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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트윗될 수 있는가, 없는가?

슬랙티비즘

slacktivism

slack은 ‘느슨한, 침체된, 태만한’이란 뜻이다. 명사와 동사로도 쓰인다. a slack belt는 ‘느슨한 벨트’, slack muscles는 ‘늘어진 근육’, a slack official은 ‘태만한 공무원’, slack one’s pace는 ‘걸음을 늦추다’, slack up one’s speed는 ‘속도를 늦추다’, slack off in one’s junior year of college는 ‘대학 3학년을 태만히 지내다’, slack at one’s job은 ‘일을 게을리하다’는 뜻이다.

Discipline is slack(기강이 해이해져 있다). She is very slack in her work(그녀는 일에 매우 태만하다). He is slack in managing his affairs(그는 일을 처리하는 것이 느리다). I accused her of slacking off on the job(막 화를 내면서 업무가 태만하다고 욕도 좀 해주었지). She was staring into space, her mouth slack(그녀는 입을 헤 벌린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The breeze slacked(바람이 약해졌다).

slacker는 ‘태만한 사람, 게으름뱅이, 징병 기피자’다. 1790년경부터 사용된 말이지만, 20세기 전반 영국의 식민지였던 수단(Sudan)의 노동자들이 태업(怠業) 형식으로 저항을 하는 걸 가리켜 slacking이라고 하면서 널리 사용되는 말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징병 기피자를 가리켜 slacker라고 했으며, 이런 용법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도 사용되었다.

slacker가 일반적인 의미에서 게으름뱅이를 가리키는 말로 인기를 얻게 된 건 1985년에 나온 할리우드 영화 〈Back to the Future〉, 1991년에 나온 〈Slacker〉 덕분이다. 1990년대부터는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인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많이 쓰였다.

He landed his breakout role as a sensitive slacker in River’s Edge(그는 영화 〈리버스 에지〉에서 자기에게 출세의 길을 열어준 감성이 예민한 게으름뱅이 역을 얻었다). The negative stereotype of the unemployed slacker who just lives at home with his parents is a familiar one from the movies(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는 젊은이들은 영화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무기력한 젊은이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slacktivism(슬랙티비즘)은 ‘게으른 사람(slacker)’과 ‘행동주의(activism)’의 합성어로, 사람들이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분명한 의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주저하면서 최소한의 관여만으로 최소한의 영향을 끼치는 참여, 즉 소심하고 게으른 저항을 말한다. 이런 참여나 저항을 하는 사람들을 슬랙티비스트(slacktivist)라 한다. slacktivism은 1995년 드와이트 오자드(Dwight Ozard)와 프레드 클락(Fred Clark)이 만든 말로, 처음엔 긍정적 의미로 사용되었다.

슬랙티비즘은 시민참여나 집단행동을 촉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등장한 말로, 지식인들 사이에 열띤 쟁점이 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치열한 토론을 벌이면서도 막상 실질적인 정치 · 사회 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네티즌을 비꼬는 말로도 쓰인다.

clicktivism(클릭티비즘)은 클릭(click)과 액티비즘(activism)의 합성어로, 슬랙티비즘의 전형적인 한 유형이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사용해 시위를 조직하는 활동가를 설명하는 데 종종 쓰이기도 한다. 클릭티비즘은 참여의 한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사회 운동을 광고 캠페인과 비슷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효과를 높이기 위해 쉬운 요구와 단순한 행동을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사회운동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에브게니 모로조프(Evgeny Morozov)는 2011년에 출간한 『넷 환상: 인터넷 자유의 그늘(Net Delusion: The Dark Side of Internet Freedom)』에서 언론의 주목을 끄는 것이 운동 조직을 약화시키거나 몰락하게 만들 위험성을 지적한다. “슬랙티비즘은 게으른 세대에게 이상적인 형태의 행동주의다. 가상공간에서 요란하게 운동을 펼쳐나갈 수 있다면 연좌 농성이나 체포될 위험, 경찰의 잔인한 진압이나 고문을 두려워할 이유가 있겠는가?”

슬랙티비즘을 둘러싼 구체적인 논쟁은 2009년 한 해 동안 ‘올해의 단어’로 선정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끈 트위터(Twitter)를 중심으로 일어났다. 전 세계의 트위터 사용자는 2010년 3월 1억 명을 돌파했고, 8월엔 1억 4,500만 명(한국 137만 명)에 이르렀다. 2009~2010년 ‘트위터 혁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트위터가 세계 곳곳에서 민주화 시위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치자, “과연 트위터는 혁명의 촉진제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2010년 10월 미국의 기자이자 작가인 맬컴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그간의 트위터 예찬론과는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 나섰다. 그는 『뉴요커(New Yorker)』에 쓴 「조그만 변화: 혁명은 왜 트윗되지 않는가?(Small Change: Why the Revolution Will Not Be Tweeted?)」에서 ‘강한 결속(strong-tie)’과 ‘약한 결속(weak-tie)’이라는 개념을 차용해 소셜 미디어가 소소한 사회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몰라도 중대한 사회변화를 일으키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글래드웰은 자신의 글을 이런 냉소적인 구호로 끝맺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약한 결속의 세계는 월스트리트 사람들이 10대 소녀에게 휴대전화를 찾아주는 데엔 좋은 도구다. 혁명 만세!”

반면 소셜 미디어 전도사로 활약하는 뉴욕대학 교수 클레이 셔키(Clay Shirky)는 글래드웰은 ‘약한 결속’이 ‘강한 결속’으로 변모하거나 그것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사회학자 제이넵 투페키(Zeynep Tufekci)도 소셜 미디어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찬양을 비판하는 글래드웰의 핵심적 주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글래드웰이 ‘약한 연결’과 ‘강한 연결’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데, 양자를 너무 대립적이고 모순적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백욱인은 “사람들의 네트워크라기보다는 정보 전달이라는 미디어 기능이 더 큰 트위터는 약한 연결의 요소가 더 많다. 페이스북 · 트위터 친구들과 맺어지는 이 약한 연결에 기대어 다시 강한 연결이나 더 나아가 약한 연대에서 강한 연대로 나선적 상향을 경험할 수 있을까? 소셜 미디어의 새로운 가능성은 약한 연결을 통한 이슈의 형성과 강한 연대로의 상향에서 나올 것이다. 친구들 간의 수다, 기술 동향 정보 공유, 이웃돕기 같은 캠페인, 연예계 비평, 감상공유 등은 분명 사회적 행동주의(social activism)에는 못 미치는 것들이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셜 네트워크는 현실 세계에서 강한 연결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서 출발한다. 때로 약한 연결이 여기에 끼어들어 ‘약한 연결→강한 연결→약한 연대→강한 연대’라는 나선적 발전의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일상적 차원에서 보면 강한 연결은 강한 연결대로, 약한 연결은 약한 연결대로 반쯤 폐쇄된 닫힌 집합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집단적 공감과 공유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배타적 집단의식이 강화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실태를 근거로 사회운동과 연결해 논하기는 아직 이른 듯하다. 그러나 이건 ‘올드 보이’의 생각이고, 최근의 20~30대 젊은 층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의 새로움은 이미 있던 곳이 아니라 이전에는 없었던 곳에서 생겨날 것이다.”

슬랙티비즘(slacktiv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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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slack, slacker」, 『다음 영어사전』; 「slack, slacker」, 『네이버 영어사전』; 「slacker」, 『Wikipedia』.
  • ・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 제러드 코언(Jared Cohen), 이진원 옮김, 『새로운 디지털 시대』(알키, 2013), 383쪽; 모이제스 나임(Moises Naim), 김병순 옮김, 『권력의 종말: 다른 세상의 시작』(책읽는수요일, 2013/2015), 445쪽; 송경화 · 안수찬, 「9시 뉴스가 보여주지 않는 세상에 접속하다」, 『한겨레』, 2012년 1월 8일.
  • ・ 「Slacktivism」, 『Wikipedia』; 심혜민, 「“위 · 아래로 치이는 고달픈 인생”···옥스포드 선정 올해의 단어는?」, 『머니투데이』, 2011년 11월 25일; 박한우, 「열린 ‘SNS’ 사회와 그 적들」, 『매일경제』, 2012년 12월 8일.
  • ・ 모이제스 나임(Moises Naim), 김병순 옮김, 『권력의 종말: 다른 세상의 시작』(책읽는수요일, 2013/2015), 445쪽.
  • ・ 박권일, 「소셜 미디어의 겉과 속」, 이택광 외, 『트위터, 그 140자 평등주의』(자음과모음, 2012), 57~58쪽.
  • ・ 백욱인, 「‘트친’ ‘팔로어’로는 왜 혁명을 이룰 수 없나?」, 『시사IN』, 제162호(2010년 10월 27일).

강준만 집필자 소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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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 저자강준만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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