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초등학생 심
리백과

온종일 컴퓨터 앞에서 살아요

다른 표기 언어

예전에 글씨를 읽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문맹'이라고 했듯이 요즘은 컴퓨터를 잘 다룰 수 없는 사람을 '컴맹'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컴퓨터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거의 문자 매체만큼이나 중요한 정보의 원천이 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현상은 어른보다 아이들에게서 더 두드러집니다. 책을 겨우 읽을까 말까 한 아이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각종 인터넷 검색은 물론 컴퓨터 게임을 어른보다 훨씬 잘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만큼 지금의 부모가 자랄 때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며 자라는 것이지요.

"요즘 아이들 무섭다", "아이 가르치기가 너무 어렵다", "말을 안 듣는다"라고 하기 전에 이런 상황을 제대로 직시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직접 화살을 돌리기보다 아이를 둘러싼 성장환경을 잘 이해하여 환경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때로 그 환경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공격성은 키우고 사회성은 떨어뜨리는 컴퓨터 게임

정보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상의 가상 세계가 과연 초등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우선, 긍정적인 측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컴퓨터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얻는 능력을 어린 시절부터 갖춘다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또한 부모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 교육 정보를 얻고 부모들끼리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켜주며 적극적으로 권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에 매달리는 경우에 예상되는 부정적인 측면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실 긍정적인 측면보다 그 영향력이 훨씬 큽니다. 첫째, 아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가장 쉽게 빠지는 것은 컴퓨터 게임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몰입하는 대부분의 컴퓨터 게임은 상대와 겨루어 이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공격적인 성향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미 텔레비전의 폭력적 내용이 아이들의 공격성과 관련된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발표되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받는 영향이 간접적이어도 말입니다. 그런데 컴퓨터 게임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가상 세계에서 직접 상대와 싸우고 이기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공격성이 커지는 효과는 텔레비전보다 훨씬 큽니다.

둘째, 컴퓨터 게임은 한번 시작하면 아이들의 관심을 강력하게 붙잡아두기 때문에 밖에서 뛰어놀고 친구와 사귀는 일 등에 상대적으로 흥미를 잃게 됩니다. 그 결과 사회성 발달, 신체적 성장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요. 일본에서는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서 오랫동안 지낼수록 운동부족으로 소아비만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셋째, 컴퓨터를 이용한 모든 활동은 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판단 하에 이뤄지기 때문에, 아이가 자기중심적 위치에 서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됩니다. 타인의 생각, 감정 등을 잘 파악하고 남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타인지향적 관심이 감소할 수밖에 없지요. 그만큼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좋은 가치관을 배울 수 없게 됩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친구나 주변의 어른과 함께 살아가며 서로 의견이 다를 때 타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런 능력은 초등학교 시절이 아니면 절대 키울 수 없습니다. 그런 시기에 컴퓨터 게임에 너무 몰입하면 여러 가지 사회적 능력이 제대로 발달할 수 없게 됩니다. 단적으로 말해,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신의 잣대로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성장할 우려가 있는 것입니다.

넷째, 컴퓨터 게임은 클릭 한 번에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므로 아이가 자신의 욕구를 단번에 채우려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만족지연능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와 함께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여 주변의 상황에 맞게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지 못해 충동적인 사람으로 자라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에게서 컴퓨터를 원천봉쇄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다만 부모가 할 일은 컴퓨터 게임이 아이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측면을 잘 이해하고, 그것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일입니다.

부모와 같이 하거나 컴퓨터 접근 시기를 늦추세요

요즘 소아정신과 진료실에는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컴퓨터 게임 없이는 못 사는 아이들을 진료하면서, 단순해 보이는 게임 중독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지 새삼 확인하곤 합니다.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은 공부를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집에서 가족과 식사 시간을 맞추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컴퓨터 게임을 못하게 하면 부모에게 욕을 하는 것은 물론 폭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컴퓨터 게임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면 아이가 처음 컴퓨터를 접할 때부터 습관을 잘 들여야 합니다. 애초에 길을 잘 들여놓지 않으면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집니다.

아이에게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하라고 가르쳐주기 전에, 부모부터 컴퓨터를 잘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고, 어떤 게임을 즐기며 그 게임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부모가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아이 혼자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통제력이 떨어져서 아이 혼자서 자기 방에서 컴퓨터에 몰입하다 보면 쉽게 중독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어떤 내용의 게임을 하는지 등을 잘 알고, 하루에 몇 시간씩 언제 하는지 등을 잘 파악하여 적절히 조절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숙제를 하려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정보를 취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컴퓨터를 이용해 과제를 한다고 안심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요즘에는 어린 아이들에게 적합하다는 CD-ROM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것조차 자주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프로그램이 훌륭하다고 해도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은 일방통행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아닌 이상 커뮤니케이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적절한 피드백이 없어서 아이 스스로 생각할 기회가 그만큼 적습니다. 맞벌이 부부처럼 부모가 너무 바빠 아이에게 이런 관심을 쏟기 어렵다면 컴퓨터를 접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춰주세요. "친구들이 다 한다는데 어떻게 우리 아이만 못하게 하느냐"며 반문하는 부모도 있습니다만, 제대로 관리해주지 못할 바에야 시작을 안 하는 편이 낫습니다.

또한 아이가 원래 산만한 체질이거나 학습 자극을 싫어하거나 친구들과 사귀는 데 문제가 있다면 컴퓨터를 시킬 때 정말 주의해야 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쉽게 컴퓨터 중독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고 나서 컴퓨터를 접하게 해야 합니다. 특히 이미 정신적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컴퓨터에 중독되면 그 치료가 무척 힘들어지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컴퓨터 중독, 한 번에 끊어야 효과적

아이가 배고픈 것도 느끼지 못할 만큼 컴퓨터에 집착하고, 컴퓨터를 못하게 할 때 안절부절못하고 불안해한다면 '컴퓨터 중독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이럴 때는 시간을 점점 줄이는 것보다는 아예 한동안 컴퓨터를 못 만지게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조절 능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컴퓨터 사용시간을 조금 줄이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어른이 담배를 끊으려고 할 때 서서히 줄이면서 끊기가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컴퓨터를 끊는 대신 그 시간 동안 운동이나 다른 신나는 일들을 할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컴퓨터는 이미 아이들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오기 시작하였으므로 부모가 억지로 금한다고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부모가 적극적으로 바른 컴퓨터 사용 습관을 들여주고, 프로그램도 함께 선택해주는 등의 노력을 한다면 나쁜 방향으로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사용할 전권을 주고 부모가 무관심해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저는 초등학생 부모들에게 다른 면에서는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며, 아이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지만 컴퓨터 게임과 텔레비전만큼은 부모의 단호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누차 강조합니다.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어쩔 수 없다며 아이에게 맡겨놓으면 컴퓨터 중독이라는 무시무시한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신의진 집필자 소개

1964년 부산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1997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유학 후, 현재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및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펼쳐보기

출처

초등학생 심리백과
초등학생 심리백과 | 저자신의진 | cp명갤리온 도서 소개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를 132개의 질문과 답을 통해 정리한 백과사전. 초등학교 6년을 학년별로 구성, 그 연령대에 꼭 알아야 할 심리 발달..펼쳐보기

전체목차
전체목차
TOP으로 이동
태그 더 보기
심리

심리와 같은 주제의 항목을 볼 수 있습니다.



[Daum백과] 온종일 컴퓨터 앞에서 살아요초등학생 심리백과, 신의진, 갤리온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