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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리 명승기
법보사찰의 으뜸

가야산 해인사 일원

요약 테이블
문화재 지정 명승 제62호
소재지 경남 합천군

부처의 지혜로 우주의 모든 만물을 깨닫고 통달하는 것을 해인(海印)이라 한다. 부처님의 말씀, 즉 법을 관조(觀照)한다는 것은 바다가 만상(萬象)을 비추는 것과 같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온 세상이 진리의 물결로 가득한 곳, 부처의 가르침, 곧 석가여래의 말씀으로 넘쳐나는 바다, 해인의 세계가 바로 가야산 산록에 위치한 해인사다.

해인사는 삼보사찰(三寶寺刹) 중 하나다. 불교에는 세 가지 보물이 있는데 바로 부처(佛)와 부처의 가르침(法), 그 가르침을 전하는 승려(僧)를 말한다. 이를 삼보라 하여 불보(佛寶), 법보(法寶), 승보(僧寶)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찰 중에서 이러한 세 가지 보물의 으뜸 역할을 하는 사찰이 있다. 불보사찰로는 양산의 통도사(通度寺), 승보사찰로는 순천의 송광사(松廣寺), 법보사찰로는 합천의 해인사다. 법이란 부처님의 말씀, 즉 석가여래의 지혜를 의미하는데 해인사는 부처님의 말씀이 새겨진 ‘팔만대장경’을 보유하고 있는 불교경전의 성지이므로 법보사찰이라 함은 당연한 일이다.

해인사

남산제일봉 방향에서 본 가야산의 너른 품속에 자리한 해인사의 전경이다.

ⓒ 김영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해인사를 품고 있는 가야산은 남부 내륙의 명산이다. 예로부터 ‘조선팔경’ 또는 ‘12대 명산’의 하나로 꼽혀왔다. 백두대간이 내륙으로 뻗어 내려 덕유산에서 분지되는데, 대간의 본줄기는 남쪽의 지리산으로 향하고 여기서 동으로 흐르는 산줄기가 솟구쳐 오른 곳이 바로 가야산이다. 해발 1,430m에 이르는 가야산은 경상남도 합천군과 경상북도 성주군을 가르는 위치에 있다. 가야산의 동쪽에는 낙동강, 남쪽에는 황강이 흐르고 정상에서 서쪽으로는 덕유산, 남쪽으로는 멀리 지리산이 보인다. 가야산은 주봉인 상왕봉을 중심으로 두리봉(1,133m), 남산(1,113m), 단지봉(1,028m), 남산제일봉(1,010m), 매화산(954m) 등 1,000m 내외의 연봉과 능선이 둘러 있고, 그 한가운데에 해인사와 부속 암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명산은 대부분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이것은 화강암, 또는 화강편마암으로 이루어진 지질이 풍화되어 다양한 바위 경관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가야산도 산꼭대기를 비롯해 산기슭, 홍류동계곡 등은 모두 화강암 침식 지형이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우리나라의 산을 돌산과 토산으로 구분하고 있다. 경상도 지방의 산은 대부분 토산인데 유독 가야산만은 돌산이다. 그는 이 책에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가야산 봉우리의 빼어난 모습과 기암괴석의 암반으로 형성된 계곡의 아름다움을 다음과 같이 예찬하고 있다.

경상도에는 석화성(石火星)이 없다. 오로지 합천의 가야산만이 뾰족한 돌이 잇달아서 마치 불꽃같으며 하늘로 솟아서 매우 높고 빼어나다. 골짜기 입구에는 홍류동과 무릉교가 있으며 나는 듯한 샘물과 반석이 수십 리에 뻗어 있다.

가야산의 아름다운 풍광은 해인사로 진입하는 골짜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야면사무소를 지나 해인사로 오르는 계곡은 오랜 세월 동안 물에 깎여 기기묘묘한 암석 지형을 이루고 있다. 이 계곡이 신라시대 명유였던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이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올랐다는 홍류동이다. 현재는 해인사로 향하는 신작로가 넓게 개설되어 그 옛날의 비경이 다소 훼손되었지만 지금도 홍류동계곡 곳곳의 경치는 대단히 아름답다.

홍류동계곡

해인사로 진입하는 골짜기에 자리한 홍류동계곡으로 솔숲과 어우러진 농산정의 풍광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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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은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가야산은 그 형상이 소의 머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우두산(牛頭山)이라 불렸으며 상왕산, 기달산, 중향산, 설산이라고도 불렸다. 가야산이라는 이름은 이 지역에 있던 고대국가 대가야국에서 비롯된 것이라 전해진다. 이 지역에서 가장 높고 국가의 기원에 관한 전설이 있는 산이기 때문에 ‘가야의 산’이라는 의미로 지어진 명칭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주장도 있다. 인도의 불교성지이며 부처의 주요 설법처로 신성시되는 부다가야(Buddhagaya) 부근에 위치한 가야산에서 가져온 것이며, 또한 범어로 ‘가야’는 소를 뜻하는데 불교의 전래 이전에 우두산이라 불리던 산이 가야산으로 바뀌게 된 것이라고 한다.

가야산은 가야연맹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성산(聖山)이다. 산의 이름과 가야산신의 전설을 통해 볼 때 옛 가야 지방을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야산신은 ‘정견모주(正見母主)’라 불리는 여신으로 가야국을 창건한 왕을 낳았다. 정견모주는 해인사 경내에 있었다는 가야산신의 사당인 정견천왕사에 모셔진 산신이다. 가야산 정상에서 근래까지 산신제를 지냈는데 가야산신이 이 지역에서 깊은 신앙의 대상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의 성스러운 명산 가야산은 해인사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해인사는 가야산의 너른 품에 자리하여 대찰이 될 수 있었으며, 가야산은 해인사를 산자락에 두면서 명산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화엄십찰 중 하나인 해인사는 802년(애장왕 3)에 순응(順應)과 이정(利貞)이 창건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찰이 그러하듯 해인사 또한 창건된 뒤 수차례의 중흥이 이루어졌다. 애장왕의 지원, 고려 태조의 귀의, 조선 태조의 발원, 세종과 세조, 성종의 중창 등 각별한 국가적 지원을 통해 오랫동안 거찰로 유지되었다. 해인사는 창건 이후 일곱 차례의 큰 화재를 입었는데 그때마다 곧바로 보수되었으며, 현재의 건물들은 대부분 조선 말엽에 중건되었다.

특히 해인사는 고려시대에 호국불교의 상징으로 제작된 고귀한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600여 년이나 고이 보전함으로써 법보사찰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러한 해인사의 명성은 삼재(三災)불입의 영기가 서려 있다는 가야산의 신령스러운 기운에 의해 이룩된 것이라 한다. 또한 해인사는 과거 우리나라가 국난을 맞아 위기에 처했을 때 호국사찰의 중심지였다. 이미 신라 말에 시작된 승군(僧軍)의 전통은 임진왜란과 일제시대 항일운동에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이처럼 해인사는 역사적 구국의 근거지였다.

장경각

팔만대장경을 소장하고 있는 장경각은 일반 건물과는 다른 구조를 지닌다. 즉 바닥은 마루로 만들어 지면의 습기를 방지하고 창살을 댄 간단한 창을 두어 통풍이 잘 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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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은 아름다운 경치로 인해 신라시대 최치원의 은둔처가 된 이래, 많은 문사들의 유람과 풍류의 대상지로 신성한 경역이 된 곳이다. 해인사로 들어가는 입구의 계곡은 맑은 계류와 더불어 물에 의해 마모된 매끈한 암반과 돌덩이들로 청량하기 그지없다. 이곳이 바로 홍류동계곡이다. 홍류동이란 신선이 사는 홍류의 동천을 의미한다. 신선의 세계인 홍류동을 비롯해 가야산의 암봉과 철따라 변화하는 아름다운 수목들은 사계절 빼어난 모습을 연출하여 옛사람들을 풍류에 도취하게 했을 것이다.

해인사 산문

홍류동계곡에 자리한 해인사의 산문으로 홍류문이라고도 한다. 벚꽃이 활짝 피어 있어 화사한 경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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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해인사 일원’은 해인사를 포함한 가야산 일대에 지정된 명승이다. 본래 ‘사적 및 명승’으로 지정되었던 문화재였는데 2009년 명승으로 수정하여 지정된 국가유산이다. 가야산의 경역에는 50여 동에 이르는 해인사 본찰을 비롯해 홍제암, 삼선암, 약수암 등 많은 부속암자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무릉교, 농산정, 체필암, 취적봉, 음풍뢰, 낙회담, 첩석대, 분옥폭, 제월담, 완재암 등 수많은 경승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천년고찰 해인사를 품고 있는 가야산은 정말 아름다운 명산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 강희맹(姜希孟, 1424~1483)은 가야산 계곡 음풍뢰(吟風瀨)에서 이렇게 읊고 있다.

뿜는 물방울은 뛰는 구슬을 급하게 하고
놀란 물결은 깊이 주름진 비단과도 같도다
마주 보면 볼수록 무언가 미흡하기만 한데
웅덩이 아래에 용이 있어 끝없이 우는구나
- 강희맹, 〈음풍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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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집필자 소개

서울시립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표 저서로는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역사문화 명승 편》,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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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명승기행
우리 명승기행 | 저자김학범 | cp명김영사 도서 소개

소소하지만 소중한 우리 유산의 중요성과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운다. 특징에 따라 명승 49곳을 고정원, 누원과 대, 팔경구곡과 옛길, 역사·문화 명소, 전통산업·문화..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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