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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
왜 카인을 일으켜세우는 게 ‘큰 소동’이나 ‘분노’를 뜻하나?

raise Cain

1964년에 출간된 황순원의 소설 『카인의 후예』와 이를 1968년에 영화화한 유현목의 〈카인의 후예〉는 문학과 영화 분야에서 모두 명작으로 꼽힌다. 해방 직후 북한의 공산정권 치하에서 정치적 시련을 겪던 끝에 자유를 찾아 남하할 것을 결심하게 되는 한 지식인의 삶의 과정을 통해 당시 이념 대립의 격동적 현실을 그린 이 작품에서 ‘카인’은 『성경』에 나오는 ‘카인(Cain)’을 가리키는 말이다. 남북관계를 카인과 아벨(Abel)이라는 형제 관계로 비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어엔 Cain과 관련된 표현이 여러 개가 있는데, 이를 알면 왜 그런 비유가 나오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카인과 아벨은 아담(Adam)과 이브(Eve)의 두 아들이다. 구약성서 「창세기(Genesis)」 4장 2~8절에 나오듯이, 시기심에 눈이 멀어 아우 아벨(Abel)을 죽인 카인(Cain)은 기독교 신도들에 의해 ‘악마(devil)’로 간주되어왔다. 그래서 “raise Cain”은 “raise the devil”과 같은 뜻으로 여겨져 “큰 소동을 일으키다, 분노하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서 raise는 “(죽은 자를) 되살리다, (영혼 등을) 불러내다, 일으켜 세우다”는 뜻이다.

He raised Cain when he realized he had been overcharged(그는 바가지를 썼다는 걸 알고선 분노했다). If I’m late again she will raise Cain(또 늦으면 그녀는 몹시 화를 낼 거다). The boys were raising Cain upstairs(소년들은 2층에서 야단법석을 떨고 있었다).

카인이 남긴 명언(?)이 하나 있는데, 그건 “Am I my brother’s keeper?(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다. 구약성서 「창세기(Genesis)」 4장 9절에 나오는 말로, 카인이 아벨을 죽인 후 하나님이 “네 아우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카인이 “모릅니다”라면서 한 말이다. 사실상 “내가 알게 뭡니까”라는 뜻으로 한 말로 , 이른바 “오리발 내밀기”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알 게 뭐야?”라는 뜻으로 쓰이는 표현이다.

I am not my brother’s keeper(내 책임이 아니다). 아버지가 “Edward, what happened to Jane? All bruised(에드워드, 제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니? 온통 멍이 들었잖아)”라고 말한다면, 에드워드는 이런 식으로 말할 수도 있겠다. “I’m my sister’s keeper(내 책임이 아니에요).”

이 표현에서 이름을 가져온 ‘마이 브라더스 키퍼(My Brother’s Keeper)’는 2014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가 흑인 청소년의 잠재력 개발을 도와주기 위해 제시한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3월 초 미국 내 225개 CDFI(Community Development Financial Institutions, 지역사회 주민에게 비교적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직접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낙후되거나 소외된 지역을 개발하고 지역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도록 지원하는 지역개발금융기관)들로 구성된 OFN(Opportunity Finance Network, 금융기회네트워크)은 회원사들이 연간 총 10억 달러를 조성해 유색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the curse of Cain은 직역을 하면 ‘카인의 저주’란 뜻이지만, 인종차별이 극성을 부리던 시절 기독교도들 사이에선 흑인의 검은 피부를 가리키는 의미와 더불어 노예제의 정당화 근거로 많이 사용되었다. 그 원전인 「창세기(Genesis)」 4장 10~12절을 보자.

The Lord said, “What have you done? Listen! Your brother’s blood cries out to me from the ground. Now you are unde a curse and driven from the ground, which opened its mouth to receive your brother’s blood from your hand. When you work the ground, it will no longer yield its crops for you. You will be a restless wanderer on the earth.”(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네 아우의 핏소리가 땅에서부터 내게 호소하느니라. 땅이 그 입을 벌려 네 손에서부터 네 아우의 피를 받았은즉 네가 땅에서 저주를 받으리니. 네가 밭 갈아도 땅이 다시는 그 효력을 네게 주지 아니할 것이요 너는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되리라.)

the curse of Cain을 노예제의 근거로 삼은 기독교의 해석은 20세기 초까지도 극성을 부렸다. 기독교는 1960년대까지도 흑인을 성직에 임명하지 않는 근거로 the curse of Cain을 활용했다. 미국 남부 침례교는 1995년에서야 이런 관행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창세기(Genesis)」 9장 20~27절에 나오는 ‘the curse of Ham’도 the curse of Cain과 비슷한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Ham(함)은 노아(Noah)의 아들로 술에 취한 노아의 나체를 보고 비웃은 죄로 저주를 받았다. 반면 다른 아들들인 Shem(셈)과 Japheth(야벳)은 노아의 하체를 보지 않은 채로 옷을 덮어 보호함으로써 축복을 받았다. 그리하여 야벳은 백인종, 셈은 황인종, 함은 흑인종의 시조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the mark of Cain은 ‘죄인(악마)의 딱지’란 뜻이다. 보통 그런 식으로 쓴다. 그러나 『성경』 전문가인 미시간대학 교수 데이비드 노엘 프리드먼(David Noel Freedman)은 「창세기(Genesis)」 4장 13~15절에 근거해 그런 용법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the mark of Cain은 오히려 카인을 보호하기 위한 표시라는 것이다. 문제의 성경 대목은 다음과 같다.

Cain said to the Lord, “My punishment is more than I can bear. Today you are driving me from the land, and I will be hidden from your presence; I will be a restless wanderer on the earth, and whoever finds me will kill me.” But the Lord said to him, “Not so; if anyone kills Cain, he will suffer vengeance seven times over.” Then the Lord put a mark on Cain so that no one who found him would kill him(카인이 여호와께 아뢰되 내 죄벌이 지기가 너무 무거우이다. 주께서 오늘 이 지면에서 나를 쫓아내시온즉 내가 주의 낯을 뵈옵지 못하리니 내가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될지라 무릇 나를 만나는 자마다 나를 죽이겠나이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그렇지 아니하다. 카인을 죽이는 자는 벌을 칠 배나 받으리라 하시고 카인에게 표를 주사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죽임을 면하게 하시니라).

그러나 그런 의도로 준 the mark of Cain이라 할지라도 죽이지만 말라는 것이지 ‘죄인의 딱지’란 의미는 바뀌지 않으니, 기존 용법이 잘못된 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Mark of Cain은 영화, 소설, 밴드, 노래 등의 이름으로 활용되었으며,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 1902~1968)의 『에덴의 동쪽(East of Eden)』(1952)을 비롯해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다루어진 주제이기도 하다.

카인과 아벨(Cain and Abel)

ⓒ Deadstar/wikipedia |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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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Marvin Terban, 『Scholastic Dictionary of Idioms』(New York: Scholastic, 1996), p. 189; 『시사영어사/랜덤하우스 영한대사전』(시사영어사, 1991), 327쪽.
  • ・ William Morris & Mary Morris, 『Morris Dictionary of Word and Phrase Origins』, 2nd ed.(New York: Harper & Row, 1971), p.485.
  • ・ James Rogers, 월드플러스사전편찬 옮김, 『Cliche Dictionary: 통역 · 번역을 위한 클리쉐이 사전 (상)』(월드플러스, 2012), 156~157쪽.
  • ・ 손동영, 「CDFI, My Brother’s Keeper에 10억 달러 지원」, 『KOSRI』, 2014년 3월 19일.
  • ・ William Safire, 『Take My Word For It』(New York: Owl Book, 1986), pp.243~245; 「Curse and mark of Cain」, 『Wikipedia』; 「Curse of Ham」, 『Wikipedia』.

강준만 집필자 소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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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 저자강준만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경쟁용 수단으로 배우는 영어! 재미있게 공부할 순 없을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상식 등 테마별로 단어의 유래를 살펴보고, 인류학적·인문학적 지식으로 영어..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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