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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리 명승기
어업문화의 경관

지족해협 죽방렴

요약 테이블
문화재 지정 명승 제71호
소재지 경남 남해군

고대 인류는 주로 물가에서 생활했다. 그래서 문명도 자연스럽게 물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오늘날 강가, 강어귀, 바닷가 등에서는 옛사람들이 생활한 흔적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물가가 농업을 시작하기에 유리한 이유도 있었지만 고기잡이를 통해 먹을거리를 확보하기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고대에는 물고기를 잡는 방식도 매우 다양했던 것 같다. 낚시, 작살, 그물 등을 이용해 고기를 잡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발전하여 규모가 커지고 방식도 더욱 정교해졌다.

죽방렴(竹防簾)은 고정식 어업방식 중 하나다. 물목(물이 드나드는 어귀)이나 바닷가에는 고정식 그물이라 할 수 있는 죽방렴이나 독살을 설치했다. 독살은 길게 돌을 쌓아 밀물 때 잠겼던 돌 그물 안에 갇힌 고기를 물이 빠진 후에 잡는 방식이다. 죽방렴은 물목에 V자형으로 참나무 말목을 박고 대나무를 발처럼 엮어 세워 물이 빠진 후 갇힌 고기를 잡는 방식을 말한다. 죽방렴은 간만의 차가 큰 해역에서 예전부터 사용되었는데 만에 따라 그 규모나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죽방렴 근경

죽방렴은 양팔을 벌린 것처럼 V자형으로 말목을 박고 발 그물을 설치하여 고기를 둥그렇게 만든 임통으로 유인해서 잡는 방식이다. 남해군 제공.

ⓒ 김영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남해군은 한반도 남쪽 연안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큰 섬은 남해도, 그다음으로는 창선도인데 두 섬 사이의 매우 좁은 물목의 이 바다가 바로 지족해협이다. 바다가 좁아서 간만의 차이에 의해 물살이 매우 빠르다. 지족해협에는 현재 남해도와 창선도를 연결하는 창선대교가 놓여 있는데 이곳에서 매우 특별한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창선대교의 중간쯤에서 동쪽 해협을 바라보면 여러 개의 죽방렴이 설치되어 있는 바다의 풍광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우 특이하고 신비한 풍경으로 이 죽방렴들은 마치 거대한 V자형의 꺽쇠를 바다에 박아놓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죽방렴 전경

창선도와 남해도 사이, 빠른 물살이 흐르고 있는 지족해협에 설치된 죽방렴의 전경이다.

ⓒ 김영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죽방렴은 우리 선조들이 고안해낸 전통적인 어업문화 경관이다. ‘대나무 어사리(어살)’라고도 하며 조선시대에는 ‘방전’으로도 불렸다. 1469년(예종 1)에 편찬된 《경상도속찬지리지(慶尙道續撰地理誌)》의 남해현에 관한 내용에는 오래된 전통어업으로 지족해협에서 행해진 죽방렴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러한 기록으로 볼 때 죽방렴이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닌 원시적인 어업방식임을 알 수 있다.

현재 통영, 여수, 완도, 진도 등 우리나라 남해안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근대화된 방식으로 고기를 잡거나 기르고 있다. 그러나 유독 남해군 지족해협에서는 죽방렴 약 20여 개가 아직도 상용되고 있다. 이유는 지족해협의 거친 물살로 양식어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죽방렴에서의 고기잡이는 3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진다. 특히 5월에서 7월 사이에 고기가 많이 잡히는데 주요 어종으로는 멸치와 갈치를 비롯해 학꽁치, 도다리, 숭어, 농어, 감성돔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잡히는 것은 멸치다. 어업량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멸치는 일명 ‘죽방멸치’라 하여 최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곳 멸치가 유명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지족해협의 물살이 거칠기 때문에 물고기의 힘이 좋고, 그물을 사용하지 않고 뜰채로 떠내는 방식으로 잡아서 멸치가 손상되지 않고 싱싱하기 때문이다.

죽방렴은 수심이 얕은 갯벌에 설치하는 어로 시설이다. 그래서 대부분 서해안과 남해안에 발달되어 있다. 독살 또한 서남해안은 물론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아주 많은 곳에 설치되어 있다. 독살은 독담 또는 석방렴(石防簾)이라고 하며 해남에서는 ‘쑤기담’, 제주에서는 ‘원담’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독살은 해안의 돌출 부분과 같은 지형을 이용하여 얕은 바다를 가로막는 방식으로 만들지만 죽방렴은 물목의 바다 안에 설치하는 것이 보통이다. 독살이나 죽방렴 같은 어살은 물이 빠지는 끝부분에 불룩한 임통(불통)을 만들어 이곳에 고기를 가두는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는다. 죽방렴의 임통은 밀물 때는 열리고 썰물 때는 닫히게 되어 있다. 물고기는 하루에 2~3회 배를 타고 들어가 뜰채로 건져낸다.

지족해협의 죽방렴은 너른 바다와 그 위를 나는 갈매기가 함께 어울려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특히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넘어가는 일몰은 남해의 빼어난 경치 중 하나다. 이렇게 아름다운 지족해협 죽방렴은 창선대교에서 바라볼 수도 있지만 보다 가까이에서 보려면 마을에 설치된 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죽방렴의 세부를 관찰하려면 마을 위쪽에서 죽방렴까지 설치해놓은 교량과 같은 시설을 통해 접근하면 자세한 구조를 확인할 수 있으며, 시간이 맞으면 죽방멸치를 잡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지족해협

지족해협에 여명과 함께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 죽방렴의 모습이 매우 특별한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남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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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방렴은 원시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전통어업 경관이다. 이러한 경관은 전통어업의 지속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 그래서 문화재청에서는 지족해협 죽방렴이 지니고 있는 어업문화 경관으로서의 가치를 소중하게 판단하여 명승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남해군은 다랑이논에 이어 전통어업 경관까지 명승으로 지정된 유일한 지방자치단체가 되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옛날의 죽방렴은 통나무 말목과 대나무발을 주재료로 사용했는데, 오늘날에는 콘크리트 전신주와 철재구조물 등 다양하고 다소 조악한 형태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죽방렴의 재료나 형태를 가능한 전통적인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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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집필자 소개

서울시립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표 저서로는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역사문화 명승 편》, ..펼쳐보기

출처

우리 명승기행
우리 명승기행 | 저자김학범 | cp명김영사 도서 소개

소소하지만 소중한 우리 유산의 중요성과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운다. 특징에 따라 명승 49곳을 고정원, 누원과 대, 팔경구곡과 옛길, 역사·문화 명소, 전통산업·문화..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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