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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는 어떻게 모르몬교의 아성이 되었는가?

유타

Utah

Utah(유타)는 미국의 서부에 있는 주(州) 이름이다. 아메리카 원주민 유트(Ute)족에서 비롯된 이름인데, Ute는 ‘people of mountains(산 사람들)’란 뜻이다. 이 뜻에 걸맞게 유타주에서 가장 높은 산인 킹스 피크(Kings Peak)는 높이가 4,120미터며, 전 지역의 평균 고도는 해발 1,860미터다. 북쪽으로 아이다호주와 와이오밍주, 동쪽으로 콜로라도주, 남동쪽 끝 한 점으로 뉴멕시코주, 남쪽으로 애리조나주, 서쪽으로 네바다주와 접하고 있다.

유타주의 가장 큰 도시이자 주도(州都)는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인구 19만 명))다. 200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솔트레이크시티였던 것이 잘 말해주듯이, 유타주는 세계적인 스키 휴양지로도 유명하다. 자동차 번호판에도 ‘The Greatest Snow on Earth(지상 최고의 눈)’라는 슬로건이 새겨져 있다.

미국인, 아니 미국인이 아니더라도 미국 서부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유타주의 자연 풍경이 친숙하게 다가오는데, 그건 거의 대부분의 서부영화가 유타주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이다. 유타주의 면적은 21만 9,887제곱킬로미터(가로 최장 435킬로미터, 세로 최장 565킬로미터)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13위, 인구는 294만 9,902명(2014년)으로 33위, 인구밀도는 1제곱킬로미터당 13.2명으로 41위, 가구당 중위소득(中位所得)은 5만 614달러로 11위다.

2012년 갤럽 여론조사에서 ‘가장 살기 좋은 주’ 1위를 차지하기도 한 유타주는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교(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 Day Saints), 즉 모르몬교(Mormonism)의 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인구의 62퍼센트가 모르몬교도로, 미국에서 종교적으로 가장 동질적인 주다.

모르몬교는 1823년 조지프 스미스(Joseph Smith, 1805~1844)라는 사람이 뉴욕에서 창설했다. 일종의 예언자인 이 사람은 모로니라는 천사에게서 황금판에 상형문자로 적힌 고대의 성구 『모르몬경(The Book of Mormon)』을 선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1827년 인디언의 고분에서 발견한 황금판을 번역하다 보니 그것이 4세기경 아메리카의 예언자이며 역사가였던 모르몬이 쓴 것으로 예수의 부활 이후 북아메리카를 방문한 두 이스라엘 민족의 지파에 대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모르몬경』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레이(Lehi)라고 하는 경건한 유대인이 신의 명령으로 기원전 6세기에 아메리카로 건너와 자손을 낳고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함께 살았다. 그의 후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시 이스라엘로 건너가 이를 직접 목격했으며, 다시 아메리카로 돌아와 그리스도교의 교회를 세웠다. 모르몬교도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해 ‘말일성도’ 모르몬교도들을 위해 이 땅에 낙원을 건설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1834년 조지프 스미스는 일부다처제(polygamy)를 요구했고, 이에 대한 대중의 분개는 모르몬교 박해로 이어졌다. 그는 1844년 미국 정부에 대해 음모를 꾸몄다는 반란죄로 체포되어 일리노이주의 감옥에 갇혔는데, 분노한 군중들의 습격에 의해 살해당했다. 지도자 없이 방황하게 된 모르몬교도들은 새로 나타난 강력한 지도자 브리검 영(Brigham Young, 1801~1877)의 지도 아래 재규합했다. 이들은 박해를 받지 않기 위해 서부의 끝으로 가기로 했다.

1847년 영은 27명의 아내를 포함해 144명의 모르몬교도를 이끌고 새로운 ‘약속의 땅’인 지금의 유타주 그레이트 솔트레이크(Great Salt Lake) 유역으로 가서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이들은 황야에서 거대한 소금 호수를 발견했다. 그게 바로 그레이트솔트호(Great Salt Lake)다.

이 호수는 분지(盆地)기 때문에 흘러드는 강은 있어도 빠져나가는 강이 없으므로 염도(salinity)가 높아 어류는 살지 못하고 사람의 몸도 가라앉지 않는다. 그래서 ‘America’s Dead Sea(아메리카의 사해)’로 알려져 있지만, 염도는 호수 깊이에 따라 5~27퍼센트로 사해(死海)의 33.7퍼센트보다는 낮으며(대양 평균은 3.5퍼센트), 수백만 마리의 새와 바다 새우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옛날에는 지금보다 수면이 30미터 이상 높았고, 또 호수의 면적도 컸지만, 지금은 4,700제곱킬로미터다. 호수 수심이 낮기 때문에(평균 4.9미터) 호수의 면적이 지금도 들쑥날쑥하지만, 호수의 가로 최장은 102킬로미터, 세로 최장은 45킬로미터에 이른다. 이 지역의 눈이 ‘The Greatest Snow on Earth(지상 최고의 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른바 ‘lake effect(호수 효과)’로 인해 많은 눈이 내리는 건 분명하다.

모르몬교도들은 이 호수 근처에 도시를 건설했기 때문에 처음엔 도시 이름을 Great Salt Lake City라고 했지만, 1868년에 Great를 뺀 Salt Lake City가 되었다. 얼마 후 이 도시는 ‘the Crossroads of the West(서부의 교차로)’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이는 모르몬교의 물결이 유타로 통하는 길을 따라 이어지면서 그곳이 서부로 통하는 주요 통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모르몬교도는 캘리포니아와 황금을 찾아나선 여행객들에게서 상당한 수입을 올려 자립의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영은 그 지역을 Deseret라고 불렀다. Deseret는 『모르몬경』에 나오는 말로, honeybee(꿀벌)의 고어(古語)다. 유타주의 별명이 ‘Beehive State(벌집 주)’며, 유타주의 주기(州旗)에 벌집이 그려져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유타주의 모토(motto) 역시 벌에 어울리는 ‘Industry(근면)’다.

1848년 모르몬교도들의 삶의 터전에 메뚜기떼(grasshoppers)가 습격해 모든 농작물이 황폐화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이때에 갈매기떼(gulls)가 나타나 메뚜기떼를 잡아먹는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모르몬교도들은 갈매기떼에 감사하는 의미에서 솔트레이크시티 템플 스퀘어(Temple Square)에 ‘바다 갈매기 기념비(The Sea Gull Monument)’를 건립했다. 기념비에는 “모르몬교도들에게 내려진 하나님의 자비심을 기념하기 위하여(In grateful remembrance of the mercy of God to the Mormon pioneers)”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1850년 유타는 준주(Territory, 사실상의 주이나 공식적으로는 주로 편입되지 않은 주)로서 정부기관을 받아들였고, 브리검 영이 주지사가 되었다.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이 1859년에 출간한 『자유론(On Liberty)』에서 “인간의 자유가 흔히 무시되는 사례 가운데 하나로, 영국의 언론들이 모르몬교(Mormonism)에 대해 가하는 무차별적 언어폭력을 들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걸로 보아, 이때까지도 모르몬교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변화는 철도가 몰고 왔다. 의회가 대륙 간 철도 노선을 승인하고 재정 지원을 한 지 7년 만인 1869년 5월 10일 유타주의 프로몬토리포인트(Promontory Point)에서 동부철도와 서부철도의 선로를 연결해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철도를 완성하는 마지막 못질이 이루어졌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전 미국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뉴욕타임스』 1869년 5월 11일자에 따르면, 뉴욕에선 마지막 못이 박히는 순간에 “대포 소리, 트리니티 성당의 종소리, 이 나라뿐만 아니라 온 문명 세계가 성공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대역사(大役事)가 완성된 것을 축하하는 분위기”로 떠들썩했다. 필라델피아에서는 독립기념관의 종을 울려 이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했으며, 시카고에서는 약 11.3킬로미터에 이르는 퍼레이드가 즉흥적으로 열렸다. 워싱턴 D.C.의 『이브닝스타』는 사설에서 “오늘 1869년 5월 10일은 현재와 미래에 이 나라와 인류에 미칠 영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금세기에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고 했다.

당시 대륙 횡단 철도의 길이는 약 2,826킬로미터였다. 이후 철도 노선은 극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1860년 4만 8,000킬로미터에서, 1870년에는 8만 3,000킬로미터로, 1880년에는 14만 9,000킬로미터로, 1890년에는 26만 킬로미터로, 1900년에는 30만 9,000킬로미터로 급성장했다. 대륙 횡단 철도는 모르몬교도들에게도 큰 축복이어서, 1880년경 신자 수는 30만 명 이상에 이르렀다.

1890년 연방의회가 일부다처제 금지법을 통과시키자, 그해 9월 24일 브리검 영의 후계자인 윌포드 우드러프(Wilford Woodruff, 1807~1898)는 모르몬교도들에게도 일부다처제를 정식으로 금하는 칙령을 발표했다. 1896년에는 일부다처제를 폐기했다고 정부를 설득함으로써 유타도 주로 받아들여졌다. 45번째 주였다.

대니얼 벨(Daniel Bell, 1919~2011)은 모르몬교는 처음엔 도덕 지상주의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된 진보적인 계시(啓示) 신앙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보수주의의 아성(牙城)으로 변화되고 말았다고 말한다. 모르몬교도는 오늘날에도 비신앙인을 멀리하면서 자기들만의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모르몬교의 신도는 900만 명에 이르며 1인당 소득은 다른 어떤 종교도 그 액수에 근접하지 못할 정도로 높다. 정치적으로도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모르몬교 신자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Mitt Romney, 밋 롬니)를 냈을 정도로 계속 번영의 길을 걷고 있다. 공화당 공천에서 롬니와 경쟁한 존 헌츠먼(Jon Huntsman), 상원의 다수당 원내 총무인 해리 라이드(Harry Reid), 2000년 공화당 공천에서 조지 W. 부시와 경쟁했던 오린 해치(Orrin Hatch), 1976년 민주당 공천에서 지미 카터와 경쟁했던 모리스 유달(Morris Udall) 역시 모르몬교도다.

이와 관련, 에이미 추아(Amy Chua)와 제드 러벤펠드(Jed Rubenfeld)는 이렇게 말한다. “일부다처제를 시행하는 별난 교파로 오랫동안 취급당해온 모르몬교도들은 자신들이 다른 미국인들보다 더 미국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기로 마음먹은 듯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하는 걸 유난히 즐긴다.”

모르몬교도는 정계뿐만 아니라 재계 등의 다른 분야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 클레이턴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글렌 벡(Glen Beck) 등을 비롯한 유명 인사도 많다. 예일대학 교수 해럴드 블룸(Harold Bloom, 1930~)은 모르몬교가 “일종의 청교도적인 시대착오”이며 아마도 “종교역사상 가장 일에 중독된 문화”일 거라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모르몬교 사업가들은 골프를 치지 않고, 회사의 바비큐 파티에서 맥주를 마시지 않으며, 가볍게 술 한잔하는 점심식사에도 나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르몬교는 수도 워싱턴에 거대한 황금탑 사원을 지어 교세를 과시하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선교사를 파견하고 있다. ‘2인 1조’로 활동하는 선교사들은 정장에 넥타이 차림으로 일주일에 6일간 하루 10~14시간 일하지만, 금전적인 보상은 전혀 없으며, 자동차와 영화, 연애도 포기해야 한다. 이들은 “선교 활동을 통해 우리는 끈기를 배운다”고 말한다.

솔트레이크시티는 첨단산업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비록 독립 국가를 세우려는 모르몬교도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협동’과 번영의 꿈은 이룬 셈이다. 다만 문제는 그 협동이 다른 집단에 대한 배타성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데에 있다. 이는 모든 공동체가 안고 있거나 직면하게 되는 영원한 숙제이리라.

모르몬교(Mormonism)

유타의 박물관에 있는 하나님과 예수의 강림

ⓒ Museum of Church History and Art/위키피디아 |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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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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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에이미 추아(Amy Chua) · 제드 러벤펠드(Jed Rubenfeld), 이영아 옮김, 『트리플 패키지: 성공의 세 가지 유전자』(와이즈베리, 2014).

강준만 집필자 소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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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 저자강준만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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