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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역사에서 의회민주주의 체제를 처음 시도한 바이마르 공화국은 세계 경제공황과 극우파인 히틀러의 등장으로 더 이상 존속되지 못하고 14년의 역사를 간직한 채 종말을 고하게 된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종식은 히틀러의 독재 체제를 의미하며, 이는 독일 역사는 물론, 유럽 전체에 비극을 초래했다. 군인과 정치가로서 경력이 화려하지 못했던 히틀러가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불과 몇 년 사이 세계 정세를 그토록 변화시키고, 엄청난 피해를 남긴 일은 세계 역사상 전례가 없다.

히틀러는 1889년 4월 20일 독일과 가까운 오스트리아의 브라우나우라는 작은 도시에서 세무공무원인 아버지와 세 번째 부인이었던 어머니의 네 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58세로 정년퇴직한 후 레온딩에서 생활했다. 어느 날 동네 술집에서 포도주를 마시다 갑자기 죽었는데 그 후 아돌프는 어머니의 권유로 학교를 옮겨 다니다가 성적이 형편없자 자퇴하고 만다.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히틀러는 예술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두 번의 시험을 보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고 생활도 어려워 품팔이 노동이나 그림을 팔아 끼니를 이어가게 된다.

빈에서의 생활은 궁핍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1913년 어렵고 궁핍했던 빈 생활을 청산하고 뮌헨으로 이주하여 광고 간판이나 포스터 등 돈이 되는 것은 모두 그리면서 생계를 꾸려간다. 불안하고 어려운 생활은 계속되었지만 빈 시절보다는 형편이 나아졌다. 뮌헨에 정착한 그다음 해 군대에 지원했다. 영양실조로 부적격 판정을 받자 탄원서를 제출하여 입대가 허용되어 6년간 병영 생활을 하게 되었다. 군대에서도 사교적이지 않은 성격 탓에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외롭게 지냈다. 군 복무 중 가스탄에 맞아 부상당해 후송치료를 받은 후 오스트리아 국경 근처에 있는 포로수용소의 경비병으로 근무했다. 이후 포로가 모두 송환되고 수용소가 폐쇄되자 다시 뮌헨으로 돌아온다.

전쟁에서 지고 구질서가 붕괴되자 바이마르 공화국의 재정이 무너지면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었다. 독일 전역에서 공산당 정권 수립을 위한 혁명의 물결이 강하게 일자 좌경화를 경계하여 병사들을 군국주의 사상으로 무장했다. 히틀러는 교육 요원으로 선발되어 훈련을 받은 뒤 정치교육 강습회에 참여했다. 바이에른 지방의 정치 선전 과장 마이어 대위의 보좌관이 된 그는 친공적인 부대에 파견되어 보수적 민족주의 사상을 교육시키고, 한편으로는 정치 활동과 노동 운동을 감시하고 사찰하기 시작했다.

히틀러가 나치 후반 무렵 정치적으로 성공한 것은 능률적인 조직과 고도로 능숙한 선동 정치를 통해서 가능했던 것이다. 그는 대중심리를 꿰뚫고 있었다. 히틀러는 조직을 통해 대중이 소속감을 느끼게 하였고, 중요한 매개체로서 대규모의 행진과 시위를 주도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결국은 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기본 운동이었던 것이다.

히틀러는 정권 획득을 위해 독일 국민 전체가 호응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해 강한 수사학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독일인 전체가 반감을 가지고 있는 베르사유 정전조약을 체결할 당시 지도부를 '11월의 대역죄인'이라고 명하며 독일은 뒤에서 비수를 맞은 것으로 표현했다. 또한 독일 전체에 만연하던 반유대주의를 '유대 인 공화국'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