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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초등학생 심
리백과

싫은데도 친구가 하자는 대로만 해요

다른 표기 언어 동의어 초등학교 1학년의 친구 사귀기
요약 테이블
시기 초등학교 1학년

뜻밖에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상처를 받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내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은 한마디도 못하고 친구가 시키는 대로만 하거나 눈치를 보는 모습에 아이보다 더 속이 상합니다.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것보다 더 괴로운 것이 친구들 틈에서 기를 못 펴는 걸 보는 것입니다. 모든 아이가 리더 노릇을 할 수는 없겠지만, 한 번도 남 앞에 나서지 못하고 늘 뒷전에서 그림자 노릇만 한다면 아이의 자아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상처받기 싫은 방어기제입니다

방학을 목전에 둔 여름날, 한 엄마가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을 데리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아이가 평소에 조금 소심하고 말이 없지만, 학교생활을 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학교를 방문한 엄마는 아이가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글쎄 처음에는 아이들과 잘 어울려 노는 듯했는데 어느 순간 아이들 사이에 실랑이가 오가더니 우리 애가 다른 아이들 앞에서 무릎까지 꿇고 울면서 비는 거예요. 웬일인가 싶어 물어봤죠. 놀다가 아이들한테 흙이 좀 튀었다고 하더라고요. 단지 그뿐이었어요.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우리 애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

친구들과의 사소한 다툼에서 그 정도의 모습까지 보였다면 분명히 정서적인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의 성장 과정을 들어보니, 엄마는 아이가 버릇없이 자랄까 봐 걱정이 된 나머지 아이를 무척 엄하게 대했다고 했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절대 못하게 했을 뿐더러, 어른에게 예의 없이 굴면 어김없이 벌을 주었다고요.

검사를 해보니 아이의 자신감은 거의 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자아상이 나쁘니 세상에 대해 온통 두려움을 갖고 있었지요. 이는 항상 행동을 제지당한 아이나 불안이 많은 아이에게서 많이 보이는 현상이었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고서 엄마는 그동안 아이를 위한다고 했던 일이 결국 엄마의 욕심이었다며 후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아상이 나쁜 아이들은 친구관계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니 친구와 놀 때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친구가 기분 나쁘게 해도 그저 친구가 하자는 대로만 합니다. 늘 친구에게 끌려다녀야 하니 친구와 노는 것이 재미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하고 싶은 것을 참는 정도이지만, 그 상황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게 됩니다. 그래서 뭘 하고 싶으냐고 물어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게 되지요. 이런 성향은 소심한 기질을 더욱 강화시켜 종국에는 친구도 싫고 그저 혼자 지내는 것만 좋아하게 됩니다. 그것도 원해서가 아니라 상처받기 싫은 방어기제 탓입니다.

엄마 입장에서는 줏대가 없이 친구한테 끌려다니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아이가 답답해 보이지만 이는 다 부모가 만든 것입니다. 위의 아이처럼 조금만 잘못해도 크게 혼나거나, 하고 싶은 일을 늘 제지당한 아이들은 자기주장을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따르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합니다. 주장을 하면 늘 혼만 나니 의견이 생겨도 이내 포기해버리고 마는 것이지요.

엄한 교육 vs 억압 교육

아이가 버릇없이 자랄까 봐 어렸을 때부터 엄하게 키운다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공공장소에서는 절대 떠들지 못하게 하고,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밥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합니다. 행여 소란이라도 피우면 집에 돌아와 벌을 세우기 일쑤지요.

집에서는 밥 먹기, 이 닦기, 숙제하기, 옷 입기, 정리하기 등 모든 일상이 엄마의 통제하에 있습니다. 만일 정해진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무섭게 혼이 나기 때문에, 자기 생각 없이 모든 것을 강요받은 대로 합니다.

엄마들은 아이의 그런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며, 아이에게 더 높은 수준을 강요하지요. 이미 아이의 고분고분한 모습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말을 듣지 않으면 통제부터 가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때 엄마들이 행하는 통제는 화내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무섭게 해야지만 훈육 효과가 있다는 통념 때문입니다. 하지만 야단을 치다 보면 결국 부모의 부정적인 감정이 섞이게 되고, 아이는 화내는 엄마의 모습을 받아들여 사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물론 아이들에게 공공예절을 가르치고, 생활습관을 잡아주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이의 자신감을 무너뜨릴 정도로 강도가 세거나 부모의 감정이 개입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위의 아이처럼 '부모 말을 잘 듣는 것처럼, 친구 말도 잘 듣는 아이'가 되지요.

아이를 엄하게 키우는 것과 아이를 억압하는 것은 다릅니다. 엄하다는 것은 아이의 자유 의지와 감정을 최대한 존중해주면서 사회적 기준에 비춰봤을 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바로 잡아주는 것입니다. 반면 억압은 아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가 정한 기준에 따라 아이를 휘어잡는 것이지요. 그나마 이 기준이 명확하다면 다행이지만 부모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기준 없이 적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억압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감이 없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꺼립니다. '말 잘 듣는 아이'는 그래서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말 잘 듣는 아이들은 생각과 행동을 자유롭게 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호기심과 창의력 발달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커서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더 큰 문제가 나타납니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지 못하고 일에 대한 판단 능력이 떨어지고,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아이가 친구관계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먼저 부모의 양육태도를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아이를 풀어놓는 것도 좋지 않지만, 부모가 정한 규칙 안에 너무 엄격하게 아이를 가두어놓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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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 집필자 소개

1964년 부산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1997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유학 후, 현재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및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펼쳐보기

출처

초등학생 심리백과
초등학생 심리백과 | 저자신의진 | cp명갤리온 도서 소개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를 132개의 질문과 답을 통해 정리한 백과사전. 초등학교 6년을 학년별로 구성, 그 연령대에 꼭 알아야 할 심리 발달..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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