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정체성(正體性, identity)이란 사물 본디의 형체가 갖고 있는 성격을 말한다. ‘identity’란 단어가 ‘확인하다(identify)’란 말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정체성이 자기가 아닌 남에 의한 확인과 증명을 통해 형성되는 것임을 말해 준다.^각주1)

영국의 문화 이론가 스튜어트 홀(Stuart Hall, 1932~2014)은 1996년에 출간된 논문집 서문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정체성’ 이라는 개념을 둘러싼 담론이 폭발했다”고 썼다.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방황하는 개인들의 사회(The Individualized Society)』(2001)에서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르는 동안 정체성 담론은 쇄도했다. 현대의 삶의 측면들 가운데 철학자, 사회과학자, 심리학자들로부터 이 정도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없는 듯하다. ‘정체성 연구’는 그 자체로서 학문으로 급속히 번성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특히 세계화는 자신들만의 전통과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는 미국에서건 아랍 세계에서건 그 어디에서건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전통과 정체성에 가해지는 압박과 그 압박의 주체에 대한 저항과 투쟁, 이게 바로 근본주의의 탄생을 가능케 한 온상이기도 하다.^각주2)

같은 맥락에서 조너선 프리드먼(Jonathan Friedman)은 이렇게 말한다.

개인의 일상적 삶에서도 정체성 문제는 끊임없이 나타난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은 정체성의 문제를 대단히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MIT대학 심리학과 교수 셰리 터클(Sherry Turkle)은 “윈도의 멀티태스킹 기능이 첨가되면서 다중인격체 형성이 가속화되었다”고 말한다.^각주3) 터클은 그걸 긍정적으로 보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홍윤선은 사이버 공간에서 다중인격을 경험한다는 것은 한 사람이 소통하는 관계의 양과 범위가 그만큼 많고 복잡해지는 것을 뜻하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더는 자율적인 의식 을 소유한 자아는 소멸하고, 개개인은 단말기와 같은 존재로서 역할을 할 뿐이라고 본다.^각주4)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정체성을 파고든다. 아이덴슈머 마케팅(idensumer marketing)은 정체성을 뜻하는 아이덴티티(identity)와 소비자(consumer)를 결합한 신종 마케팅 기법으로, 똑같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도록 해 회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소비자는 같은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기업은 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SK텔레콤 임성식 마케팅 팀장은 “아이덴슈머 마케팅은 브랜드 마케팅이나 프로슈머 마케팅에서 한 발 더 진화한 것” 이라며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문화 코드를 개발했더니 가입 자의 응집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아이덴슈머 마케팅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인적 교류를 갖는 ‘브랜드 커뮤니티’조성 전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인터넷은 브랜드 커뮤니티 형성의 강력한 촉매가 되었다.^각주5)

소비자들은 물건을 살 때 단순히 제품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그 제품의 상징성, 관점, 의미, 철학까지 함께 구매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교수 조나 버거(Jonah Berger)는 이런 소비를 가리켜 ‘자아 표현 소비(identity signaling consumption)’라고 말했다.^각주6)

정체성(identity)

ⓒ 클립아트코리아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클립아트코리아에 있으며,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