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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베스팅하고 있다”는 건 무슨 말인가?

vest

우리가 즐겨 쓰는 ‘기득권(旣得權)’이라는 말을 영어로는 vested interest라고 한다. 영국에서 19세기 초부터 재산권과 관련된 법률 용어로 쓰이기 시작한 말이다. 이때의 vested는 “기득의, 권리나 재산 등이 부여된”이란 뜻이다. “권리를 주다, 소유권을 귀속시키다”는 뜻의 vest에서 나온 말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선 “그 사람 요즘 뭐하고 있지?(What has he been doing?)”라고 물으면 “베스팅하고 있어(He has been vesting)”라며 비웃는 대화가 오간다고 한다. 미국의 기업계에서 ‘베스트(vest)’란 스톡옵션에 대한 권리를 뜻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스톡옵션 1,000을 받아 지금은 400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을 때, 그 400을 베스팅이라고 한다. 그것이 700에 도달할 때까지는 일은 재미없지만 눌러앉아 있자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다.

1980년대 말 미국의 많은 회사원이 “Fuck you! I’m Fully Vested(제기랄! 완전히 코 꿰였다!)”라는 말의 약자인 FYIFV가 새겨진 배지를 달고 다녔다. 부자가 된 한 전직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한도 기간인 5년을 일한 뒤에도 직원들은 코가 꿰였죠. 그들은 중독이 되었어요. 시간에 중독되고, 남을 눌러 이기는 맛에 중독이 되었죠. 하루에 12시간, 아니 14시간씩 일하지 않고는 못 배겼습니다.”

FYIFV의 원조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원래 의미도 달랐다. 1986년에서 2000년 사이에 MS 주식 가격이 폭등하면서 직원들이 대부분 백만장자가 되자 “이젠 회사를 그만둬도 좋으니 할 말은 하고 살겠다”는 뜻으로 내세운 슬로건이 바로 FYIFV였다. 하지만 이 슬로건은 MS 밖에선 MS 직원들이 소프트웨어의 품질보다는 돈에 의해서만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들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베스팅 시점이 지난 후 MS 직원들의 열정이 사라지는 걸 가리키는 QVD(Quietly Vesting Disease)라는 말도 나왔다.

스포츠엔 베스팅 옵션(vesting option)이란 게 있는데, 이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옵션을 말한다. 예컨대, LA 다저스 투수 댄 해런(Dan Haren, 1980~)은 2014년 시즌에서 180이닝에 이를 경우 2015년 시즌 구단이 연봉 1,000만 달러에 계약해야 하는 베스팅 옵션을 갖고 있었다. 그가 2014년 9월 23일 다저스타디움(Dodger Stadium)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옵션을 달성하기 위해 남아 있던 6이닝을 채우는 데 성공하자, 언론은 일제히 「7이닝 2실점 해런, 104억 원 옵션 달성」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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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James Rogers, 『The Dictionary of Cliches』(New York: Ballantine Books, 1985); 아라이 히사시, 류성경 옮김,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식경영』(동방미디어, 2000/2001), 98쪽.
  • ・ 프레드릭 맥스웰(Frederic A. Maxwell), 안진환 옮김, 『살아있는 신화: Microsoft CEO 스티브 발머』(한국경제신문, 2002/2003), 203~204쪽.
  • ・ 「FYIFV」, 『Wikipedia』.
  • ・ 박승현, 「7이닝 2실점 해런, 104억 원 옵션 달성」, 『OSEN』, 2014년 9월 23일.

강준만 집필자 소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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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 저자강준만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경쟁용 수단으로 배우는 영어! 재미있게 공부할 순 없을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상식 등 테마별로 단어의 유래를 살펴보고, 인류학적·인문학적 지식으로 영어..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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