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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중 지휘 시스템’이 유행인가?

매트릭스

matrix

matrix(매트릭스)의 원래 뜻은 “자궁, 모체, 행렬”이지만, 오늘날엔 주로 ‘사이버공간’의 의미로 쓰인다.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 1948~)은 소설 『뉴로맨서(Neuromance)』에서 “매트릭스는 사이버공간이 고도의 수학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모든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일상환경이라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했다.

1999년 전 세계를 강타한 할리우드 영화 〈매트릭스〉도 바로 깁슨의 사이버공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열광시킨 ‘매트릭스 신드롬’은 사이버공간의 신비화와 더불어 기술 유토피아적 전망을 부각시키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는 실재인 줄 알았던 현실 세계가 사실은 컴퓨터가 만든 가상 세계임을 알게 되면서 큰 혼동에 빠져드는데,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1929~2007)는 우리 인간이 매트릭스의 세계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트릭스’는 ‘매트릭스 조직(matrix organization)’의 의미로도 쓰인다. 매트릭스 조직은 프로젝트 조직과 기능식 조직을 절충한 형태로, 1950년대 미국항공우주국인 나사(NASA)가 처음 고안했다. 다양한 팀의 인력이 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점에서는 TF(task force)와 비슷하지만, 이들은 프로젝트 기간에 원래 부서 관리자와 프로젝트 양쪽의 업무를 모두 진행하면서 인사 평가도 두 관리자에게서 함께 받게 된다는 점에서 TF와 다르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스탠 데이비스(Stan Davis)는 『미래의 지배』(2001)에서 “수학적 훈련을 받은 우주산업 분야의 공학자들 입장에서는 이 용어가 1950년대에 프로젝트 관리와 관련해서 생겨난 격자 모양의 구조에 적용하기에 적합한 말이었을 것이다. 처음 생겨난 계기야 어쨌든, 이 용어는 이제 기업과 학계에서 모두 받아들여지는 말이 되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을 가장 잘 정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우리는 매트릭스 조직과 전통적인 조직의 차이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매트릭스 조직의 특징에 바탕을 둔 정의가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그 특징이란, ‘사람 한 명에 보스 한 명’, 즉 단 하나의 명령 계통이라는 오랜 규범을 버리고 ‘보스 두 명’, 즉 다중 지휘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다중 지휘 구조’는 물론 이와 관련된 지원 메커니즘과 조직 문화 및 행동 패턴을 포함하는 다중 지휘 시스템을 채택한 모든 조직이 바로 매트릭스라고 정의한다.”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조직은 ‘단일 보스 모델one-boss model’과 ‘이중 보스 모델(two-boss model)’로 나눌 수 있는데, 매트릭스 조직은 ‘이중 보스 모델’인 셈이다. 데이비스는 “이중 보스 관계 속에서 불편해하는 경영자들은 사람들이 모두 각각 어머니와 아버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물론 아버지, 어머니 두 사람의 부모를 갖는 것과 직장에서 상사가 두 사람인 경우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상황 속에는 공통적인 요소들이 존재한다. 부모와 직장 상사가 모두 위계구조 속에서 상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공통의 하급자를 다스리는 권위와 지위를 반드시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 내에서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분리시킨 것은 삼중 보스 모델이다.”

1976년 9월 매트릭스 조직을 채택한 제너럴일렉트릭은 ‘조직 계획 고시(Organization Planning Bulletin)’를 통해 “우리 회사도 다른 회사들처럼 이 유행을 따르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조직은 참고 견뎌내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렵고, 때로는 좌절감마저 안겨주는 조직 형태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앞으로 다가올 일을 미리 알려주는 방울이기도 하다. 잘 시행된다면, 그 방법은 두 세계의 가장 좋은 점들을 많이 제공해준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모두 경영자들이 자기들의 직접 관리하에 있지 않은 사람들과 구성 요소들로부터 어떤 결과들을 얻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고도의 복잡성과 모호함에 점점 더 많이 대응할 준비를 갖출 수 있도록 조직을 이용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매트릭스를 성공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사람들이 지난 20년간 우리의 상징이었던 제품 모드와 기능적 모드보다 (서로 상충되는 수많은 복잡한 이해관계들의 균형이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는) 제너럴일렉트릭처럼 다양화된 거대한 기관을 더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춰야 한다.”

매트릭스(MATR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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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홍성태, 『사이버사회의 문화와 정치』(문화과학사, 2000).
  • ・ 더글라스 켈너, 김수정 · 정종희 옮김, 『미디어문화: 영화, 랩, MTV, 광고, 마돈나, 패션, 사이버펑크』(새물결, 1997), 535쪽.
  • ・ 권기태, 「우리는 지금 매트릭스로 가고 있다: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한 불(佛)석학 장 보드리야르」, 『동아일보』, 2005년 5월 25일, A29면.
  • ・ 레이 피스먼(Ray Fisman) · 팀 설리번(Tim Sullivan), 이진원 옮김, 『경제학자도 풀지 못한 조직의 비밀』(웅진지식하우스, 2013/2014), 103쪽.
  • ・ 조미나, 「[Weekly BIZ] [현장에서 보내온 해답] 부서를 섞어 ‘매트릭스 조직’ 띄워라···끝장토론, 스마트폰 결재 도입하라」, 『조선일보』, 2014년 4월 5일.
  • ・ 스탠 데이비스(Stan Davis), 김승욱 옮김, 『미래의 지배』(경영정신, 2001/2002).

강준만 집필자 소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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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 저자강준만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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