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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인문학
이야기 1 가슴이 뛰어 사랑인가, 사랑이라서 가슴이 뛰는가?
러브
lovelove는 ‘즐겁게 하다’는 의미의 라틴어 lubet에서 유래했는데, 독일어에서 사랑을 의미하는 Liebe도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love라는 영어 단어가 소개될 때는 ‘연애(戀愛)’라고 번역한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했지만, 물론 연애는 love의 여러 유형 중 하나일 뿐이다.
영국 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는 “사랑은 한 사람과 다른 모든 사람의 차이를 한없이 과장한다”고 했는데,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실험이 있다. 이른바 ‘사랑의 다리’ 실험이다. 흔들리는 다리(rickety bridge) 위에서 사랑을 고백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인데, 왜 그럴까? 오리 브래프먼(Ori Brafman)과 롬 브래프먼(Rom Brafman)은 『스웨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선택의 비밀』(2008)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협곡 위 70여 미터 상공에 매달린 흔들다리를 걸어서 건넌다고 상상해보라. 발을 뗄 때마다 다리는 끊어질 것처럼 불안정하게 흔들거린다. 마음이 조마조마해지고 심장이 빨리 뛰며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생리학적으로 볼 때 그런 상황에서 겪는 급격한 아드레날린 분비는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겪는 흥분 상태와 동일하다.”
즉, 불안감과 아드레날린이 이성에 대한 관심 증가로 변형된다는 것이다. 생리적 반응이 인지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인데, 이는 마케팅에서 흥분을 유발하는 파티 등과 같은 이벤트 연출 효과와 비슷하다. 한 젊은 소비자가 파티에서 멋진 시간을 보낸 것과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의식적인 연관을 눈치 채지 못하지만, 이미 연관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어둠 속 일탈(Deviance in the Dark)’이라는 실험도 있다. 서로 별 관심이 없는 남녀라도 두 사람을 적잖은 시간 동안 어둠 속에 두면 서로 사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사랑으로 상처받은 과거가 있기 때문인가? 이렇듯 일부 심리학자들은 사랑을 과학적 ·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며 ‘사랑의 허구’를 입증하려고 안달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슴이 뛰어 사랑인 게 아니라 사랑이라서 가슴이 뛴다고 믿으며 또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설사 이게 착각일망정 이런 착각은 길이 보존하는 게 좋지 않을까? 미국의 록밴드 피플(People)의 1965년 히트곡인 〈I Love You〉의 노랫말은 사랑은 맹목적일수록 좋다는 속설을 재확인해준다.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Yes I do but the words won’t come/And I don’t know what to say//I should tell you I love you, I do/The words should explain/But the words won’t come/I shouldn’t hide my love deep inside/The words should explain/But the words won’t come//I should tell you just how I feel/And I keep try-y-y-ing/But something holds me back/When I try to tell you//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Yes I do-o-o/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Yes I do but the words won’t come/And I don’t know what to say.
당신을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예 사랑해요, 그러나 말이 안 나와요/그리고 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해야 해요, 사랑해요/말로 설명해야 하는데/말이 잘 안 나와요/내 마음 깊은 곳에 내 사랑을 숨기지 말아야 해요/말로 설명해야 하는데/말이 잘 안 나와요//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말해야 하는데/그리고 나는 계속 노력하는데/당신에게 말하려 하면/그 무언가가 나를 가로 막아요//당신을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예 사랑해요/당신을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예 사랑해요, 그러나 말이 안 나와요/그리고 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참으로 이색적인 노래다. 거의 모든 사랑 노래가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모든 과장법을 총동원하는 경향이 있는데 반해, 이 노래는 ‘사랑한다’는 말조차 할 수 없다는 걸 지겨울 정도로 반복해서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이게 더 보통 사람들의 현실에 가까운 게 아닐까? 미국 작가 앨버트 허버드(Elbert Hubbard, 1856~1915)는 “당신의 침묵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당신의 말도 이해 못할 가능성이 높다(He who does not understand your silence will probably not understand your words)”고 했다. 이 말을 믿어야 할까? 이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꼭 말을 해야만 내 사랑을 알 수 있겠느냐”는 항변처럼 들리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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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최현석, 『인간의 모든 감정: 우리는 왜 슬프고 기쁘고 사랑하고 분노하는가』(서해문집, 2011), 194~195쪽.
- ・ 폴 블룸(Paul Bloom), 문희경 옮김,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 인간행동의 숨겨진 비밀을 추적하는 쾌락의 심리학』(살림, 2010/2011), 132쪽.
- ・ 오리 브래프먼(Ori Brafman) · 롬 브래프먼(Rom Brafman), 강유리 옮김, 『스웨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선택의 비밀』(리더스북, 2008/2009), 135~138쪽.
- ・ 롭 워커(Rob Walker), 김미옥 옮김, 『욕망의 코드: 우리를 소비하게 만드는 ‘필요’ 그 이상의 무엇』(비즈니스맵, 2008/2010), 204~205쪽.
- ・ 리처드 와이즈먼(Richard Wiseman), 박세연 옮김, 『립잇업: 멋진 결과를 만드는 작은 행동들』(웅진지식하우스, 2012/2013), 95, 99쪽.
글
출처
경쟁용 수단으로 배우는 영어! 재미있게 공부할 순 없을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상식 등 테마별로 단어의 유래를 살펴보고, 인류학적·인문학적 지식으로 영어..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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