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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리 명승기
구천동 물돌이 명소

파회와 수심대

요약 테이블
문화재 지정 명승 제56호
소재지 전북 무주군

하천 지형 중에 물돌이가 있다. 전문용어로는 감입곡류(嵌入曲流), 또는 감입사행(嵌入蛇行)이라고 한다. 마치 긴 뱀이 몸을 한껏 똬리를 틀어 커다랗게 S자형을 그리며 나아가듯 하천이 산자락을 감고 휘돌아 흘러가는 지형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는 물돌이가 많다. 예천의 회룡포, 안동의 하회마을, 영주의 무섬마을, 상주의 경천대, 영월의 어라연과 같은 하천이 모두 물돌이다. 이러한 지형은 하천이 곡류하면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데 주변의 지세가 침식으로 절벽과 같은 수직적 요소를 강하게 형성하기 때문에 대부분 매우 빼어난 경관을 형성한다.

무주구천동의 파회(巴洄) 역시 물돌이다. 덕유산에서 발원하여 흘러가는 원당천은 굴곡이 매우 심해 사행하는 곳이 많다. 특히 파회와 수심대가 위치한 지역은 물길이 둥글게 원을 이루며 산 지형을 급하게 감돌아 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경승지를 이루고 있다. 파회는 나제통문에서 상류로 11km 정도 올라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구천동 3대 명소 중 하나다. 물이 돌아 나가는 곳이라 하여 수회(水回)라 부르기도 한다. 고요한 소(沼)에 잠겼던 맑은 물이 급류를 타고 쏟아지며 물보라를 일으키고, 기암에 부딪혀 제자리를 맴돌다 기암 사이로 흘러가는 모습은 계류 경관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파회

오색의 가을 단풍으로 곱게 물든 파회의 모습이다. 문화재연구소 제공.

ⓒ 김영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파회 가장자리에 있는 바위틈에는 흙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나무가 분재처럼 자라고 있다. 천년송이라 불리는 이 소나무는 신라시대 일지대사가 바위틈에 꽂아놓은 가지가 자라 천년을 이어왔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높이가 1m 남짓하고 줄기도 그렇게 굵지 않아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전국의 많은 노거수들의 수령도 사실 명확하지 않고 실제보다 부풀려진 경우가 많다. 특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목나무들의 경우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수령이 많은데 나무를 잘라보기 전까지는 나이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래서 수목 전문가들은 고목나무의 생물학적 나이와 전설에 의한 나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찌 되었든 간에 천년송은 파회의 중요한 경관 요소이며 그 전설이 파회의 장소성을 더해주고 있다.

천년송

파회 가장자리에 위치한 바위에는 마치 분재와 같은 소나무가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다.

ⓒ 김영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파회에서 이어지는 계곡의 상류에는 수심대(水心臺)가 있다. 수심대는 구천동의 제12경으로 파회로부터 약 600m 상류에 있다. 수심대는 일지대사가 이곳에 흐르는 맑은 물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도를 깨우쳤다는 것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이곳은 기암괴석이 절벽을 이루고 병풍처럼 두른 모습이 금강산을 연상시킨다 하여 소금강 또는 금강봉이라고 부를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수심대는 이름대로 맑은 계류가 찾는 이의 마음을 씻어주는 듯한 청량한 경승이다.

수심대

하천의 오랜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깎아지른 듯한 수심대의 석벽과 계곡, 주변의 수림이 서로 어우러져 비경을 연출하고 있다. 문화재연구소 제공.

ⓒ 김영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파회나 수심대 같은 감입곡류 하천은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산하에 많이 존재한다. 평야지대를 자연스럽게 곡류하던 하천의 지반이 지각변동에 의해 융기된 후 오랫동안 침식이 지속되어 형성된 하천 지형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침식이 지속될수록 점점 더 깊은 협곡을 만들어 결국 하천은 급하게 굽이쳐 흐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감입곡류 하천은 유로의 길이가 매우 길어지는 특징을 지닌다.

덕유산 주변의 계곡에는 이처럼 물줄기가 사행하는 감입곡류 하천이 많다. 소백산맥의 중심부에 우뚝 솟아 있는 덕유산은 높이가 1,614m에 이른다. 남서쪽에 있는 1,507m의 중봉(中峰, 남덕유산)과 쌍봉을 이루며 두 봉을 연결하는 분수령은 전라북도와 경상남도의 경계를 형성하고 있다. 덕유산에서 발원하는 하천은 세 곳이다. 서쪽사면으로 흐르는 구리향천은 금강의 지류로 칠연폭포, 용추폭포와 같은 경승을 지나며 안성분지로 흘러든다. 또한 남동사면에 형성된 하천은 거창 땅으로 흐르는 위천의 상류로 황강을 경유하여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또한 북동사면은 금강의 한 지류인 원당천이 심하게 감입곡류하면서 수많은 계곡과 폭포를 만들어 이른바 무주구천동의 절경을 이루며 흘러간다.

물돌이

원당천이 U자형으로 감돌아 나가는 만곡부에 파회가 위치하고 있다. 감입곡류 하천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 김영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파회와 수심대는 원당천이 사행하는 과정에서 침식작용이 강하게 나타난 곳이다. 원당천계곡은 석영안산암 지대에 발달한 지형으로 잘리고 깎이고 마모되어 이루어진 암석들이 구천동의 절경을 형성하고 있다. 파회 부근에는 연하고 짙은 회색의 빛깔을 띠는 변성암 계통의 암석이 기반암을 이루고 있는데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과 어우러져 청정한 경관을 연출한다.

파회는 구천동 33경 중에서 제11경이다. 연재 송병선이 이름 지은 명소로 구천동 무계구곡의 제9곡에 해당한다. 계곡의 바위에는 ‘파회’라고 쓴 각자가 있다. 파회와 수심대가 위치한 계곡의 동쪽으로는 수직암벽을 비롯하여 가파른 산 지형에 소나무가 주를 이루는 산림이 잘 형성되어 있다. 반대편의 산에는 느티나무, 갈참나무, 물푸레나무와 같은 낙엽이 지는 활엽수림이 발달해 있다. 이러한 산림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구절양장 계곡과 잘 어울려 계절마다 다양하고 신비로운 비경을 뽐낸다.

파회, 수심대를 비롯한 아름다운 경승지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무주구천동은 계곡이 깊어 한여름에도 아주 시원하다. 맑고 깨끗한 물, 티 없이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수림과 바위, 소슬하고 청량한 공기 등 천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해오고 있다. 이러한 천연 지역이 지니고 있는 가치로 인해 덕유산 일대는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최근 덕유산 주변에는 리조트와 같은 종합 휴양 시설을 비롯한 여러 시설들이 들어섰다. 또한 대전에서 통영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개설된 후 구천동으로의 접근이 용이해져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무주구천동의 계곡은 심산유곡으로서의 정취가 사라져가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특히 국가지정 명승은 당연히 국민이 쉽게 접근하여 즐기는 대상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명승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모습과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심산유곡에 위치한 파회, 수심대와 같은 명승은 이용과 보존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조화롭게 공존시킬 때 더욱 이름 높은 경승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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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집필자 소개

서울시립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표 저서로는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역사문화 명승 편》, ..펼쳐보기

출처

우리 명승기행
우리 명승기행 | 저자김학범 | cp명김영사 도서 소개

소소하지만 소중한 우리 유산의 중요성과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운다. 특징에 따라 명승 49곳을 고정원, 누원과 대, 팔경구곡과 옛길, 역사·문화 명소, 전통산업·문화..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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