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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 꿈에서 본 선경
선몽대 일원
문화재 지정 | 명승 제1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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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지 | 경북 예천군 |
노송과 높은 누대는 푸른 하늘에 솟아 있고
松老高臺揷翠虛
강변의 흰 모래와 푸른 절벽은 그리기도 어렵구나
白沙靑壁畵難如
나는 이제 밤마다 선몽대에 기대서니
吾今夜夜凭仙夢
예전에 이런 경치 감상하지 못한 것을 한탄하지 않노라
莫恨前時趁賞疎
퇴계는 아끼던 종손(從孫)이자 문하생이었던 우암(遇巖) 이열도(李閱道, 1538~1591)가 예천의 백송리에 선몽대(仙夢臺)를 지었을 때 손수 편액을 쓰고 〈선몽대란 제목을 지어 부치다(寄題仙夢臺)〉라는 시를 지어 보냈다. 이 시에는 선몽대의 아름다운 경치를 찬탄하는 수사로 가득 차 있다. 선몽대의 경치는 정말 아름답다. 비단 같은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내성천, 시냇가 아래위로 넓게 펼쳐져 있는 흰 모래 벌판, 강변 모래밭 어귀에 줄지어 늘어선 노송 숲, 그리고 석벽 위로 우뚝하게 자리하고 있는 아름다운 정자의 모습은 신선이 살고 있는 선계와도 같은 비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선몽대는 1563년(명종 18)에 창건되었다. 정자 내에는 당대의 석학인 퇴계 이황, 약포 정탁, 서애 류성룡, 청음 김상헌, 한음 이덕형, 학봉 김성일 등의 친필시가 목판에 새겨져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선몽대는 신선의 세계를 묘사한 상서로운 문자향이 가득한 공간이다.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다섯 차례나 대사헌에 임명되었으나 강직한 성품으로 출사와 사직을 반복했던 김상헌(金尙憲, 1570~1652)은 이곳 선몽대의 아름다움에 취해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겨놓았다.
모래는 깨끗하고 냇물이 밝아서 맑기가 텅빈 것 같으니
沙白川明澹若虛
옥산과 옥구슬 가득한 정원에 비교함이 어떠할까
玉山瓊圃較何如
신선의 땅이 하도 멀어 오기가 어렵다 하나
仙區萬里應難到
이 정자에 오고감을 소홀히 하지 말자
來往斯亭且莫疎
- 김상헌, 〈경차선몽대운(敬次仙蒙臺韻)〉
그 옛날 선몽대를 찾는 선비들은 가벼운 발걸음이 저절로 이곳을 향했을 것이다. 선몽대라면 오래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 같다. 이곳에서는 동서로 흐르는 아름다운 풍광의 내성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몽대는 백송마을의 우측에서 앞으로 뻗어 내린 능선이 끝나는 곳에 위치한 정자다. 암벽을 다듬어 경사진 터에 마치 석벽에 기대어놓은 것과 같은 모습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이름을 선몽대라 한 것은 이곳에서 신선이 나오는 꿈을 꾼 이후 건물을 지었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선몽대를 아름다운 비경으로 만드는 첫 번째 요소는 단연 내성천이다. 푸른 내성천의 물은 선몽대의 상류에서 크게 S자형으로 감돌아 흘러온 후 선몽대 앞에서 동에서 서로 물길을 따라 비단결처럼 여울져 내려간다. 이 여울은 매우 넓게 펼쳐져 있어 화창한 날 맑고 고요한 수면에 비친 선몽대의 모습이 매우 선명하다. 그야말로 명경지수(明鏡止水)라 할 만하다.
내성천의 물길과 함께 선몽대의 비경을 한층 더 높여주는 것은 바로 넓게 자리한 백사장이다. 이곳에는 흰 모래가 아주 넓고 두텁게 쌓여 있다. 내성천은 본래 곱고 흰 모래로 유명한데 이러한 벌판이 강물과 서로 맞닿아 아름다운 물결을 만드는 조화의 극치를 이룬다. 이러한 비경은 중국의 절경으로 이름난 소상팔경 중 하나인 ‘평사낙안’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평사낙안’이란 기러기가 모래사장에 내려 앉아 있는 형상으로 동양화의 화제(畵題)로 많이 활용된 경승이다. 기러기가 내성천의 풍부한 먹이를 먹고 백사장에서 한가로이 쉬는 아주 안온한 곳이라는 의미다.
선몽대의 선경을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는 선몽대 숲이다. 선몽대와 뒤편의 백송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우리 선조들의 풍수사상이 깃든 전통적인 마을숲이다. 백송마을의 물길이 내성천으로 흘러 나가는 수구 부분에 수구막이로 조성된 숲으로 100~200여 년 수령의 소나무 노거수와 은행나무, 버드나무, 향나무 등이 함께 자라고 있다. 선몽대 숲은 매우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 특히 강변에 늘어선 노송의 자태는 고귀한 품위를 나타낸다. 이러한 마을숲은 전통적으로 마을공원의 기능을 해왔는데 이곳 또한 백송마을의 공원 역할뿐만 아니라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의 소풍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신선의 세계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예천 선몽대 일원은 2006년 11월 명승 제19호로 지정되었다. 옛날의 선몽대 숲은 하천변의 경사진 모래밭에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숲의 규모가 축소되어 전통적인 원형이 위축된 상황이고 생육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 하천의 치수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기는 하지만 선몽대 숲 앞으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방이 쌓여 있다. 이로 인해 노송을 비롯한 노거수들의 줄기가 대부분 상당한 깊이로 묻힌 상황이다. 줄기 부분까지 흙을 덮으면 그때부터 나무뿌리와 줄기는 숨을 쉬지 못해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끝내는 말라죽게 된다. 다행히 선몽대 숲은 나무 둘레에 큰 자연석을 두르고 묻힌 줄기 부분의 흙을 파내어 그나마 생육환경이 많이 개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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