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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인문학
이야기 1 디지털 기술은 우리에게서 무엇을 빼앗아가는가?
디지털 치매
digital dementiadigital dementia(디지털 치매)는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해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이는 국립국어원이 2004년 ‘디지털 치매’를 신조어(新造語)로 올리면서 내린 정의다.
독일 뇌과학자 만프레트 슈피처(Manfred Spitzer)는 『디지털 치매』(2012)에서 “디지털 치매는 정보 기술을 주도하는 한국의 의사들이 처음 이름 붙인 질병”이라며 책 제목을 고른 계기를 밝혔다. 그는 한국 초등학생의 12퍼센트가 인터넷 중독이라는 통계를 인용하며 독일 청소년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독일 14~16세 청소년 중에 인터넷 중독자가 4퍼센트에 그치지만 자꾸 늘고 있다는 것이다.
슈피처는 “길 찾기는 내비게이션이, 연락처 암기는 휴대전화가 대신해주는 요즘 환경이 정신 활동을 이용하고 제어하는 능력을 퇴보시킨다”며, “디지털 치매는 무능해도 되는 삶에서 비롯된다”고 꼬집었다. 단축키나 버튼 하나로 기억력과 사고능력을 대신해주는 디지털 장비들이 ‘기억하려는 노력과 습관’을 불필요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디지털 치매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2013년 7월 온라인 설문조사 기업인 두잇서베이가 5,82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3분의 1(33.7퍼센트)은 가족인 부모 · 형제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직계 가족 외에 기억하고 있는 전화번호’를 묻는 질문에 36.2퍼센트가 1~2개라고 답했으며, 1개도 외우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16.7퍼센트로 집계되었다. 6개 이상 기억하고 있는 응답자는 15.6퍼센트에 그쳤다. 전날 저녁 식사 메뉴를 바로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30퍼센트, 전체 가사를 외우는 노래가 없다는 사람은 45퍼센트였다. 설문조사 참가자 10명 중 6명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스마트폰으로 검색한다”고 답했다.
디지털 치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정보통신연구진흥원장 이성욱은 “편리함이 가져다준 디지털 치매는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인간의 능력 또한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현상일 뿐 심각한 병은 아니다. 뇌 능력의 선택과 집중인 것이다. 미국인들은 단순한 수식을 계산할 때에도 일일이 계산기의 도움을 빌린다. 암산을 잘하는 우리나라 사람이 보기엔 ‘저런 것 하나 계산 못해?’ 하고 웃을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수학 분야는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다. 단순 계산은 계산기에 맡기고 증명이라든지 연구와 같은 보다 심도 깊은 분야에 매진하기 때문이 아닐까”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캐나다의 문화비평가 마셜 매클루언은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의 능력은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고 했다. ‘자동차는 다리의 확장, 컴퓨터는 두뇌의 확장’이라고 생각하고 창조적 업무에 매진하라는 것이다. 매클루언의 말처럼 디지털 치매가 걱정되어 IT기기의 편리함을 외면하기보다는 이제 단순한 작업은 IT기기에 맡기고 우리는 보다 창조적인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치매와 비슷한 용어로 ‘intellectual torpor(지적 무기력)’라는 말도 쓰인다. 미국 아메리칸대학의 언어학자 나오미 배런(Naomi Baron)은 오늘날 디지털 시대의 학생들 사이에 지적 무기력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시간을 아낀다는 이유로 무슨 일이건 부실하게 하고, 비논리적이고 단편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터프츠대학 인지신경과학자 매리언 울프(Maryanne Wolf)도 학생들이 대충대충 건성으로 공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구글에서 정보를 찾을 수 있는데, 굳이 기억하거나 따로 모아둘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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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만프레트 슈피처(Manfred Spitzer), 김세나 옮김, 『디지털치매: 머리를 쓰지 않는 똑똑한 바보들』(북로드, 2012/2013); 박해현, 「[만물상] 디지털 치매」, 『조선일보』, 2013년 4월 8일.
- ・ 손해용, 「부인 전화번호 생각 안 나···혹시 나도 디지털 치매?」, 『중앙일보』, 2013년 10월 21일.
- ・ 목정민, 「“오래 기억하고 싶다면, 사진 찍지 말고 눈으로 봐라”」, 『한겨레』, 2013년 12월 23일.
- ・ 이성욱, 「‘디지털 치매’ 걱정할 일 아니다」, 『한국일보』, 2007년 6월 20일.
- ・ 리처드 왓슨(Richard Watson), 이진원 옮김, 『퓨처마인드』(청림출판, 2010/2011), 47쪽.
글
출처
경쟁용 수단으로 배우는 영어! 재미있게 공부할 순 없을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상식 등 테마별로 단어의 유래를 살펴보고, 인류학적·인문학적 지식으로 영어..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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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디지털 치매 –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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