼 맥 빠질 때도 없습니다. 아이에 대한 실망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는 부모들도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지금 눈앞에 비친 아이의 모습은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갖춘 능력의 전부인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현재 아이의 모습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하여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은 부모의 기우에 지나지 않습니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당연하므로, 하나씩 나아지는 아이의 모습에 재미를 느끼도록 부모의 마음부터 바꿔야 합니다.
숙제 때문에 아이와 갈등이 많다면 먼저 그 원인을 살펴보십시오. 어떤 점 때문에 숙제하는 것을 힘들어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아이를 도울 수 있습니다. 아이가 숙제의 의미를 모르는 것인지, 해결 방법을 모르는 것인지, 집중력이 약해 못하는 것인지, 숙제를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몰라 안 하는 것인지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도와주되, 아이 몫은 남겨두기
세상에 숙제를 좋아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어른도 직장에서 '해야만 하는' 일이 생기면 부담스럽고 하기 싫게 마련인데, 아직 여덟 살밖에 안 된 아이는 오죽하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저학년 학부모들에게 아이가 숙제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면 눈 딱 감고 도와주라고 조언합니다. 숙제를 통해 하기 싫은 일도 참고 해내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1학년 아이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습에 들어서는 1학년 첫 단계에서 부정적인 인식을 하게 되면, 공부는 정말 하기 싫은 것이라는 생각을 학교 다니는 내내 하게 됩니다.
저는 그래서 두 아이가 숙제 때문에 너무 괴로워하면, "좋아, 이건 엄마가 할게" 하며 부담을 덜어주었습니다. 그렇다고 작정을 하고 대신해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함께 하고, 아이 혼자 정리해야 할 몫은 분명히 남겨두었습니다. 숙제는 꼭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해결법을 찾아야 하며, 마무리도 자신이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지요.
재미있는 것은 혼자 할 때는 죽어도 못하겠다던 아이가, 제가 조금 도와주겠다고 나서자 그 어려운 문제들을 한 번에 쓱쓱 풀었다는 것입니다. 엄마와 함께한다는 안도감이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학습에 대한 재미까지 느끼게 했던 것이지요.
학교 숙제를 아이 스스로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숙제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이런 생각을 심어주면서 함께 해결책을 찾고, 아이가 노력해서 아주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성취했을 때 엄마가 진심으로 기뻐하고 칭찬해 준다면, 아이는 시키지 않아도 더 잘하려고 노력하게 마련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엄마라는 존재가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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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숙제를 혼자 못해요 – 초등학생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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